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 <나무의 시간>을 봤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니 나무향이 좋았습니다. 반듯하면서도 곡선이 있는 의자, 널찍하면서도 공간이 나있는 책장, 교회의 제대가 떠오르던 제단, 함수율 5% 미만의 목재로 만든 부엌가구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관수도원에서 본 반듯하고 견고한 나무 가구들이 떠올랐는데 같은듯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남희조 작가, 허회태 작가의 작품을 같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표를 예매할 때는 나무에 관한 전시라는 게 좋아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고 두 작가도 나무와 연관이 있겠지라고 여기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전시를 보는 중에 왜 이렇게 구성된 전시를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촌목공소와 두 분의 작가는 각각 서로 독립적이라 기획의도가 궁금했습니다. 어쩜 후원하는 누군가가 동일 인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나무 작품들은 최대한 본질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의도가 잘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침에 기사를 찾다보니 몇 해 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책 <<나무의 시간>>이 목재사업을 했던 내촌목공소 고문이 지은 책이고 작품은 이정섭 목수가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에서는 이정섭 목수에 대한 언급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못 봤거나 기억이 나지 않거나.

전시도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보고 좋다고 느끼는 게, 이 작품의 위대한 점을 들으며 끄덕이는 것과 같이 가야겠지요.

예술의 전당에서 불가리, 스와로브스키에서 했던 전시도 본 적이 있어요. 그 때는 볼거리가 풍성했고 역사 속에 존재하는 순간들을 볼 수 있었고 기업에서 하는 전시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 영상에서 본 내촌cell은 매우 흥미로워서
실물로 보고 싶었고, 자그마한 땅을 먼저 사고
내촌cell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당히 큰 금액이라 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은 일주일이나 한달정도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 이정섭 목수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손 때 묻어가기를 바랍니다.

*** 앞으로도 전시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가는
행위는 계속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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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썬>을 봤습니다. 추천합니다.

마침 영화 상영 후, 안희연 시인과 씨네21 남선우 기자가 시네토크(?)를 진행했어요. 오랜만에 영화제에 온 듯 영화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정확하게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거였지만, 같은 영화를 본 직후라 영화에 집중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습니다.

안희연 시인이 이 영화를 주제로 쓴 글이 있어 대담자로 초대됐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먹먹한 상태에서 대담이 시작돼 조금 멍했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지만 집중해서 보고 듣느라 무척 피곤해서 푹 잤습니다.

서른 한 살의 아버지 캘럼과 열 한 살의 소피, 그리고 아마도 서른 한 살이 됐을 소피를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합니다.

**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추천합니다.
꽤 많은 OTT에서 볼 수 있어요.

*** 아빠와 여름 여행을 같이 갔던 그 해가
열한 살때 였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와 딱 어울리는 나이입니다.
모든걸 이해할 수 있는 어린 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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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mdbeauty 2024-08-31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궁금해지는 영화네요! 낯선 영화 타이틀이지만 추천을 받고나니 왠지 기대가 더 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petites_proses 2024-08-31 22:23   좋아요 0 | URL
댓글 남겨주셔서 반갑습니다. ^^;;;
 

오노 나츠메의 만화는 여러 번 읽게 됩니다. 한권을 다 읽고 다시 돌아가서 또 읽습니다. 인물의 특징과 이야기 전개가 한 눈에 들어오진 않아서, 다시 읽다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느긋한 호흡이 좋습니다.
<<ACCA~>>의 그림체는 전에 읽은 최신작과는 살짝 다른데 - 좀 더 섬세하고 가는 선으로 되어 있어요 - 그래도 디자이너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굵은 선이든 가는 선이든 패션 디자이너 같이 마르고 선이 아름다운 실루엣이 있습니다.
<<GENTE>>도 볼 예정입니다. 예전에도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만화가 있었는데, 배경은 같지만 다른 만화입니다. 어제 저녁에 읽으려고 했지만, 오노 나츠메의 만화는 꽤 집중력이 필요해서 읽다가 주말로 넘겼어요.

오늘을 보내면 주말입니다.

긴 호흡의 책을 보거나 짧은 호흡의 책을 여러 권 뒤적일 수 있어서 좋은 주말입니다. 또 요 며칠은 날씨가 선선했는데, 주말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를 만나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제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처지를 달리하는 게 맞습니다.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를 주로 챙기고 만나려고 합니다. 직장에서는 얕고 넓게, 무난하게 지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어차피 내가 하는 만큼만 할 수 있지, 다른 이들까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직장이니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진지하게 지내고 있을테니까요.

맘편히 지낼 수 있는 시간들이 곧 오겠지요. 당장 생각을 고쳐서 맘이 편해지는 것과 시간이 흐르며 그로 인해 달라질 것들과 상황이 바뀌어 좀 더 자율성을 갖고 일하는 것 등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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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캔디를 읽었어요.
제목이 <<캔디 캔디>>인데 애니메이션은 <들장미 소녀 캔디>였던 것 같아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하는 가사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했어요.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이 만화가 준 영향이 크다는 거겠죠.

옛날에 읽었던 동화나 만화같이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화가 짧은지도 모르겠어요. 긴 세월을 지나 전승된 걸 보면, 원래 짧았거나 전해지면서 짧아졌겠지요.

1차 세계 대전이 있던 시대에 이렇게 당차게 살아가는 소녀가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 주제가의 가사와 다르게 캔디는 자주 울어요.
울고 나서는 곧 기운을 차리지만,
울음을 참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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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한 눈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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