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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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주변 여자친구들은 평균보다 이성적인 편이다. 뭐 내가 되게 걸크러쉬! 하는 센캐를 주변에 둬보지 않아서 참 주관적이긴 하지만 흥칫핏하며 섭섭해하는 친구는 내가 판단하기론 주변에 한명도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성적과 감성적은 대치되는 개념은 아니기에 가끔 되게 감성적+낭만적이 되어버리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온다리쿠 책 두 권을 샀어. 우리 한권씩 바꿔서 읽자.˝ 했고 허허 뭐지 했는데 지난 주말에 진짜 무겁게 굳이 두 권을 들고왔고(내 말은 어차피 한권한권 읽을 수 있다면 먼저 첫번째 책을 선택하고 남은 한권만을 들고와도 될텐데 굳이 책 두권에서 내가 선택하게 했고) 난 참 멋없게도 ˝얇은 책으로 줘.˝했다. 펼쳐보니 단편집이었고 이 책을 읽게된 이야기를 쓰다보니 이제와서 멋없고 낭만없는 내가 부끄럽고 미안해지는구나.

그러나! 리뷰는 냉정하게!
졸리 유치하고 간지럽고 재미없고 다시 유치하다.
중이병 여고생이 노트에 썼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읽고선 이런 쉬발 옘병 내 닭살 대패로 좀 밀어줘 쉬발! 하는 느낌. 서정적인, 소녀다운, 이 아니고 쥰나 낯간지럽고 담긴 것 없고 읽기 불편하다.

집에 온다리쿠 책 두 권이 있는데 둘 다 읽다 말았고 그 때는 안읽혀서 말았지만 단편집을 읽고보니 유난히 오글거림을 못 견디는 나에게 너무 어려운 문체였던 것.

열 개의 단편 중에 ˝작은 갈색 병˝ 하나 그나마 건졌다. 소설이라기보단 초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찾던낭만 갖춘 공포만화같다. 집에 있는 남은 온다리쿠는 어떡해야할까. 더 읽기 싫어졌다. 되게 맘대로 이야기하자면 옛날에 구혜선 허언증으로 유명할 시절 그녀가 썼을 것 같은 글이다. 구혜선 글 읽어본 적 없고 딱히 감정도 없지만 그냥 이미지가 그렇다. 중이병 낭만병 환자가 몇 년 전 겪은 일 갖은 표정으로 감정으로 회장하며 썼을 것 같은 고런 느낌.

난 낭만이 중요하기에 친구와 책을 바꿔 또 다시 열심히 읽어볼거지만 어쨌든 첫 내 순서 책은 이러하였다.


발췌

올해 처음 봄을 일게 될 벚꽃
지는 것은 배우지 않기를

바깥 세계가 있는 사람은 드라이하다. 감정의 서식지를 분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애는 만들어진다. 남자애와 어른의 눈이 여자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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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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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열차가 유명한 책인지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냥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많이들 읽는 책 같아서 아 교양인 필독서인가 하는 그런 느낌이었어. 동희도 갖고 있었고 좋아하는 카페 사장님의 책장에도 꽂혀 있었고 기타 등등 눈에 자주 띄더라고. 그래서 지식인들이 읽는 건 나도 읽자! 하고 아마 북플 읽고 싶은 책에 저장해뒀었나봐. 한참이 지나고 마침 yes24에 있길래 새책같은 중고를 샀고 어제 밤에 읽었다. 읽고나니... 나쓰메소세키의 것이 읽고싶다.

성범죄자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폼생폼사 혼자 그럴싸하게 살아가겠다 분가를 하자마자 빌빌대고 막노동을 하게 된 중졸 간타의 이야기. 냉동 문어를 하루종일 기계처럼 나르다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노예처럼 말 한마디 없이 먹다 다시 일을 하고 일당을 챙겨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간타. 난생 처음 친구도 사귀지만 밑도 끝도 없는 열등감에 관계를 망쳐버리고 타고난 게으른 성품에 일용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돼. 당연하게.

음. 번역한 양억관님st인지 아니면 작가 니시무라 겐타st인지 모르겠지만 되게 간격하고 말끔히 문장이 쓰인 것 치고 간간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긴 문장이 나와. 의도라고 보기엔 별 감흥도 없이 읽기에 불편하기만 하고 아마추어 같던데. 뜬금없이 나오는 긴 문장에도 불구하고 거실의 티비 소리에도 불구하고 줄줄 읽히는 걸보니 간결하게 멋부리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문체였던 것 같다.

