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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잠시 책을 덮어 두는 때에도,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소녀를 계속 떠올렸다. 한참동안이나 마음이 울적하게 가라앉는다.
난 그런 세상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가 느끼는 고통이 고스라니 나에게 와 닿아서 함께 울고 싶어질 만큼 이 소설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호평 속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가슴 절절한 언어들이 낯선 소녀의 세상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힘을 가진 소설. 이 책을 읽고 내 마음의 키도 한 뼘쯤 더 자라지 않았을까 싶다.
이름 없는 소녀가 만나는 세상은 온통 가짜 투성이다. 그런 세상에서 진짜 엄마를 찾아 나선 소녀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어 주는 이들(장미언니, 태백식당 할머니,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 유미와 나리)을 만나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오래가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반복되는 안타까운 상황들은 다시 그리고 또 다시 소녀를 혼자이게 했지만, 모두 소녀를 떠나보내는 것을 가슴 아파했다는 걸 소녀는 알까?
‘나는 반짝이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 하나를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냥 별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저 별은 그냥 별로 두고, 다른 별에게 모조리 이름을 붙여주기로. 그럼 저 별만 특별해질 거다...’ (194~195P)
이년, 저년, 언나, 간나처럼 남들에게 함부로 이름 불려 지기 싫다며, 부르기 힘든 ‘드드덕’이란 이름을 갖고 싶어 하던 너.. 너는 이름이 없이 아무렇게나 불려졌어도, 이름을 가진 가짜들과는 다른 진짜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 뱃속에서 평화로 불리워지던 그 때로 늘 돌아가고 싶어 했던 너는 지금쯤 별이 되었을까? 어두운 밤하늘 수 많은 별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별.
너는 세상 밖으로 두 번 다시 눈을 돌리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혹시 네가 마음이 바뀌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모두가 진짜인 세상을 만나게 되길.
‘...... 그 안에서 짐작했던 최고의 행복은, 당신이 나를 안고 내 눈을 보며 내 이름을 불러 주는 그 순간.’ (296p)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