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mantic Tradition from Kant to Carnap : To the Vienna Station (Paperback)
J. Alberto Coffa / Cambridge Univ Pr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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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주제를 특이한 관점에서 다채롭고 풍부하게 풀어내고 있는 전문 학술서이다. 칸트 이후 전개된 인식론, 지식론적 흐름에서부터 논리실증주의자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철학적 논쟁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사를, 선험성 개념을 둘러싸고 전개된 의미론적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축으로 삼아 살펴보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부분적인 철학사 내지 철학사조에 관한 서적이지만, 각 장이나 주제에 따라 인식론적, 형이상학적, 논리철학적 수학철학적, 언어철학적, 과학철학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전개되기도 하기에, 내용 면에서 여타 통상적인 철학사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언급된 다양한 철학분야들은 물론이요, 칸트철학 및 그 이후 20세기 초까지의 일반적인 철학사에도 다소 숙달해 있지 않은 이상, 초심자가 무턱대고 읽기에는 매우 버거울 듯하다. 다뤄지는 인물들의 범위 역시 다채로운바 칸트, 신칸트학파, 후썰, 카시러, 프레게, 러셀, 초중기 비트겐슈타인, 카르납, 포퍼 등 철학사에서 메이저한 인물들부터, 볼차노, 헬름홀츠, 브렌타노, 푸앵까레, 힐베르트, 슐릭, 노이라트 라이혠바흐 등 철학사에서 약간 마이너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철학사에 맞닿아 있는 인물들까지도 망라한다. 

 이렇듯 진입장벽이 매우 높긴 하지만, 철학사에서의 의미론적 전통이라는 생소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끈기 있게 붙든다면 재미도 느끼고 얻는 바도 많은 독서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철학사 서적에서 논리실증주의에 대해 의미 검증주의와 그 반박만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논리실증주의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도식화된 형태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2장 후반부를 읽다 보면 그러한 일반적인 규정이나 통념이 과도하고 부당한 단순화에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볼프강 스테그뮐러의 "현대 경험주의와 분석철학"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이러한 점을 깨달은 적이 있다.)


 다른 저서들의 서지사항에서 몇 번 본 바 있고, 특히 샤피로의 수학철학책에서 자꾸 언급되는 책이길래, 도시 어떤 책인가 하는 막연한 궁금함만으로 무턱대고 사서 펼쳐들었다. 읽고 보니 개인적인 취향에도 수준에도 적당히 들어맞는 책이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다만 내용이 워낙 풍부하고 세밀한 데다가 독해실력마저 좋지 못해 모든 내용들을 속속들이 논증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유관 문헌들을 더 읽고 숙달한 뒤 여러 번 재독하고 번역해가면서 언젠가는 더욱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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