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괴롭게 하는건 언제나 우리의손이 닿지못하는 것들이다 가려운등을 어쩌지못하여 신과사랑을찾아 한밤중골목길을 떠돌아다니는 시인과형이상학자를 생각해보자 그날아침, 쏘가리에게 하고픈말이 있었지만, 아직도 전하지 못하였다 버스정류장뒤 몇년째 공사중인 교회건물 유리창에 비친 메마른 내뒷모습을 꼭 끌어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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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형이상학적 악‘이라는 개념은 들어보고 배워본 바 있는데 ‘형이상학적 불행‘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1에서 두 번째 전제는, 구문론적으로(어쩌면 의미론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지만, 형이상학적으로는 부적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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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불길한 결론의 형이상학적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당신이 느끼는 불길함은 당신의 인간됨에서 나오는가 당신의 사유함에서 나오는가? 전자라면 당신의 존재가 신의 그것과 멀어진 정도는 얼마만한가? 후자라면 당신의 사유가 신의 그것과 멀어진 정도는 얼마만한가? 이 모든 물음이 성립할 메타-조건이란 당신이 존재론적으로든 인식론적으로든 신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것일진대, 그럼 당신이 그렇게 멀어진 정도를 잴 수 있는 척도를 쥐고 있는 이는 또 누구인가? 당신은 당신의 몸에 달려있지 않은 주머니를 뒤져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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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뒤안길
W.바이셰델 / 서광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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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적이고 체계적인 철학사는 아니지만 형편없이 피상적이고 조야하지만도 않은 중급 수준의 철학사 입문서 내지 교양서이다. 제목과 컨셉에 걸맞에 주요 철학자들의 생애와 가벼운 일화를 통해 그 사상의 핵심을 학술성을 탈색한 비교적 가벼운 스타일로 풀어낸다. 그러면서도 질낮은 대중서들마냥 무턱대고 피상적이거나 경박스러운 게 아니라, 나름 진지한 어휘와 문체로 각 사상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핵심을 십분 전달해낸다. 부담없는 교양서로 읽되 나름의 진중함도 기대하는 독자층에게는 장점일 수 있겠는 반면, 아무리 입문서, 교양서라도 체계적인 정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구심점이 없어 산만하다 여겨질 수 있겠으니, 구매소장은 내용 일부를 일별해본 뒤 스스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겠다. 


 사족. 다루는 철학자들 선정이 약간 편향적이라는 점이 사소한 단점으로 눈에 띈다. 흄을 제외하고는 홉스, 로크, 버클리, 밀 등 영국 경험론 진영 철학자들이 대거 빠져 있는 반면, 비교적 마이너하기에 여타 철학사 교양서들에서는 통상 빠져있는 에크하르트, 쿠자누스, 포이어바흐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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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철학 - 비판적 연구
니킬 무커지 지음, 한상기 옮김 / 서광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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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신생분야를 매끄러운 구성으로 평이하게 소개하고 있는 전문 입문서이다. 역자는 물론이요 저자 스스로도 강조하듯이 체계적인 구성이 우선 돋보인다. 주제분야의 특성상 흥미롭고 이목을 끌만한 연구결과나 사례, 방법론 등을 파편적, 일회적으로 나열하면서 논의를 다소 지리멸렬하게 이어나갈 책이 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논증적으로 논의를 구성하고자 했던 기도가 역력히 드러나며 실제도로 책의 꼴이 그러하다. 이에 1장에서 전통철학/실험철학의 방법론과 그에서 귀결하는 내용적 특성을 메타적으로 구분지으며 각각을 명료화하고(해설부), 2장에서 는 앞 장에서 제시된 구분점들을 토대로 실험철학의 방법론적 도식을 상세히 분석 및 정리하면서 그 철학적 함의를 논증해낸 뒤(논증부), 3장과 4장에서는 두드러진 연구사례와 반론/재반론을 각기 다룬다(적용 및 반성부). 이렇듯 건축술적으로 매끄럽고 알뜰하게 구성된 내용을 최대한 쉽고 간명한 언어와 어조로 풀어내고 있어서, 낯설고 직관적으로도 희한하게 여겨지는 분야의 학술서임에도 기죽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메타적인 분야를 다룬다는 특성상 1계수준의 전통철학 및 그 특수 주제들에 대한 논의에 익숙해 있다는 전제 하에서야 이런 특성들이 유의미한 장점으로 여겨질 것이다. 직역투 번역이 자주 거슬리긴 하지만, 원체 원서가 탁월한 탓인지 읽어나가는 데에 크게 방해가 된다거나 내용을 알아먹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양적으로 적당하고 질적으로도 견실한 책이니 해당 분야에 관심하는 정도에 따라 구매소장도 적극 고려해 봄직하다. 


