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것이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시험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별로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도 별로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누군가의 의주에 맞게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에 비하면 ‘독학’이라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진도도 내가 나가고 싶은 만큼, 어떤 책을 읽건 내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읽다가 중단하고 다른 관심있는 책들을 찾아서 읽고 싶은 만큼 읽을 수 있는 자유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운좋게 놀 수 있는 여건이 꽤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분야의 책을 보고 읽고 싶은 책들을 읽기 위해서 확보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참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놀았던 시간에 대해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 한 권을 쓰려고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놀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서문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독학의 즐거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본문 내용이 어떨지 살짝 기대 반 걱정 반이긴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험 성적을 조금 잘받아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그것이 정말 두뇌의 우수함이나 인간으로서의 유능함을 증명해 주는가? 그렇지 않다. 기껏해야 누군가에게 부려지는 도구로서의 성능이 ‘약간 우수하다’는 걸 보여 줄뿐이다.
시험이란, 미리 준비된 정답을 얼마나 많이 맞혔는지 평가하는 장치다. 출제자의 예상보다 뛰어난 수준의 답을 적었더라도 정해진 점수 이상은 얻지 못한다. 시험은 오직 정해진 범위 안에서의 사고만 허용한다. 또한시험은 지식의 양이나 요령의 숙련도 정도만을 측정한다. 암기력과 기술이 뛰어난 덕에 합격한 사람과, 실제로 해당 분야에 정통해 별도의 준비 없이도 합격한 사람의 질적 차이를 가려내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통틀어 후자의 공부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
알다시피 시험만을 목표로 한 공부는 괴롭고 압박이 크다. 한정된 시간 동안 흥미도 없는 내용을 얕고 넓게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면 그 지식은 자신의 피와 살이 되기도 전에 머리에서 사라진다.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런 공부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자신의 속도에 맞춰 끝까지 파 보는 독학이 훨씬 낫지 않은가? 알고 싶어서, 흥미가 있어서,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하는 공부만큼 강한 동기는 없다. 그런 동기는 억지로 유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독학이라는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힘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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