왜 이게 그리 명작(아무도 명작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자주 눈에 띄었으니 그런 평가를 받고 있던 게 아닌가 그냥 혼자 짐작하는 거다)인지 읽으면서도 읽고서도 모르겠다. 그냥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서 그냥 감흥어뵤고 듣기 싫은 흙수저의 삶이다. 아끼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패턴을 갖출 수 있는 형편에서 하루 벌어 이틀 마시고 여자 사고 하는 간타가 너무 혐오스러웠다. `없으면 성실하기라도 해야지`가 좀 삭막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은 그렇다.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 벗어날 수 있는데 진짜 답답할 노릇. 아니지 그냥 저런 인간인거겠지. 환경을 탓하기엔 본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은데 당장 꼴리는데로 사는 모습이 진짜 짜증났다. 어흑 그리고 예측 안되는 자격지심도. 중간에 사귀게 된 전문대학생 친구와의 이야기는 내 미간에 주름이 끝도 모르게 깊어질 만큼 싫었다. 나도 어딘가에 열등감이란 걸 가지고 있겠지만 그건 잠깐 내 이야기니까 재쳐두고 역시 가장 위험한 감정은 열등감이란 걸 실감했다. 애초에 감정 회로가 나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환경이 너무 다른 사람와는 엮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새삼 느꼈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불가능한게 있다. 피하자.

어정쩡한 기분으로 고역열차를 다 읽고 뒤에 이어진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를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머 주인공이 간타야. 간타가 마흔이 됐다. 마치 어릴적 알던 사람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기분이었다.

굳이 살 필요는 없었다. 이 책. 읽고 싶은 사람 빌려줄게!

발췌

˝싫어. 내가 먼저 여기서 쉬고 있었으니까. 내가 당신들한테 협조할 의무는 없잖아.˝
그야말로 중졸다운 이유를 대며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 슬쩍 건드려보았더니,
-중졸다운이라니! 고졸스럽게, 전문대졸처럼,

그럴 바에는 역시 꼴 같지 않은 꼴을 보이기 전에 선수를 쳐서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이 좋디 않은가 싶어 예의 자포자기적인 짓거리를 실천하고도 싶다. 가진 것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자유의 몸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을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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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6-08-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싫은거 참고 읽느라 수고했어요😂

Cindy.K 2016-08-01 15:46   좋아요 0 | URL
오잉 오랜만이에요! 전 노골적인 하층민의 삶이 읽기 불편하더라고요.

스윗듀 2016-08-0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네 저도 좀 남을 바꾸려고 하는 타입이라 답답해서 못읽을듯요ㅠㅠ 그나저나 신디케이님 넘나 반갑> < 솔직하고 꾸밈없는 신디케이님 독서일기 너무 그리웠어요! 앞으로 자주 봐요!
 
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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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커버도 많이 봤는데 한국소설은 손이 안가서 읽을 생각이 없다가 이웃의 추천으로 북플(알라딘에서 하는 독서 어플인데 의외로 되게 유용하다 읽고싶은 책, 읽고있는 책, 읽은 책 정리가 되게 쉬워. 혹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용해보십시오.)에 저장해뒀다가 어제 퇴근 후 약속 전 한 시간이 떠서 알라딘에 들러 샀다. 커버가 참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온갖 서점에서 품절인 마광수교수의 행복철학도 완전 새 것으로 사왔다. 흐뭇흐뭇.

어제 커피빈에서 30분 오늘 영화보러 가는 전철에서 20분 정도 읽었다. 엄청 술술 읽혀서 그 느낌이 좋았지만 음 소설을 평가하라면 되게 신인작가의 가볍게 쓴 처녀작을 읽은 느낌이다. 좋은 평가도 못 받았을 것 같은 그런 읽고 제목 때문에 내용은 기억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 책 추천을 받을 때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누구나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어 자주 추천하는` 책이라고 소개 받았던 것 같다. 그런 용도(?)라면 꽤 적절하긴 하다. 우리 언니도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 디스 맞다ㅋㅋㅋ

26살에 어정쩡한 대학을 졸업 후 호주로 이민을 꿈꾸며 떠난 여자 계나가 주인공이다. 부모님과 두 자매 언니 여동생 모두 계나에게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소위말하는 흙수저인 계나는 이러나 저러나 힘들 것 적어도 같은 고생을해도 정직한 보상이 따른다고 믿는 호주로 혼자 떠나기로 한다. 생각보다 호주 생활은 쉽지 않고 한국에서 오래 사귀던 금수저(이런 단어 되게 싫어하지만 짧게 설명하려면 이 단어가 적절하다 양해바람) 남자친구가 호주로 떠난 계나에게 적극적으로 재결합하고 싶다고 말하고 안그래도 힘든 호주생활, 안정적이고 아끼는 남자친구에서 고민.

