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ical Analysis in the Twentieth Century, Volume 1: The Dawn of Analysis (Paperback, Revised) - The Dawn Of Analysis
Scott Soames / Princeton Univ Pr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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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중반의 분석철학계를 풍미했던 주요 철학자들의 철학을 논증적으로 파헤치는 전문서이다. 무어와 러셀의 철학에서 시작해 초기 비트겐슈타인과 논리실증주의를 거쳐 '두 독단' 시키의 콰인까지 다루는데, 책 내 배치 순서 등 외양에서 비춰지는 바와는 달리 정통적인 스타일의 철학사 서적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연대순으로 진행되는 논증적 논쟁적 스타일의 저술이다. 책의 통일적인 세부구성에서도 그러한바, 각 철학자들의 이론 내에서 구분될 법한 큰 줄기를 따라 서넛의 장이 할당되고, 각 장 초입에서 해당 테마에 대한 해당 철학자의 논증(혹은 그 철학자의 입장에서 제시될 법한 논증적 재구성)을 기술한 뒤, 이를 저자 나름대로 논증적으로 분석 및 평가한다. 기술적 해설적 부분보다는 논증적 평가적 부분이 내용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해당 철학자의 입장을 기술 및 재구성할 때든 그것을 평가하거나 반박하는 저자 고유의 논증을 시도할 때든 약간 준형식적인 언어로 상당히 세세하고 정교하고 복잡하게 논의가 진행된다. 이렇듯 역사적이기보다는 주제적이고 해설적이기보다는 논증적인데다가 논의 수준도 상당히 밀도 높고 복잡하기에, 초심자는 물론이요 일반 독자층이 무턱대고 읽기란 전연 불가능하며, 저자가 겨냥한 대로 철학과 학부생 3, 4학년 내지 대학원 초입생 및 그 정도의 수준을 갖춘 독자층이어야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전문서라 하겠다. 각 철학자들의 이론에 대한 폭넓고 심층적인 배경지식과, 철학의 전통적 하위분야(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등) 및 주제별 하위분야(논리철학 언어철학 과학철학 등)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갖춘 채, 분석철학적 경향에서 대체로 드러나는 준형식적 논증스타일을 기죽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고 숙고해가며 읽어낼 수 있겠다. 



 책의 존재를 검색으로 처음 알고 난 뒤 큰 기대감에 곧바로 무턱대고 주문했다. 큰 어려움 없이 읽어갈 수 있으리라 만만히 여긴 대가를 초독 시에 톡톡이 치렀던바,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논증들 중 비교적 익숙해 있다고 여긴 테마에서마저 온전히 이해하고 소화해낸 것이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내용은 제대로 파악 못한 채 우격다짐으로 글자만 읽어내려가던 것이, 2권은 끝내 그 글자만 읽는 일마저도 완독을 못하고는 크립키에서 중도 포기했다. 내용과 의미를 못 따라가니 당연한 결말이었다. 네 달이 지나 밀린 숙제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도해보았다. 어렵고 복잡하고 숨쉴 틈 없다고 여겨진 건 여전했지만, 초독 시보다 더 가다듬은 호흡으로 집중해서 읽어가다보니 저자의 논의스타일을 따라가며 논증의 골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책에 덤빌 때는 정제된 철학적 지식 자체를 전달하기보다는 그 지식을 전문적 논증적으로 파헤치는 성격의 저서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문적인 철학논문 한 편 마저도 제대로 읽어낼 줄 아는 학술적 소양이 없던 나로서는, 읽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그 실패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거듭나게 해줄 책이었던 셈이다. 차후에도 몇 년에 걸쳐 너덧 번 더 재독할 물건으로 남겠다(물론 나에겐 모든 책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국내 철학책에서는 마주칠 기회가 참 적은 무어의 철학이 상세하게 다뤄진다는 점과, 아무리 정교하고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철학적 이론이라도 그것이 우리가 지닌바 先이론적 先철학적 일상적 직관 내지 확신과 배치될 경우 의심의 눈초리는 전자에게로 돌려져야 한다는 무어의 메타철학적 방법론, 그리고 그 방법론이 저자에 의해 곳곳에서 간접적으로 원용되고 있다는 점 등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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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강의 - 순수 미술의 탄생과 죽음
조주연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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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구성으로 알차게 쓰인 중급 수준의 현대미학 서적이다 목차에사부타 명료하게 드러나듯이, 대략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중후반에 이르기까지의 미술사를 모더니즘-아방가르드-포스트모더즘 계열로 대별하여 총론을 다룬 뒤, 각 챕터별로 특정 작가 및 작품군들을 총론에서 정립된 틀에 따라 종합적으로 해설해준다 양적으로 다소 방대하고 질적으로도 적잖이 학술적이지만 쉬운 서술과 깔끔한 구성이 읽는 피로감을 덜해주기에, 적당한 독서역량을 갖춤과 더불어 인문학적 논의스타일에 익숙해있다면 대학생 이상의 성인층이 교양서로 읽기에도 적합한 편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고백하는바 익명의 심사자가 지적했다던대로 특정 이론가들의 관점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많아 (이는 논의의 핵심적인 대목에서 인용 및 논지의 출처를 밝히는 주석만 일별하여도 쉬이 드러난다) 자칫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해분야의 전문가로서 이 책을 엄밀한 학술적 근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교양서로 읽고 향유할 알반 독자층이 크게 괘념해얄 정도의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자로서의 분별력과 양심을 갖춘 전문가라면 이 정도의 특이사항은 알아서 잘 파악하고 참작하여 대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방가르드‘라는 용어와 얽힌 개념적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 소득이다 그린버그의 불분명한 기준과 용어법으로 초래된 혼란이 80년대 후반까지 미술비평계에 만연해 있었다는 점, 미국의 비평적 미학적 담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내에도 이런 경향이 강했다는 점, 후대의 역사적인 평가와 분석이 좀 더 진행되면서 이런 혼란에 대한 진단과 교정을 위한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 등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돠었다 현대미술에 관심하기 시작한 고등학생 시절부터 모더니즘-아방가르드 개념 간의 관계가 잘 이해되지 않아 늘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는데, 해묵은 갈증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 좋은 독서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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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모든 것
요나스 피스터 지음, 손영식 외 옮김 / 북코리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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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하위 분야별 주요 주제들을 철학사 순으로 간략하게 정리한 개론서이다 모든 내용이 간결하고 압축적인 논증과 반박논증으로 구성되어 있어 철학사에서 굵직한 주제들과 그에 대한 주요 철학자들의 입장을 개략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배치는 철학사 순이지만 철학사 책이라기보단 주제별 입문서라 봐야겠다 논의가 극히 개괄적이고 피상적이어서 숙달자에겐 필요가 없고, 이제 갓 입학한 철학과 학부 1년생 내지 철학사 교양강의를 수강하는 대학생에게 보조수단으로 추천될 법하다 적당한 독서역량과 더불어 추상적이고 생경한 논의에도 기죽지 않을 지적 배짱을 갖추었다면 고등학생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겠다 간략하고 기초적인 교과서같은 느낌의 책이기에 지적 흥미를 느끼며 읽을 교양서로는 적합지 않고, 쉬운 난이도와 피상적인 논의로 인해 반복적으로 활용할 책으로도 요긴한 편이 아니니,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두든 구매소장보다는 빌려서 일별하기를 추천한다

