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 괴델 :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 지식인마을 36
박정일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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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등록된 100자평과 리뷰들을 그대로 신뢰해도 될 만큼, 재미있고 잘 읽히게끔 쓰인 입문서이자 교양서이다. 현대 컴퓨터가 개발된 이론적 모태를 튜링과 괴델의 철학적 업적을 중심으로 간략하고 평이하게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초적이거나 교양 수준의 논리학, 논리철학, 수학철학, 심리철학적 지식들을 쉽고도 알차게 풀어낸다. 혹자가 100자평에서 언급했듯이 세세하거나 심층적인 부분은 다소 간략화되거나 생략되어 있어, 초심자라면 의문이 해소되지 않거나 매끄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 간혹 들긴 했었는데, 교양 수준의 저서로 의도된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하다. 그러니 흥미를 느낀 사람이라면 이 책만으로 독서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차후 더 풍부한 독서를 위한 발판으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학교 학부생은 물론이요 끈기 있게 읽어나갈 자신이 있다면 고등학생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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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mantic Tradition from Kant to Carnap : To the Vienna Station (Paperback)
J. Alberto Coffa / Cambridge Univ Pr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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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주제를 특이한 관점에서 다채롭고 풍부하게 풀어내고 있는 전문 학술서이다. 칸트 이후 전개된 인식론, 지식론적 흐름에서부터 논리실증주의자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철학적 논쟁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사를, 선험성 개념을 둘러싸고 전개된 의미론적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축으로 삼아 살펴보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부분적인 철학사 내지 철학사조에 관한 서적이지만, 각 장이나 주제에 따라 인식론적, 형이상학적, 논리철학적 수학철학적, 언어철학적, 과학철학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전개되기도 하기에, 내용 면에서 여타 통상적인 철학사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언급된 다양한 철학분야들은 물론이요, 칸트철학 및 그 이후 20세기 초까지의 일반적인 철학사에도 다소 숙달해 있지 않은 이상, 초심자가 무턱대고 읽기에는 매우 버거울 듯하다. 다뤄지는 인물들의 범위 역시 다채로운바 칸트, 신칸트학파, 후썰, 카시러, 프레게, 러셀, 초중기 비트겐슈타인, 카르납, 포퍼 등 철학사에서 메이저한 인물들부터, 볼차노, 헬름홀츠, 브렌타노, 푸앵까레, 힐베르트, 슐릭, 노이라트 라이혠바흐 등 철학사에서 약간 마이너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철학사에 맞닿아 있는 인물들까지도 망라한다. 

 이렇듯 진입장벽이 매우 높긴 하지만, 철학사에서의 의미론적 전통이라는 생소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끈기 있게 붙든다면 재미도 느끼고 얻는 바도 많은 독서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철학사 서적에서 논리실증주의에 대해 의미 검증주의와 그 반박만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논리실증주의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도식화된 형태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2장 후반부를 읽다 보면 그러한 일반적인 규정이나 통념이 과도하고 부당한 단순화에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볼프강 스테그뮐러의 "현대 경험주의와 분석철학"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이러한 점을 깨달은 적이 있다.)


 다른 저서들의 서지사항에서 몇 번 본 바 있고, 특히 샤피로의 수학철학책에서 자꾸 언급되는 책이길래, 도시 어떤 책인가 하는 막연한 궁금함만으로 무턱대고 사서 펼쳐들었다. 읽고 보니 개인적인 취향에도 수준에도 적당히 들어맞는 책이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다만 내용이 워낙 풍부하고 세밀한 데다가 독해실력마저 좋지 못해 모든 내용들을 속속들이 논증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유관 문헌들을 더 읽고 숙달한 뒤 여러 번 재독하고 번역해가면서 언젠가는 더욱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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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구문론으로의 도정, '단일언어 프로젝트' 절 중)


 ...Carnap이 칭한바 논리-수학적 표현에 대한 "구성주의적constructivist" 해석과 "절대주의적absolutistic" 해석 간의 충돌... (중략) 비록 Carnap은 수학적 진술에 관한 구성주의적 해석이 옳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사안에 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 하였다. 그에 따라 각각의 메타수학적 개념들에 대해 a-버전(절대주의적 버전)과 c-버전(구성주의적 버전) 모두를 도입한 뒤(대체로 c-버전에는 c-접두어가 붙는 반면 a-버전에는 그렇지 아니하다), 어느 해석을 활용할지에 대한 결정은 독자의 손에 맡겨두었다. 

 첫 번째로 설명되는 개념은 한 공리체계axiom system(이하 'AS'로 약칭)에 대한 모형model 개념이다. f(R, S, T)를 하나의 AS라 해보자(여기서 'R', 'S'. 'T'는 그 체계 내의 유일한 원초용어primitive 내지는 자유변항free variable이다). 그 경우, R1, S1, T1이 PM 내에서 정의 가능한 적절한 유형의 관계들이고 f(R1, S1, T1)가 "참"일 때, 우리는 관계체계relation system (R1, S1, T1)이 f(R, S, T)의 모형이라고 말한다("탐구Untersuchungen", 44쪽). (PM 내에서의(혹은 여타 올바른 논리체계 내에서의) 참 개념과 증명가능성 개념을 Carnap이 적절히 구분했는지 여부는 다소 의심스럽다.) 非-추상적인 대상들을 관계항으로 갖는 관계체계 역시 f(R, S, T)을 참이게 만들긴 하지만, Carnap은 '모형'이라는 용어를 오로지 수학적인 관계체계로만 제한하고, 그러한 비-추상적 구조는 별도로 "실현realization"이라 칭하였다. 