우선 내 대학생활과 미국 어학연수 시절이 생각나면서 계나의 심정이 상당히 공감갔고 잊고있던 디테일한 기분이 떠오르며 맞아 그랬었지 하며 읽어서 재밌었다. 그런데 소설이라기 보단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사람이나, 영주권 취득을 목표로 지내고 있는 몇명의 사연을 짜깁기해 `한 인간의 낯선 나라에서 홀로 살아가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소설 뒷편 작가의 말에 누구와 누구를 인터뷰하여 그들의 경험을 각색했다고 하더라. 이게 소설인가? 물론 소설이지 없는 사람 만들어서 남의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다 씌웠으니까. 근데 음 실망스럽다. 꽤 인기가 많은 많았던 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그만큼 흙수저 젊은이 계나의 삶을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그건 안타깝다. 한국이 싫으면 더 논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스펙터클 드라마티컬리하게 그럴싸하게 한국에 머무는 우리 혹하게 대단히 다르게 살았음 그래도 더 소설스럽게 읽었을텐데 가슴 후비는 것도 없으면서 현실적이라 그냥 내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좀 길게 자세히 들은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전혀 특별할 것도 기억할 것도 없기 때문에 딱히 말할 건 없고 주인공 계나가 32살이 되는데 그 때 전남자친구와 결혼을 해 한국에 안착하느냐 호주에서 또 맨몸으로 부딪히냐 하는 고민을 하는 부분에 꽤 감정이입됐다. 감정적 이성적 성향을 떠나서 여자라는 게 그럼 것 같다. 타인의 문제에선 그렇게 명확하게 편해지는 길이 보이는데 막상 본인 문제에선 생각에 생각을 더해 굳이 내면에 그럴싸해보이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애초에 이 친구와 함께 살면 안정적일거야. 얘는 날 많이 아끼고 날 편하게 해줘. 그렇지만 잘나가는 이 아이가 나의 직업을 하나의 일로 인정해줄까? 얘가 주는 경제적 안정성이 과연 내 마음까지 편하게 해줄까? 하는 질문들이 삼자로서 코웃음이 났다. 그렇게 꼬아 생각하면 호주행은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왜 굳이 깊게 생각하면서 어려운 길을 택할까. 나도 내 친구들도 참 계나같다. 남 일만 이렇게 훤히 보이네.

착하고 날 아끼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데 형편까지 여유있는 믿음직한 남자와 결혼하고싶다!! 계나야 걔 나 주라!!!!

발췌는 없습니다. 인상적인 문장이 단 하나도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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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0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0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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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살림의 10년간의 인생이 나오고 2권부터 그의 서른까지 삶의 여정을 들었다. 동시에 인도의 30년도 들었다. 솔직히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냈는지 잘 모르겠다. 어렵다고 하기엔 세상에 어려운 이야기가 어딨나 싶고.... 잘 읽히지 않았다는게 더 맞겠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에 너무 많은 타국의 상황이 좀 산만했고 확 꽂히는 에피소드 외엔 살림의 삶의 흐름만 읽어내고 나머지는 버리고 싶었다. 뭐 결국은 살림이라는 인도와 동시에 탄생한 아이와 인도라는 나라의 평행이론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살림의 삶만 빼내서 다룰 순 없지만 나한텐 버거웠어. 내가 조금더 인도문화에 관심이 있고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나라와 인간의 거짓말처럼 맞물리는 흥망성쇠를 훨씬 더 극적으로 재밌게 읽었을텐데 아쉽다.

자서전의 형식을 빌린 소설치고 너무 환상적(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다가도 그 비현실이 벌어지는게 우리 삶이지 싶었다. 세 명이나 되는 조카 때문인지 아이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뭉클하게 하고 우습지만 이런저런 다짐을 하게 만든다. 인도와 함께 맞물려 조국과 함께 운명을 함께하게 된 자정에 태어난 아이 살림, 특별한 아이의 삶을 다룬 소설이지만 소설 중간 중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에겐 저마다 놀라운 능력이 있고 그것이 역사와 사회, 세상을 만든다고 이야기하고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특별한 한밤의 아이들이라고.

10년 넘게 지금까지도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작가 살만 루시디를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게 만든 `악마의 시`도 언젠가 읽어보고싶다. 다음은 뭘 읽을까?


발췌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라도 부모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법인데, 어른들의 편견과 인생관이 아이들의 마음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제3의 요소가 존재한다면 그것의 이름은 어린 시적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도 언젠가는 사멸한다. 아니, 살해당한다.

공무원인 그는 상관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고도의 기술을 연마하여 결국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좀처럼 승진하지 못했다.
-읽을 땐 누구의 말도 귀담아듣지 못하게 되었다로 잘못 읽었는데 둘다 말이 된다. 승진은 이러나 저러나 못한다.

