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앵무새 열린책들 세계문학 56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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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앵무새는 나 혼자 만들어 낸 우연이지만 괜히 혼자 특별한 책이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집 앞 헌책방에서 전혀 제목도 작가도 들어보지 못한 거기다 내가 싫어하는 누런 내지의(이 냄새는 괜히 오싹해. 영혼이 깃들여져 있을 것 같은 그런.. 올드하면서도 사연있는 냄새) 책을 왠지 모르게 끌려서 샀다. 사놓고는 괜히 읽는데 시간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은 부담감에 일년 가까이 펼쳐보지도 않은 채 책장에서 묵혔다. 그리고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 도서관 내부 한 켠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의 추천 도서 코너가 있었고, 그가 추천한 대부분은 영문 소설이었지만 그 중 몇 안되는 한글 번역 도서에 이 `플로베르의 앵무새`가 있었다. 대단한 우연 맞아? 그 날 이후 이 책은 나와 알랭 드 보통이 통했다는 착각에 완전 급호감 MUST READ 책으로 돌변했고 미국 여행 중에 찬찬히 읽기로 결정하고 읽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참고 결국 25KG 캐리어, 안그래도 무거워 죽겠는 그 캐리어에 싣고 온 한국어 책 세 권 중 하나로 선택됐다(나머지 두권은 해변의 카프카 상/하 였다).

멕시코 칸쿤 여행 때 선베드에서 비치를 바라보며 읽는 책으로 선택해주었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왜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을 좋아하는 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작가 줄지언 반스의 문장은 디테일했고 읽는데 약간의 집중이 필요하지만 읽는 족족 명쾌하고 재치가 넘쳤다. 그리고 신기한 건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내내 다루고 있는 지난 세기의 작가 구스타프 플로베르의 글 일부가 계속되어 인용되는데 그의 문장은 가히 천재적이고 명확한데다 글 하나하나가 재치덩어리들이었다. 그러니깐 내가 느낀 것은 구스타프 플로베르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줄리언 반스가 동경을 했고 그 동경을 책에 옮겼고 그 책을 읽은 알랭 드 보통이 홀딱 반해 그 둘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았다는 글 맛과 문장력의 되물림이 진행되고 있음이었다. 너무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서두가 길다.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굉장히 즐겁게 읽어서 아직도 약간 흥분 상태인 듯 하다. -_ -

우선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장르는 모호했다. 난생 처음 보는 장르인데 전체적인 내용은 전기의 형식을 띄지만 화자는 작가가 아닌 창조된 인물 즉 작가 줄리언 반스가 아닌 작가 플로베르에 대한 전기를 쓰고 싶어하는 은퇴한 의사이다. 그렇다면 소설이 되어야하나? 소설이지만 내용은 전기이며 픽션다운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내용은 굉장히 수필스럽다. 명확하고 날카로운 인용과 역사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될대로 되라 식의 넋두리와 매우 주관적인 의견들도 넘쳐난다. 굉장히 신선하고 유익하고 흥미롭다.

내용은 이게 전부. 구스타프 플로베르의 인생을 되밟아가며 자신만의 의견 내는 은퇴한 의사 이야기


그리고 다시 읽고 싶어질 것 같은 부분을 접어가며 모은 주옥같은 에피소드와 문장들

P69-70 발이 다섯개 달린 염소<기형 동물 새끼>에 매혹된 플로베르

P87 이제까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을 말한다면, 몇 가지 생각들과 독서와 트루빌 바닷가에서 본 일몰 광경, 그리고 지금은 결혼하여 없는 존재와 마찬가지인 친구(알프레드 르 푸아트뱅)와 대여섯 시간 동안 내리 나누었던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거요

p97 분석적 책읽기와 취미로서의 독서에 대한 작가의 의견, 꽤 통쾌하다

P131 ˝잘 쓰인 책들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플로베르의 말을 인용한 꼬마 장 폴 사르트르의 일화

특별한 책을 읽을 때마다 저 말을 인용하여 교묘하게 허락을 받는 어린 아들에게 엄마가
˝나의 귀여운 아들아 그 나이에 이런 책들을 읽는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무슨 책을 읽을 거니?˝라고 하자 그 꼬맹이가 이렇게 말을 했다네 ˝그런 책에 쓰여 있는 것처럼 살아갈 거예요!˝
그리고 그 말을 했을 당시 아이가 읽고자 했던 책은 바로 ˝보바리 부인˝이었다고

P160 플로베리가 죽기 10년 전에 한 말 ˝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다.>

P185 행복의 세가지 전제조건 어리석음, 이기심 그리고 건강

P204 용서하고 그리고 달래는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상대방을 짜증나게 한다
(공감공감 백개)


책을 읽은 후 알아보고 싶어진 것들

1. 귀스타프 플로베르와 화가 귀스타프 클림트는 무슨 관계인가?
또 내 맘대로 우연은 소설 형식의 전기를 딱 두권 읽었는데 그게 이 두 인물이었다

2. 미남 보 브러멀, 본명 조지 브라이언
엄청 잘 생겼고 유명했던 영국 댄디즘 신봉자로 유명한 유행의 창시자였다는데 말년에는 프랑스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냥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찾아보고 싶어졌다.

3. 보바리 부인
꼭 읽어보고 싶은데 현이가 지루할 것 같다고 그래서 그 열정이 조금 식은 상태이다.

4. 라파르주 부인(비소 독살 사건의 범인)과 오를레앙 공작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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