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커뮤니티에선가 발췌된 대여섯 문장을 보고 와 좋다! 하고 생각해보니 오빠가 추천했던 책이더라고. 빌려달라고 했더니 꼬물한 글씨로 쪽지까지 써서 선물해주셨어(감사합니다). 제주도에서 도리언그레이의 초상 끝나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챕터1까지 훅 읽고 챕터2 시작하기까지 텀이 길었어서 다 읽는데까지 2주가 걸렸네. 살만큼 살아본 지식인 할아버지(실제 노벨 문학상 받으심.)가 요목 조목 따져가며 불행의 근원을 시원스럽게 긁어내주는데 나는 해당사항이 적어서(있긴 있었다. 뜨끔한 부분 몇 개 있었는데 비밀) 내 입장에선 스스로의 행복에 도움이 되기보단 타인의 불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보는 게 좋겠다 느꼈어. (불행이라고 하니 심각해보이지만 행복의 어퍼짓이 불행이라 굳이 불행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고. 덜 행복 정도로 말해도 될 것 같단 중요한 이야기 아닌데 왜 길게 하니 현주야.) 할아버지 쿨해. 사사로운 것에 마음을 써서 시간 감정 낭비하는 것을 단호하게 탁탁 쳐내주는데 참 좋네. 알랭 드 보통의 식견에서 주관이 더 들어간 느낌이야.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평이 있다. 나는 우울하든 안 우울하든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겠어. 지침서. 응 말 그대로 지침서야. 청소년도 읽어야하고 부모도 읽어야하고 권태에 빠진 성인도 읽어야돼. 교과서 해야겠다 이거. 요즘 맨날 징징댔듯이 무기력하거든. 불행은 아니지만 안 행복하거든. 읽어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정도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의 범주 안에 있고 마음 먹기에 따라 되게 행복하다 만족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 불행이 하면할 수록 느는 것이라 허무와 무기력 털어내려 의도적으로 행동을 해야 밝고 긍정적이던 기존의 활기를 찾을 수 있겠구나. 나 솔직히 요즘 이러네 저러네 재미없네 살 맛이 안나네 이런 이야기하는 거 즐겼거든. 진심이기도 하지만 그냥 어른이 된 느낌? 아 이제 사소한 재미는 다 봤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말도 줄여야겠어. 여기 뒷부분에 일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일이 좋은 이유가 하루를 뭘하며 보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래. 그리고 휴일을 더 즐겁게 맞이할 수 있어서래. 어거지같지? 나도 어거지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일 안하면 뭐할거야. 일하자 ㅋㅋㅋㅋ 아 이거 뭐냐 억지스럽네. 발췌가 역대급으로 많은데 이걸 어떻게 옮기지?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은 대담하고도 빈틈이 없는 사랑,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되 나쁜 것을 눈감아주지 않는 사랑, 그리고 신성한 척, 거룩한 척하지 않는 사랑이다.성공한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배워두지 않은 사람은 성공한 후에 권태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경쟁의 철학 때문에 오염되는 것은 일만이 아니다. 여가도 마찬가지로 오염된다. 조용히 신경을 안정시키는 여가는 권태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중략)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건전하고 조용한 즐거움을 인생의 균형 잡힌 이상형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나의 행동은 내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결국 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또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나 자신에게 우주적 중요성을 가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어떤 사람이 직접 겪은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에 비해서 그의 마음 속에 훨씬 깊이 각인된다. 이로 인해서 이 사람은 잘못된 균형감각을 가지게 되고, 일반적인 사실보다 예외적인 사실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굶어죽지 않고 감옥에 가지 않을 정도로만 여론을 존중하면 된다.진취성을 잃을 정도로 지나친 겸손은 피하되, 지나치게 자만하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득도를 한듯이 향세하는 태도야말로 큰 병이다.인간의 본성은 사랑을 조르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사랑을 베풀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