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유혹 - 미술시장으로 본 현대미술
정윤아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1950년대 이후 미국 미술시장의 발전사 및 동시대 유명 작품들의 경매 낙찰가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이 변모해온 과정을 가볍게 살펴보고 있는 교양서이다. 미술시장의 '발전사'라고는 했지만 전문적이고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기보다는, 유명 딜러 및 컬렉터들의 활약을 통해 소호, 첼시 등지에 예술지구가 형성되어온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미국 현대미술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는 식이다. 그래서 현대미술과 미술시장계 양자를 잘 모르더라도 부담없이 읽어가면서 50년대 이후의 미술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책이 저술된 시기인 2000년대 초중반 즈음 유명 작가들 작품의 경매 낙찰가를 수시로 언급하고 있어서, 컨템퍼러리 아트시장에서 인기있고 강세를 보이는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물론 책이 나온지 십 년도 더 되었고, 그간 NFT 작품이라든가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들이 등장하는 등 기술발전에 따른 적지 않은 변화가 미술계에도 불어닥쳤을 것이기에, 이 책이 미술시장과 미술계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한번쯤 가볍게 읽어볼 만한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지루하게 서술하지 않으면서도 피상적이거나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구매소장해서 여러 번 재독하라 권할 정도는 아니지만, 혹여 중고서점에서 발견한다면 사서 두고 심심할 적마다 읽을 만한 정도는 되겠다. 


 보통 사람들은 미술품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소위 '그들만의 세계'에 혐오감을 느끼거나 예술에 돈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를 곱지 않게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인간 문화의 여타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고래로 순수예술 역시 경제적, 금전적인 바탕이 갖춰진 채여야만 의미있게 발전할 수 있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이런 방향에서 현대미술의 발전을 엿보는 것도 한번쯤 접해볼 만한 유의미한 경험인 듯하다. 대학 시절 교양강의 과제를 위해 억지로 펴들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의외로 재밌고 흥미로워서 하교길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00년 전후의 모더니즘 미술사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 추상표현주의를 위시한 5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읽는 소득도 꽤 있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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