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은 배움 Learn이 아니라 스터디 Study다. 여기서 말하는 스터디란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데, 우리말로 딱 들어맞는 표현이 없다. ‘연구’라고 해석하면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인 학습이나 공부라는 단어를 쓰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모바이 아니라 ‘스터디’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독학이라는 말에는 왠지 고독한 느낌이 묻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다소 우울하게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독학의 ‘독’은 외로움을 뜻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 대신, 많은 것들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것도 어설픈 스승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스승을 곁에 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고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독학이다.

(..)

이 책은 혼자 공부를 시작했지만 왠지 불안하고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 그들에게 용기와 지침, 그리고 요령을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

이 책에서는 독학의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할 것이다. 대략적으로는 책을 읽는 법, 문제의식을 갖는 법, 생각하는 법, 그리고 교양을 쌓는 법이다. 이 방법들을 실제 삶에 적용해 보다면 공부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도 깨닫게 될 것이다.
속는 셈 치고 일단 시작해 보라. 독학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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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것이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시험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별로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도 별로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누군가의 의주에 맞게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에 비하면 ‘독학’이라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진도도 내가 나가고 싶은 만큼, 어떤 책을 읽건 내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읽다가 중단하고 다른 관심있는 책들을 찾아서 읽고 싶은 만큼 읽을 수 있는 자유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운좋게 놀 수 있는 여건이 꽤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분야의 책을 보고 읽고 싶은 책들을 읽기 위해서 확보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참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놀았던 시간에 대해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 한 권을 쓰려고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서문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독학의 즐거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본문 내용이 어떨지 살짝 기대 반 걱정 반이긴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험 성적을 조금 잘받아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그것이 정말 두뇌의 우수함이나 인간으로서의 유능함을 증명해 주는가? 그렇지 않다. 기껏해야 누군가에게 부려지는 도구로서의 성능이 ‘약간 우수하다’는 걸 보여 줄뿐이다.

시험이란, 미리 준비된 정답을 얼마나 많이 맞혔는지 평가하는 장치다. 출제자의 예상보다 뛰어난 수준의 답을 적었더라도 정해진 점수 이상은 얻지 못한다. 시험은 오직 정해진 범위 안에서의 사고만 허용한다. 또한시험은 지식의 양이나 요령의 숙련도 정도만을 측정한다. 암기력과 기술이 뛰어난 덕에 합격한 사람과, 실제로 해당 분야에 정통해 별도의 준비 없이도 합격한 사람의 질적 차이를 가려내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통틀어 후자의 공부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

알다시피 시험만을 목표로 한 공부는 괴롭고 압박이 크다. 한정된 시간 동안 흥미도 없는 내용을 얕고 넓게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면 그 지식은 자신의 피와 살이 되기도 전에 머리에서 사라진다.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런 공부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자신의 속도에 맞춰 끝까지 파 보는 독학이 훨씬 낫지 않은가?
알고 싶어서, 흥미가 있어서,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하는 공부만큼 강한 동기는 없다. 그런 동기는 억지로 유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독학이라는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힘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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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끌면 망한다. 모든 일에 이기려 하지 않되 지지도 마라. 수가 많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수가 많으니 이길 거라고 생각하니까 이긴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충분히 준비한 뒤,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면 당장 앞서지는 못해도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손자병법》으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책이 뜨는 이유다. 전략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 <지지 않기의 기술: 《손자병법》, 손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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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모공’의 두 번째 글은 언제 어떻게 싸울지를 이야기한다. "용병의 원칙은 (아군이) 열 배면 적을 포위하고, 다섯 배면 적을 공격하며, 두 배면 적을 분산시킨다. 대적할 만하면 적을 맞아 싸우고, (적보다 병력이) 적으면 적으로부터 달아나며, (적의 병력과) 대적할 만하지 못하면 적을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작고 약한 군대가 견고하게 수비할 수 있다면? 애석하게도 강대한 적의 포로가 될 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제대로 알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승리를 미리 알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 될 때를 아는 것이다.

- <지지 않기의 기술: 《손자병법》, 손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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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던 것 같습니다. 《영웅문》을 비롯해 《손자병법》, 《삼국지》 등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영문문》이 너무 재미있어서 1부, 2부, 3부를 읽는데 밤새 읽었던 적도 있습니다. 구양신공, 구음신경, 곽정, 황소저, 황약사 등등.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자병법》을 읽었는데 그렇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에도 굳이 이기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고 싶지도 않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는 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즉, 어쨌든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는 게 참 힘들어졌습니다. 그냥 내 할 일을 하려고 하지만,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유연해야 한다는 말, 황희 정승과 같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그렇다면 아래의 글들이 참 많이 와닿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은, 싸우지 않고 내가 지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필요하면 기세를 부릴 일입니다. 상대가 수준 높아지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상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니까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잘된 것 중에 잘된 용병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용병이 잘된 것 중의 잘된 용병이다."

- <지지 않기의 기술: 《손자병법》, 손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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