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금모으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너무나 많은 금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가격이 낮아졌고, 국제적인 금 공인을 안 받고 황급히 팔아서 원가보다 낮은 값에 팔려나갔다. 또한 애써 모은 금귀고리와 금반지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금을 무조건 금괴로 녹이는 것에만 집착했고, 그 바람에 금괴보다 더 값이 비싼 금장신구로 다시 세공해서 파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금 가공작업을 국내업체가 아닌, 해외업체가 도맡아 했다. 그로 인해 원료를 얻기 힘들어진 국내 금 가공업체들은 일거리를 놓쳐서 약 80%가 휴업 상태에 들어갔으며, 국내 금 가공 기술자들 중 절반인 1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나라를 살리자고 시작한 금모으기 운동 때문에 오히려 직업을 잃고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생겨났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거나 환급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해외에서 비싼 돈을 주고 금을 사왔는데, 원화의 가치가 낮아져서 국내에서 모은 금을 수출하는 돈은 적게 받으면서, 해외에서 금을 사오려면 많은 돈을 내야 했다. 한국 경제는 이중의 손해를 본 것이다. 또한 금괴 수출을 했던 대기업들은 금을 불법으로 유통하여 무려 2조 원이나 되는 세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한국 정부가 빌린 돈은 IMF 195억 달러, 세계은행IBRD 70억 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37억 달러를 모두 합쳐 302억 달러 규모였는데, 금모으기로 모은 금붙이들을 해외로 내다 팔고 번 돈은 고작 22억 달러에 불과했다. IMF에 갚아야 할 돈의 7%도 안 되는 아주 미미한 금액인데, 그게 대체 얼마나 도움이 되었겠는가.(<한겨레21> 208호 참고)

˝실업이 바꾼 세계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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