악령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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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거장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조금 거창한가. 아니다. 어쩐지 조금 어색하다. 그의 장편소설 ‘악령’은 전권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집에 있는 책은 첫 번째 상권 하나뿐이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 책을 구입할 때의 당시 상황에서 느꼈던 묘한 분위기와 흐름에 대해 이제는 충분히 그럴만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이런 걸 뒤늦은 후회라고 하는 것일까.

물론 점원의 멘트가 심오한 계산이 포함된 것인지, 단순한 판매수익에 따른 멘트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계산대 앞에서 책 권수를 확인하는 점원이 했던 말은 ‘상권만 하시는 건가요?’ 였다. 그 순간 어떤 의도가 숨겨졌는지는 알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 나는 무심하게도 여느 책과 더불어 악령의 상권만 구입했던 과오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중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많이 접하진 못했다. 딴은 그 명성만큼이나 그의 작품이 늘 육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어떤 하나의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가싶다. 생각할 것들이 많은 만큼 깊이감은 깊어지고, 아이러니하게도 비탄과 함께 탄식이 또 그 이면에서의 알 수 없는 탄성이 교차된다.

안타깝게도 상권에는 전체 장편의 스토리중 도입부분에 많은 지문을 할애하고 있기에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전개는 책 말미에서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으레 그렇듯 전반부는 등장인물들을 사귀어가는 시간이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이런 거다. 인물이 갖는 본명도 길고 복잡한데다 두서넛 대는 예명까지 익혀야하는 고충도 언제나 여전하니, 이 또한 사소한 고충이지 않은가말이다.

 

지방의 유지로 있는 중년여성 바르바라 빼뜨로브타 스따브로기나는 20년 가까이 스째빤 뜨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끼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이며 후원자로서 그의 곁을 지킨다. 이들이 주인공인가 싶지만 사실 소설 상권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내용은, 바르바라의 아들 스따브로긴(니꼴라이 프세볼로도비치, 예명으로 자주 언급됨)의 추문과 관련한 사람들의 오해와 의심, 의혹, 증오와 분노 혹은 알 수 없는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면이 강조된 의구심들의 표출이 거의 대부분이다.

젊은 남녀 사이에 있을 법한 염문설. 그것이 가지고 오는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게 되고, 이로 인해 얽히고 꼬이는 인간관계. 표면적으로 작품 악령이 그려가는 스토리는 남녀의 사랑과 이를 둘러싼 계급과 신분의 이질감. 그에 따라 변질 될 수밖에 없는 인간성 정도로 접근해볼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기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악령의 존재감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보인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소개문을 읽어보면 악령이라는 제목이 지니는 의미는 상당히 상징적이다.

-성서에 등장하는 돼지 떼에 들린 악령들처럼, 러시아를 휩쓴 서구의 무신론과 허무주의가 초래한 비극을 러시아의 어느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출처-열린책들 www. openbook.co.kr)

 

어느 시대에서였던가. 어느 시기에서였던가. 혹은 누군가에서였던가. 익숙하지 않은 신문물은 새로움의 호기심과 더불어 불온한 의혹과 불안감을 조성하곤 한다. 당대 러시아가 직면해야했던 시대적 정치사회적 흐름에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는 물밀 듯 빠르게 밀려드는, 새롭지만 불안함으로 쏟아져오는 흐름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혹 누군가가 앞에 소개하는 소개문 전문을 읽어본다면, 인용에 있어 작품의 상,중,하 중 상권에 맞는 분량만큼을 발췌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도싶다.(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책이 두 권이나 있기에 뒤에 따라오는 해설은 잠시 뒤로 밀어두기로 하자. 전체 작품을 읽기도 전에 해설에만 매달리고 싶지는 않다. 전문을 읽어보지 못해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리기도 무모한 노릇이고, 인물이 갖는 성격분석도 아직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다해도 과연 누가 선이며, 누가 악인지 명백하지 않다. 저마다 음흉하면서도 측은할 정도로 숨기고 싶은 비밀들이 눈에 보이더란 말이다.

 

알 수 없는 진실의 내면을 감추면서 가면을 쓰고 다가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게 될까. 이 지독한 끌림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어려울 듯하다. 서둘러 나머지 책을 구입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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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0-1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라이크요~
좋은 밤 되세요~

han22598 2020-10-20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머지 2권에 대한 리뷰도 궁금해요 ^^

월천예진 2020-10-20 07:5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나머지 책들이 읽고 싶은데 잠시 쉬어가기?를 하고있네요. ^^;;;

월천예진 2020-10-2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