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래는 자신의 환경을 조금도 과시하지 않았다. 지하상가에서 산 삼천원짜리 티셔츠를 입고 다녔고 편의점에서 파는 로션을 발랐다. 그런데도 그 애는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태가 났다. 그 애의 넉넉함은 물질이 아니라 표정과 태도에서 드러났다. 모래는 사람을 무턱대고 의심하거나 나쁘게 보려 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전전긍긍하지 않고 애쓰지 않았다. 관대했다.
그 관대함은 더 가진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비싼 자동차나 좋은 집보다도 더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 “모래로 지은 집”,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저, 문학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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