 책에서 논의에 종종 삽입되고 사례분석 파트에서도 한 절을 꿰차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지식 개념에 대한 JTB분석과 게티어 논증이다. 대학시절 분석적 전통의 인식론을 처음 배울 때도 그러하였고 그 이후로 인식론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온 바인데, 게티어가 JTB조건에 대해 제시한 반례를 진정한 반례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부터가 그 논증을 이해하는 데에 관건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모든 인식론 책에서는 이를 반례로서 당연시하고 게티어 사례 이후 제안된 인식론적 입장들에 대한 논의로 곧잘 넘어가버리지만, 철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직관에서는 그 반례가 도대체 왜 반례가 된다는 것인지부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후의 복잡한 논의들도 무의미하고 현학적인 말장난으로 여겨지기 쉽다. 막연하게 이 정도만 생각했을 뿐 깊이 천착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이 지점을 철학적으로 건드려볼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신선했다. 실험철학이 전통철학을 그저 비맥락적으로 대체하거나 무효화하는 게 아니라, 전통철학의 방법론과 그것이 함의하는 바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최종적인 주장에 설득력을 느낄 수 있었던 많은 지점들 중 하나였다. 기존에 배워온 철학이론이나 방법론이 분명 미심쩍지만 그 미심쩍은 지점이 어디이며 그것을 어떻게 건드려야할지 막막하다고 여겨지는 일이 많다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반복학습해온 소위 <철학적 직관>이라는 것부터가 의심스럽고 외려 반직관적이라 여겨진다면, 의문 해소의 실마리나 개략적인 조망점을 기존의 1계철학 분야에서가 아니라 실험철학 분야에서 진지하게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강 과감히 표현해 철학이 인간과 세계를 가장 근원적인 수준에서 탐구하는 학문이라 할진대, 그런 근원적인 학문을 함에 있어서마저 무비판적으로 당연시되어온 철학적 직관 역시 근원적인 의문에 부쳐보되, 이를 전통철학과는 다른 메타적인 층위로 가져가 다소 현대적인 방법론으로 검토해본다는 점에서, 실험철학은 분명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으면서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철학관에 부합하는 철학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심어준 독서였다. 읽으면서도 리뷰를 쓰면서도 많은 생각이 자꾸 슝슝 떠올라, 지적인 활력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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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ical Analysis in the Twentieth Century, Volume 2: The Age of Meaning (Paperback)
Scott Soames / Princeton Univ Pr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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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형식이나 스타일 면에서는 1권과 차별되게 할 말이 없다. 다루는 이론이나 입론들을 논증적으로 재구성하고 세세하게 해설 및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되기에, 철학사 책으로서는 통시적이기보다는 공시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역시 의당한 말이겠지만 내용상으로는 언급할 차별점들이 몇 있다. 우선 '의미의 시대'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언어철학 내지 의미이론 분야들을 논의 하는비중이 1권에 비해 좀 더 큰 편이다. 1권은 부제가 '분석의 여명'이었던 만큼 무어,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 논리실증주의의 검증주의 의미이론, 콰인의 분석성 공격 및 전체론 논의 등과 같이, 태동기 및 본격적인 발흥기의 분석철학이 인식론, 언어철학, 수학철학, 형이상학(논리-원자론), 과학철학(분석적 전통의 신-경험주의, 환원주의, 전체론), 윤리학과 메타윤리 등 철학의 하위 분야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다채롭게 보여주었다. 반면 2권의 논의는 후기 비트겐슈타인과 일상언어철학 및 그라이스의 화용론에서 시작해, 대략 "사물과 대상" 시기 콰인의 번역 불확정성 논제와 의미/지시 제거주의 및 데이비슨의 진리론적 의미론 프로그램을 거쳐, "명명과 필연"의 크립키에서 끝맺으면서, 주로 언어철학과 의미 문제에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일상언어철학 파트에서는 심리철학, 진리론, 좋음 개념 분석, 인식론적 회의론과 감각질 개념 등을 논하면서 순전한 언어철학 외부 분야의 논의도 끌어들이는 다채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논의되는 철학자들 원전이 1권에 비해 더욱 자주 인용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인용 후에는 저자 나름대로 해설하고 논증적으로 재구성한 뒤 역시 저자 고유의 논증으로 치밀하게 파헤치는 서술스타일은 여전하다. 국내 철학서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G. 라일, P. F.스트로슨, R. M. 헤어, N. 맬컴, J. L. 오스틴, H. P. 그라이스 등 일상언어학파의 철학을 (일부 분야나 주제에서나마) 상세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된 장점인 듯하다. 단순히 일상언어학파 학자들을 양적으로만 많이 소개하기 때문이 아니라 각 학자들의 주제 선정에도 질적으로 칭찬할 만한 특징이 있는바, 단순히 '언어의 일상적 사용과 그 분석을 중시한 흐름'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다뤄질 법한 주제들이 아니라, 전술했듯 심리철학, 진리론, 메타윤리, 인식론적 회의론 등 철학의 하위 분야나 특정 논제에서 일상언어분석적 기법을 통해 두각을 보인 인물들의 이론을 선별하여 파헤치는 식이어서, 1권과 유사한 스펙트럼으로 분석철학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기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아마 책의 모체가 프린스턴에서 행해진 강의였기 때문일 것이라).


 2권까지 완독한 뒤 막상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통시적이기보다는 공시적, 논증적, 주제적이기에 통상적인 철학사 책이라는 느낌이 다소 희박하다는 일전의 생각이 좀 교정되는 듯하다. 서술 스타일이야 어찌되었든, 철학적 분석 및 언어 의미라는 큰 줄기를 중심에 둔 채 전통철학의 여러 분야들에 대해 진행되어온 분석적 스타일의 현대철학을 다각도로 논의해냈다는 점 역시 철학사 서적의 특징으로서는 부족함 없는 속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1권 서문에서 밝히듯 형식적이고 테크니컬한 분야들은 제외하고 좀 더 전통적인 하위분야에 집중하여 분석철학이 진행되어온 모습을 보여준다는 특징이, 이 책을 철학사 서적으로서 꼴짓는 데에 일조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다만 크립키 이후에나 철학적 상식처럼 여겨지게 된 필연성/분석성/선험성 구분 및 인식론적/형이상학적 양상성 구분을, 크립키 이전 철학자들의 이론을 평가하는 데에 전가의 보도마냥 자주 활용하는 모습은 철학사 서적으로서는 공정치 못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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