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향연이구나.
특별히 이 전집이 좋은 것도 아닌데 여기 시리즈에 있는 거면 많은 사람이 두루 오래 읽었다는 뜻이겠거니 하는 믿음이 있어서 읽게돼. 근데 확실한 건 번역이 좆구려. 근데 더 확실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이 시간 쓸 가치가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읽은 십여 가지 작품들은.

이건 왜 읽게 됐냐. 언제나 그랬든 나만의 사소한 사연은 있고. 이방인의 화자와 시계태엽 오랜지의 화자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 현이의 말에 읽어야겠다 했어. 거기다가 꼭 봐야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알고 있었어서 원작 읽는 게 순서지. 했고. 나 근데 진심 아예 내용은 커녕 분위기, 장르도 몰랐어. 이거 완전 손꼽히는 싸이코 영화라며? 어쨌든...

회사 15분 거리에 있는 도곡도서관에서 민음사 전집 구역에 가서 어느것을고를까요알아맞춰보세요 수준으로 고민하다가 고른게 시계태엽오랜지와 달콥쌉싸름한 초콜릿. 금요일에 빌려서 얇은 책이라 주말 중에 다 읽고도 말줄 알았는데. 이런 망할 시계오렌지. 번역 왜 이 지랄? 내가 그간 번역으로 투덜댄거 적진 않지만 이번 책에 비하면 다들 감사해. 좆같아 진짜. 한국말도 영어도 못하는지.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지금 구글 번역기를 참고해서 원서를 번역하면 이정도 나올 것 같은데? 번역의 장벽에 부딪혀 포기할까도 하다가 북플에서 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마니아로 도장 줬거든. 긴장 놓다간 `김영하 마니아 스템프`처럼 잃을까봐 완독했어. 오 마법같은 북플.

줄거리 꼬! (스포일러 흐)

방황하는 청춘이라고 하기엔 도가 지나친 예비 살인마 십대무리 중 알렉스가 주인공. 그 중에서도 대장인데 모든 십대 무리가 그렇듯 본인의 자리에 불만가진 다수에 의해 함정에 빠져 감옥행. 특유의 영리함으로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빠져나올 희망이 보일 즘 게이 변태새끼가 찝쩍대는 걸 혼내주다가 도가 지나쳐서 감옥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돼. 여기까지 1부.

1부 내리 진짜 역겹고 불쾌해서 읽기가 어려웠어. 난 전부터 폭력이 싫더라. 적나라한 폭력이나 범죄는 나를 언짢게해. 거기다 복수라든지 분노라든지 하는 동기가 없이 무자비한 악은 아무리 소설이라고 타인의 삶이라고 하더라도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어. 그러지만 나는 민음사 마니아니까:

2부 줄거리 시작.(스포일러 흐)
그리고 격리된 와중에 살인을 저지른 젊은 범죄자는 악마로 단정되어 정부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치료에 실험대상으로 이용돼. 여기서 그 유명한 집게로 눈 꺼풀이 잡혀있는 영화 속 장면이 생기는 거지. 어쨌든 치료 후 악을 실행할 수 있는 의지를 없앴다고 판단한 정부는 알렉스를 사회로 내보내.

이야기 끝! 최대한 줄였다.

읽고 나서 하는 말은. 아 재밌다.
이건 내가 상상도 못했어. 재밌게 읽을 줄이야. 언짢은데 억지로 넘기던 소설이 이제와서 꽤 재밌고 꽤 의미있게 느껴져. 영화도 보고 싶은걸?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애 낳지 말자. 이건 너무 복불복.
세상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보면 참 비열하다.
무서워서 7시 이후 문 걸어 잠구는 한이 있어도 미국가고싶다.
폭력에 정당성은 절대 없다.
영화에서 적당히 보여줘야지 소설대로 너무 다 보여주면 나 힘들 것 같다.
맥주 한 잔 하고 싶다.

발췌!

이빨을 닦고 빠드득 소리를 내면서 내 쇳바닥, 즉 혀로 입을 닦아냈지. 그런 다음 늘 그렇듯이 옷을 벗으면서 내 방, 아니 내 소굴로 들어갔어.
-뭐래... 자꾸 뭐래... 이 따위 쎈 단어와 보통 단어의 대치가 존나 지겹도록 나와. 근데 센 단어도 보통의 단어도 너무 문어에서만 쓰일 것 같고 다 너무 어색 낯설어. 아 책 전체 다 옮기면 밤 샐 듯.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 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나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 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어.
-거의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

소고기에 자몽소주 한 병 마시고 돌아오는 퇴근 길에 마무리하고 리뷰까지 찌끌이니 내가 오렌진인지 니가 오렌지인지. 태엽아!!! 계태엽!!!!! 아 금요일 기대된다. 얼마만의 핑가스존이냐. 피쓰. 무도에 정형돈이 혁오뱀드 데리고 핑가스존 데려갔던데 설마 그 영향으로 붐비거나 하진 않겠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윗듀 2015-07-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님 리뷰 매력 짱.

Cindy.K 2015-07-27 23:00   좋아요 0 | URL
술 취하면 자야되는데 리뷰 쓰고 있네요 ㅋㅋㅋㅋ 까먹을까봐 굿밤되세요 :)
 
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커뮤니티에선가 발췌된 대여섯 문장을 보고 와 좋다! 하고 생각해보니 오빠가 추천했던 책이더라고. 빌려달라고 했더니 꼬물한 글씨로 쪽지까지 써서 선물해주셨어(감사합니다). 제주도에서 도리언그레이의 초상 끝나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챕터1까지 훅 읽고 챕터2 시작하기까지 텀이 길었어서 다 읽는데까지 2주가 걸렸네.

