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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 번째 작품.
1번은 상실의 시대, 2번은 1Q84(누가 아이큐IQ 84라고 읽었더라...언니 아니면 은선이 일 것 같다)그리고 이번 뉴욕에 와서 읽은 해변의 카프카.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일 처음 접했던 건 대학교 1학년 `이음터` 동아리방 구석에서 였다. 머리카락과 먼지가 뒤섞인 그 곳에 있던 불운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은 바로 해변의 카프카 1,2였고 그 당시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해변의 카프카 1,2권을 엄청 빠른 속도로 야한 부분만 찾아서 읽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한데 겨우 8년 전인 그 때는 그랬다. 꽤 야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재밌는 `야함`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적당히 찾다 내려놨던 것 같다.
15살 `아이의 종점` `어른의 시발점`
다무라 카프카는 도무지 15살이라는 정보를 계속 읽으면서도 19살 훈내나는 청년을 상상하게 되는 미완성 성인같은 느낌이다. 눈에 초점이 없는데도 날카로워 보이는게 슈스케4의 로이킴처럼 생겼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오시마상은 정준영처럼 생기면 딱 어울리겠다. 훈내 소년 카프카의 아버지의 저주(예언이라고 하고 있지만)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읽다보니 27살. 20대 후반, 무직, 여 는 그래그래 가출도 하고 숲속 별장에서 허송세월도 보내고 엄마랑도 자고 누나랑도 자라 많이 많이 돌아가봤자 어리지 않니 싶었다. 부럽다 내용 다 떠나서 뭔가 허송세월 보내고 돌아와도 여유 넘치는 그 나이가 너무 부럽다. 하루키가 왜 주인공을 15살로 정했는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아마 하루키는 15살을 너무 진작에 보내서 15살이 어떤지 잊은 게 아닌 가 싶다. 너무 성숙해. 어쩌면 내가 요즘 15살, 실제 15살의 모습을 너무 어리게만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어머니 사에키 상이 15살에 열어놓은 입구의 돌을 시작으로 오이디푸스 현대판스러운 아버지의 예언에 방황하는 소년 카프카. 그 방황의 여정이 끝나도록 도와주는 매력적인 도우미들이 나오는데 고양이상 돌상과 이야기는 나카타상, 나카타상을 돕는 하와이안셔츠 드라이버 호시노 청년, 몸은 여자 영혼은 남자인데 왠지 여장남자가 아닌 남장여자같은 오시마상.
매력터지는 서브 캐릭터 나카타상 덕분에 진짜 헛웃음 계속 터져나왔다. 이미 나카타상의 매력 몇 에피소드가 지나가고 2권 중간에서야 나중에 읽어도 웃기겠다 해서 페이지 하나를 찍어놨었다.
˝호시노 상.˝
˝응?˝
˝어쩌면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알았다구,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구요. 한 발은 배에 올려놨는데 다른 도리가 없잖아.˝
˝지금 배를 타는 것입니까?˝ 하고 나카타 상이 물었다.
카프카의 옆에서, 혹은 같은 시간 속에서 도우미들의 대화를 듣고있자면 심각할 것은 하나 없어. 이상할 것도 하나 없고. 라는 묘한 위로를 받는 건 왤까. 혼자 심각한 카프카 너무도 담담히 그를 받아주는 새로운 동네,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과거의 비극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고 그리 깊지 않아 눈 깜짝하면 사라져 있고 해결되어있고 소중하거나 괴로운 추억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든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돌아왔든, 돌아오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든 결국엔 `나의 지난 일`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니(사회에, 타인에게) 덤덤히 받아들이고 즐기고 저질러도 된다. 아니지 될 것 같다.
어느 누구 못지않게 많이 저지르며 살아와서 엄마같은 마음으로 내 예전 용감 무식 발랄했던 지난 날들을 살짝 부끄러워 하며 회상해본다. 잘 했던 것 같다. 뭔 짓을 했든 참 잘한 짓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