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형식이나 스타일 면에서는 1권과 차별되게 할 말이 없다. 다루는 이론이나 입론들을 논증적으로 재구성하고 세세하게 해설 및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되기에, 철학사 책으로서는 통시적이기보다는 공시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역시 의당한 말이겠지만 내용상으로는 언급할 차별점들이 몇 있다. 우선 '의미의 시대'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언어철학 내지 의미이론 분야들을 논의 하는비중이 1권에 비해 좀 더 큰 편이다. 1권은 부제가 '분석의 여명'이었던 만큼 무어,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 논리실증주의의 검증주의 의미이론, 콰인의 분석성 공격 및 전체론 논의 등과 같이, 태동기 및 본격적인 발흥기의 분석철학이 인식론, 언어철학, 수학철학, 형이상학(논리-원자론), 과학철학(분석적 전통의 신-경험주의, 환원주의, 전체론), 윤리학과 메타윤리 등 철학의 하위 분야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다채롭게 보여주었다. 반면 2권의 논의는 후기 비트겐슈타인과 일상언어철학 및 그라이스의 화용론에서 시작해, 대략 "사물과 대상" 시기 콰인의 번역 불확정성 논제와 의미/지시 제거주의 및 데이비슨의 진리론적 의미론 프로그램을 거쳐, "명명과 필연"의 크립키에서 끝맺으면서, 주로 언어철학과 의미 문제에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일상언어철학 파트에서는 심리철학, 진리론, 좋음 개념 분석, 인식론적 회의론과 감각질 개념 등을 논하면서 순전한 언어철학 외부 분야의 논의도 끌어들이는 다채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논의되는 철학자들 원전이 1권에 비해 더욱 자주 인용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인용 후에는 저자 나름대로 해설하고 논증적으로 재구성한 뒤 역시 저자 고유의 논증으로 치밀하게 파헤치는 서술스타일은 여전하다. 국내 철학서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G. 라일, P. F.스트로슨, R. M. 헤어, N. 맬컴, J. L. 오스틴, H. P. 그라이스 등 일상언어학파의 철학을 (일부 분야나 주제에서나마) 상세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된 장점인 듯하다. 단순히 일상언어학파 학자들을 양적으로만 많이 소개하기 때문이 아니라 각 학자들의 주제 선정에도 질적으로 칭찬할 만한 특징이 있는바, 단순히 '언어의 일상적 사용과 그 분석을 중시한 흐름'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다뤄질 법한 주제들이 아니라, 전술했듯 심리철학, 진리론, 메타윤리, 인식론적 회의론 등 철학의 하위 분야나 특정 논제에서 일상언어분석적 기법을 통해 두각을 보인 인물들의 이론을 선별하여 파헤치는 식이어서, 1권과 유사한 스펙트럼으로 분석철학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기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아마 책의 모체가 프린스턴에서 행해진 강의였기 때문일 것이라).
2권까지 완독한 뒤 막상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통시적이기보다는 공시적, 논증적, 주제적이기에 통상적인 철학사 책이라는 느낌이 다소 희박하다는 일전의 생각이 좀 교정되는 듯하다. 서술 스타일이야 어찌되었든, 철학적 분석 및 언어 의미라는 큰 줄기를 중심에 둔 채 전통철학의 여러 분야들에 대해 진행되어온 분석적 스타일의 현대철학을 다각도로 논의해냈다는 점 역시 철학사 서적의 특징으로서는 부족함 없는 속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1권 서문에서 밝히듯 형식적이고 테크니컬한 분야들은 제외하고 좀 더 전통적인 하위분야에 집중하여 분석철학이 진행되어온 모습을 보여준다는 특징이, 이 책을 철학사 서적으로서 꼴짓는 데에 일조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다만 크립키 이후에나 철학적 상식처럼 여겨지게 된 필연성/분석성/선험성 구분 및 인식론적/형이상학적 양상성 구분을, 크립키 이전 철학자들의 이론을 평가하는 데에 전가의 보도마냥 자주 활용하는 모습은 철학사 서적으로서는 공정치 못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