4월부터 7월까지 사이에 그는 이 나라의 수많은 실망스러운 아들들을 대표할 만한 존재였다.

부모가 죽으면 인생의 한 장이 끝나지만 그때부터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법이니까.

발끝까지 무감각한 붓다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했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부터 소년병들은 인간사냥개가 숨을 거두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뱀독보다 강했다.
-여기서 `붓다` `그` 인간사냥개` `나`는 모두 살림이다. `나`가 등장하는 순간 소오름이. 살림이 돌아왔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과거의 인연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은 없다. 과거의 내 모습은 영원한 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무엇인가? 내 대답은: 나는 나보다 앞서 일어났던 모든 일, 내가 겪고 보고 행한 모든 일, 그리고 내가 당한 모든 일의 총합이다. 나는 이-세상에-존재함으로써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나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이고 사건이다. 나는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일어난 모든 일이며 내가 죽은 뒤에도 나 때문에 일어날 모든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특별히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모든 `나`가-즉 지금은-6억-명도-넘는-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두-그렇게 다수를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되풀이한다. 나를 이해하려면 세계를 통째로 삼켜야 한다.

제정신이 아니라니! 그들이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들 가족에 비하면 횡설수설하는 식인종도 점잖은 문명인으로 보일 지경인데!

인생을 재창조하는 데는 전쟁만 한 것이 없다.

사실 그대로: 시작해라-선택의 여지는?-없다:언제는 있었더냐?

나도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전혀 다른 결말을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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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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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가 한밤의 아이들을 읽고선 앞으로 이 이상 가는 책을 읽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리뷰를 읽고 이건 사 읽어야해! 그리고 특별한 휴일에 읽어야해! 하고서 사두곤 특별한 휴일만 기다리다가 이번 여름 휴가 사이판 갈 때 1,2권을 챙겨갔었다. 근데 생각보다 책 읽을 여유가 없었고(술 마시느라) 속도도 안나서 겨우 1권의 반 읽곤 한국에서 읽었다. 좀 의아했다. 현이가 좋아하면 나도 좋아할텐데, 재미있는 듯 지루하고 쉬운 듯 복잡해서 정말 질질 오래 끌며 읽었다. 그리고 오늘 1권을 막 다 읽었는데 오! 2권 기대된다. 1권만 500페이지인데 400페이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

주인공이자 화자 살림 시나이의 할아버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아버지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아버지, 아버지에서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흘러간다. 1권에서 살림의 이야기는 열살까지 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등장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한다. 두구두구.

처음 읽으면서는 영혼의 자서전과 고래가 떠오르며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었는데 뒤로 갈수록 독창적으로 다가와 반가웠다. 아이들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도 있고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중간 중간 현실로 돌아와 이야기를 점검하는 형식도 재밌다. 어른 살림과 아이 살림의 자연스러운 융화.

인도 문화와 정치, 종교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나는 역사 바보에 관심까지 없어서 낯선 단어들과 상황이 좀 버겁게 느껴진다. 양심상 건너뛰는 건 완독이라 부를 수 없어서 모든 글자를 눈으로 훝으며 지나가긴 하지만 이것도 `읽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2권부터는 더 신경써서 읽어줘야지.

앞으로 재밌을 일만 남은 것 같다. 2권은 훨씬 빨리 읽을 수 있겠다.

발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대부분 우리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또 머큐로크롬을 흘렸군요. 덤벙거리기는.˝
˝이건 피요.˝ 할아버지가 대꾸하자 할머니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성우 더빙 같은 느낌. 귀엽다.

빗장을 지르고 자물쇠를 채워놓았지만 라시드가 잡아당기자 자물쇠가 그냥 쑥 빠져버렸다. ˝인도제거든요.˝ 그는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듯이 속삭였다.

한편 지하에서는...... 왜냐하면 은폐는 인도 건축에서 대단히 중요한 고려사항이고,
-인도 셀프디스. 이런거 좋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사람들을 생각들을 이 세상에 가져오고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을, 그리고 가능성의 한계들을 가져오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통째로 삼켜야만 한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면서 중력과 싸웠고,(.......) 정확히 생후 일 년하고도 이 주하고도 하루가 지난 나 아기 살림은 마침내 침대 위에 우뚝 일어서고야 말았다.

거대한 침묵이 다시 메아리쳤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침묵에도 메아리가 있고 그 메아리는 다른 어떤 소리의 울림보다 더 공허하고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럼 됐어. 어서 가봐. 나 좀 칭찬해줘. 내 코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해. 인격이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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