 어떤 공리체계 f(R)이 모형을 갖는 경우 즉 (E)f인 경우 그 체계는 "만족된다satisfied(erfuellt)". 그에 따라서, 그 체계에 대한 모형이 제시될present 수 있는 경우 그 체계는 "c-만족된다c-satisfied". f(R)이 아무런 모형도 갖지 않을 경우 즉 ~(E)f일 경우 그 체계는 '공허하다empty'. (Carnap의 표기법에서 '(E)f'는 '(ER1) ... (ERn)f(R1 ... Rn)'의 축약형이다; "탐구", 46쪽) 非-일관적 명제함수란 하나의 명제함수와 그 부정의 연언이다. "어떤 AS가 모순적인 귀결을 가질 경우 즉 (Eh)(f → (h & ~h))일 경우, 그 체계는 '비-일관적inconsistent'이라 말해진다. 그에 따라서, 그러한 모순적인 귀결이 제시될 수 있는 경우 그 체계는 'c-비일관적이다c-inconsistent'[강조는 인용자]. ... 어떤 AS가 비-일관적 귀결을 갖지 않을 경우 즉 ~(Eh)(f → (h & ~h))일 경우, 우리는 그 체계를 '일관적consistent'이라 칭한다." (46-7쪽)

 다음으로 Carnap은 여러 정리들을 증명하는데, 개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a) 비-일관적 공리체계는 공허하다, (b) 공허한 공리체계는 비일관적이다, (c) c-공허한 AS는 c-비일관적이다, (d) 그 역도 성립한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증명절차는 다음 절에서 탐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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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을 넘어서 - 수학의 우주, 그 경계를 찾아 떠나는 모험
유지니아 쳉 지음, 김성훈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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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개념을 다루는 수학기초론 및 수학에서 무한이 응용되는 사례를 평이하게 소개하고 있는 교양서이다. 1, 2부 구성으로 각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1부에서는 연산과 수 개념의 확장, 가산성 개념의 논리적 명료화, 무한집합의 특성과 계층, 기수/서수 연산에 이르기까지, 수학기초론에서 다뤄지는 무한개념 및 그와 얽힌 사안들을 먼저 설명한다. 수식이나 형식언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직관적인 예시들을 곁들려 일상언어로 설명하기에, 수학기초론을 전연 모르는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기초적인 핵심 개념이나 논제들을 간략히 파악할 수 있다. 2부에서는 대수학, 차원 개념, 범주론, 무한소와 미적분, 수열과 극한 등 수학의 여러 분야에서 무한 개념이 활용되는 방식을 맛보기로 소개한다. 다만 구성방식이 방식인만큼 1부에 비해서는 파편적이거나 피상적이라고 여겨져 약간 지루하게 여겨졌다. 1부에서도 (저자가 순수수학자여서 그런지) 집합론의 미묘한 논리철학적 부분이나 그와 얽힌 역설에 관한 이야기가 빠져 있어서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어쨌든 고등학생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면서도 학술적인 면에서도 적당히 내실을 갖춘 교양서이기에, 수학기초론에 관심하는 일반 독자층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 싶다. 동일 주제를 다루는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 노야 시게키, "무한론 교실", 모리스 클라인, "수학의 확실성", 애머 D. 악젤, "무한의 신비" 등을 읽은 바 있는데, 이 책과 시게키의 책으로 입문한 뒤 클라인과 악젤의 책으로 살짝 수준을 높여보는 것도, 교양 수준으로 수학기초론에 접근하는 하나의 독서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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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유혹 - 미술시장으로 본 현대미술
정윤아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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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미국 미술시장의 발전사 및 동시대 유명 작품들의 경매 낙찰가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이 변모해온 과정을 가볍게 살펴보고 있는 교양서이다. 미술시장의 '발전사'라고는 했지만 전문적이고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기보다는, 유명 딜러 및 컬렉터들의 활약을 통해 소호, 첼시 등지에 예술지구가 형성되어온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미국 현대미술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는 식이다. 그래서 현대미술과 미술시장계 양자를 잘 모르더라도 부담없이 읽어가면서 50년대 이후의 미술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책이 저술된 시기인 2000년대 초중반 즈음 유명 작가들 작품의 경매 낙찰가를 수시로 언급하고 있어서, 컨템퍼러리 아트시장에서 인기있고 강세를 보이는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물론 책이 나온지 십 년도 더 되었고, 그간 NFT 작품이라든가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들이 등장하는 등 기술발전에 따른 적지 않은 변화가 미술계에도 불어닥쳤을 것이기에, 이 책이 미술시장과 미술계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한번쯤 가볍게 읽어볼 만한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지루하게 서술하지 않으면서도 피상적이거나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구매소장해서 여러 번 재독하라 권할 정도는 아니지만, 혹여 중고서점에서 발견한다면 사서 두고 심심할 적마다 읽을 만한 정도는 되겠다. 


 보통 사람들은 미술품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소위 '그들만의 세계'에 혐오감을 느끼거나 예술에 돈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를 곱지 않게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인간 문화의 여타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고래로 순수예술 역시 경제적, 금전적인 바탕이 갖춰진 채여야만 의미있게 발전할 수 있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이런 방향에서 현대미술의 발전을 엿보는 것도 한번쯤 접해볼 만한 유의미한 경험인 듯하다. 대학 시절 교양강의 과제를 위해 억지로 펴들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의외로 재밌고 흥미로워서 하교길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00년 전후의 모더니즘 미술사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 추상표현주의를 위시한 5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읽는 소득도 꽤 있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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