사족. 다뤄지는 주제뿐만 아니라 주제에 대한 접근법 역시 영미철학 내지 분석철학쪽으로 다소 치우쳐 있다 이는 20세기 철학이 다뤄지는 4부에서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니 초심자라면 좀 더 균형있는 시각을 위해 비슷한 분량과 난이도에서 대륙철학 위주로 쓰인 남경태, ˝한눈에 있는 현대철학˝을 병행하여 읽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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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보는 패러독스 패러독스로 배우는 논리
손병홍 지음 / 새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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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렷한 주제의식 하에 깔끔하고 알뜰하게 구성된 초중급 교양 논리학 저서이다. 제목에 충실하게도, 철학사의 주된 역설들을 기초적인 논리학 수준에서 분석하고 재구성하여 평가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역설과 얽힌 논리적, 철학적, 수학기초론적 사안과 쟁점들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논구 및 해설해준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책 전체에 걸쳐 모든 역설들을 자연언어로 준형식화하여 논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해당 역설의 도출과정에서 어떤 지점에 논리적, 의미론적, 철학적으로 문제성이 있는지를 분명하고 깔끔하게 드러내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기초적인 논리학 지식이 있다면 무리 없이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겠으나, 논리학을 학습해본 적 없는 사람이어도 통상적인 논리적 직관만으로 충분히 논의를 따라갈 수 있게끔 서술되어 있다. 철학적으로 적잖이 복잡하고 난해한 주제임에도 이렇듯 초보자에게 접근성이 좋은 탁월한 교양서이니, 개인의 기호와 관심하는 정도에 따라 구매소장도 적극 추천할 법하다. 


 절판되긴 했지만 입수하거나 이용할 경로가 있다면 야마오카 에쓰로의 "거짓말쟁이 역설"을 함께 읽는 것도 좋겠다. 이 책과 비슷한 분량과 난이도로 쓰였으면서 이 책에 제시된 바보다 좀 더 다양한 접근법이나 이론들을 조금 더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으니, 이 책으로 먼저 입문한 뒤 개괄적으로 이해한 바를 보강 및 확장하기에 매우 적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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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라 부른다 - 라이프니츠부터 튜링까지, 생각하는 기계의 씨앗을 뿌린 사람들
마틴 데이비스 지음, 박상민 옮김 / 인사이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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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논리학 및 수학기초론 발전사의 핵심을 빠르고 흥미롭게 개관해볼 수 있는 중급 수준의 교양서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라이프니츠에서 튜링에 이르기까지, 현대 컴퓨터가 탄생하는 이론적 배경이 된 현대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삶과 이론을 평이하고 매끄럽게 서술해내었다. 주제 자체가 마이너하고 전문적이다보니 이론적, 학술적 내용이 다뤄지는 부분에서는 다소의 선지식과 강한 흥미를 지니고 있다면 좀 더 깊고 풍부한 독서가 가능할 테지만, 구성이 깔끔하고 서술의 전달력이 높아 끈기만 있다면 초심자도 논의의 핵심을 얼추 파악해가며 지치지 않고 읽어갈 수 있을 수준으로 잘 풀어낸 탁월한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환원'을 '축소'로, '추론규칙'을 '추정의 원칙'으로 번엵하는 등 몇몇 전문용어들에 대한 번역이 간혹 아쉽긴 하지만 매우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일 뿐, 추정컨대 원서 자체가 매끄럽게 쓰여서인지 전반적으로 읽어나가는 데에 무리가 없는 무난한 번역이라고 여겨졌다. 현대 논리학 내지 수학기초론의 간략한 발전사를 알아보고자 하는 누구에게든 주저치 않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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