살만큼 살아본 지식인 할아버지(실제 노벨 문학상 받으심.)가 요목 조목 따져가며 불행의 근원을 시원스럽게 긁어내주는데 나는 해당사항이 적어서(있긴 있었다. 뜨끔한 부분 몇 개 있었는데 비밀) 내 입장에선 스스로의 행복에 도움이 되기보단 타인의 불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보는 게 좋겠다 느꼈어. (불행이라고 하니 심각해보이지만 행복의 어퍼짓이 불행이라 굳이 불행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고. 덜 행복 정도로 말해도 될 것 같단 중요한 이야기 아닌데 왜 길게 하니 현주야.) 할아버지 쿨해. 사사로운 것에 마음을 써서 시간 감정 낭비하는 것을 단호하게 탁탁 쳐내주는데 참 좋네. 알랭 드 보통의 식견에서 주관이 더 들어간 느낌이야.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평이 있다. 나는 우울하든 안 우울하든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겠어. 지침서. 응 말 그대로 지침서야. 청소년도 읽어야하고 부모도 읽어야하고 권태에 빠진 성인도 읽어야돼. 교과서 해야겠다 이거.

요즘 맨날 징징댔듯이 무기력하거든. 불행은 아니지만 안 행복하거든. 읽어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정도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의 범주 안에 있고 마음 먹기에 따라 되게 행복하다 만족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 불행이 하면할 수록 느는 것이라 허무와 무기력 털어내려 의도적으로 행동을 해야 밝고 긍정적이던 기존의 활기를 찾을 수 있겠구나. 나 솔직히 요즘 이러네 저러네 재미없네 살 맛이 안나네 이런 이야기하는 거 즐겼거든. 진심이기도 하지만 그냥 어른이 된 느낌? 아 이제 사소한 재미는 다 봤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말도 줄여야겠어. 여기 뒷부분에 일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일이 좋은 이유가 하루를 뭘하며 보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래. 그리고 휴일을 더 즐겁게 맞이할 수 있어서래. 어거지같지? 나도 어거지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일 안하면 뭐할거야. 일하자 ㅋㅋㅋㅋ 아 이거 뭐냐 억지스럽네.

발췌가 역대급으로 많은데 이걸 어떻게 옮기지?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은 대담하고도 빈틈이 없는 사랑,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되 나쁜 것을 눈감아주지 않는 사랑, 그리고 신성한 척, 거룩한 척하지 않는 사랑이다.

성공한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배워두지 않은 사람은 성공한 후에 권태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

경쟁의 철학 때문에 오염되는 것은 일만이 아니다. 여가도 마찬가지로 오염된다. 조용히 신경을 안정시키는 여가는 권태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중략)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건전하고 조용한 즐거움을 인생의 균형 잡힌 이상형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나의 행동은 내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결국 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또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나 자신에게 우주적 중요성을 가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어떤 사람이 직접 겪은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에 비해서 그의 마음 속에 훨씬 깊이 각인된다. 이로 인해서 이 사람은 잘못된 균형감각을 가지게 되고, 일반적인 사실보다 예외적인 사실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

굶어죽지 않고 감옥에 가지 않을 정도로만 여론을 존중하면 된다.

진취성을 잃을 정도로 지나친 겸손은 피하되, 지나치게 자만하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

득도를 한듯이 향세하는 태도야말로 큰 병이다.

인간의 본성은 사랑을 조르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사랑을 베풀도록 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의 유치함과 비호감 표지와는 다르게 잘 쓴 소설. 흥미진진 스토리에 더 흥미진진한 축구 이야기는 덤. 그나저나 손예진은 완벽 캐스팅이었다. 썅년 뭐 그 따위 논리가 다있어?로 시작해 이해는 안되지만 옆에만 있게해줘로 끝나는 비현실적 매력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나왔을 때 예약까지 해서 제일 먼저 손에 넣었던 살인자의 기억법. 그리고 며칠 후 한나 생일이 되었고 립스틱만으론 아쉽다 느껴져서 살인자의 기억법을 줬다. 그 이후 같은 책을 두 번 사기는 왠지 억울했고 미루고 있다가 도곡도서관에서 빌려읽었어. 오늘 퇴근길에 30분 집에서 저녁식사 후 20분 한 시간도 안돼서 다 읽었는데 마치 어릴 때 하던 독서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본인의 딸을 노리는 또다른 젊은 연쇄살인범에 대항해서 잊혀져가는 기억을 잡으며 고군분투.

설정도 캐릭터도 재미있는데 김영하의 것이라고 하면 너무 많이 아쉽고 실망스럽다. 쉽게 쓰인 소설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일본의 흔한 스릴러같아. 그리고 알츠하이머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태라는 막연한 실망도 든다. 요즘 고전만을 읽다보니 너무 가볍다는 느낌도..... 재미를 떠나서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도 그 시선의 깊이도 떨어진다는 느낌. 성의의 문제일까? 나 스스로 많이 놀랍다. 김영하 작품에 대해 네거티브를 말하는 날이 올 줄이야. 작품의 문제인지 현대소설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일 반납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유일하게 단편을 읽어도 아쉽지 않은 작가. 정말이지 유.일.하다. 레이번드 카버도 그렇다고 하던데 나는 감흥이 없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