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봉지를 씌운다는 걸 올해 또 처음 경험한다. 한 나무에 매달린 열매가 130개로 치면 초짜 두 사람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양은 2000개를 넘기기 어렵다. 그래서 딱 그 만큼만 했다. 남편의 속도가 나보다 거의 2배를 육박했으므로 오늘 하루 내 손길이 닿은 열매는 600개쯤 되려나?

암툰, 졸지간에 웬 종이봉지를 씌우고 난리인가 어리둥절 갑갑해하고 있을 사과들아. 앞으로 3개월은 장님처럼 갖혀 마법의 시간을 보내게 된 신세들아. 잘 지내렴, 그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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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0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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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6-10 22:12   좋아요 2 | URL
아, 모든 나무는 아니구요, 봉지씌우는 품종이 따로 있어요^^ 얘들은 보통 추석무렵에 수확하는 홍장군이라는 품종인데요,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부쩍 빠르다고해서 그 시기를 맞추려면 이렇게 봉지를 씌워야 한다네요. 수확 열흘 전쯤 종이를 벗기면 속성으로 벼락치기 하듯 빛깔이 곱게 발현된다고 하네요. 좋게 말하면 과학영농기술이지만 어찌보면(아니 명백히)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는 거죠. 일종의 속임수? 꼼수 같은? 사과는 싫겠죠.ㅠㅠ

오늘 이 작업은 다 마무리 햇답니다~

hnine 2016-06-10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악~ 하루에 600개 봉지를!! 남편님은 거기다가 곱하기 2라고요!
정말 그런 작업은 사람 손 아니면 대신 해줄 것도 없겠어요.
대단하십니다.
졸지에 봉지를 씌워 어리둥절할 사과 입장까지 헤아리시고, 그게 컨디션님의 매력 아닌가 하옵니다~ ^^

컨디션 2016-06-10 22:17   좋아요 1 | URL
남편이 워낙 손이 빨라요. ^^ 어제부터는 여자몸뻬를 입더니 더 빠르더군요 ㅎㅎ
맞아요. 사람 손이 아니면 안되는 일이기에 거의 가내수공업이예요.^^
 

바라보며 멘붕에 빠졌고 나는 주방 식탁에 놓인 커피의 수증기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댈 때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면 그 순간은 지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누적된 경험으로 인한 취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첫키스의 기억은 혀가 아닌 뇌에 저장된다. 빠르게 퍼지는 술기운이 내부의 장기가 아닌 뇌세포부터 건드리는 것처럼. 오늘 아침은 좀 그렇다. 검색할 할 새도 없이 찾아보아야 새가 생겼다. 참새와 비슷한데, 한쌍의 새가 집을 지었고 알을 낳기에 충분한 공간인지 아닌지 나로선 판단할 수가 없다.

주문하고 싶은 대로 주문하라고 하면 입맛이 떨어진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당장 책 한 권 주문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행복해야 할 만가지 이유도 없는데 사는 게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묘한 역설과 딜레마(그냥 막 갖다 붙임)가 있어 너무너무 좋다. 좋게 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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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2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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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6-10 20:46   좋아요 2 | URL
네..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내고 소맥 한잔 하고 있어요^^ 더위는 이제 적응이 되어가는데요, 적응하면 할수록 시커먼스 반열에 가까워진다는 것이죠ㅎㅎ

집에서 책 보는 일을 못하는 저로서는 일단은 부럽기만 하지만, 또 그나름의 애로가 있으실 것도 같으니, 서로 삐까삐까 하지않나 싶구요^^

잘 지내시길 바래요~~
 

사고무친을 생각하면 사고뭉치가 생각나고 사무친을 생각하면 사마천이 생각나는 나는 이시대의 아재개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뿐만아니라 지나치게 마음을 주고야 만다. 만족한다. 이걸로 족하다. 나는 사소한 것에 잘 자족하느라 내 안에 분노가 자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분노가 샘솟길 바라지만 좀처럼 안된다. 그래서 난 어떤 힘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남편의 말이 맞을 것이다. 너는 차갑다.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지나치게 살갑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저 밥과 술을 나누면서 진지함을 가장한 대화를 하다가 추임새로 중간에 농담이나 하면서 서로 감정이 상할라 치면 어느새 알아채고 쿨하게 헤어지는 것. 이렇게 살 수 있다면. 가족이라 할지라도 아니 가족이나 친지일수록 더 좋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인연을 끊고 살 수 없다는 게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가장 큰 고통인 것 같다. 술을 끊기 힘든 만큼 그 쾌락의 이면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인연이 있고 그걸 이어가야 하는 것이 괴롭다. 왜 무엇이 괴로운지 알게 되었으니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었고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내 안의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모아서 최대한 빨리 인생을 탕진하는 길이 남았다. 흙탕물은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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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0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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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6-01 23:17   좋아요 2 | URL
늦은 밤까지 안자고 깨어있는(있었던) 사람이 알라딘에는(알라딘이라 그런가?) 저말고도 님을 비롯하여 여럿 있는 것으로^^ 사람과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보수(?) 할 것인가..중요하죠. 그만큼 또 어렵구요. 말씀하신대로, 관계라는 것이 지극히 상대적인 면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미지근한 관계는 어떨까 싶어요. 식어가느냐 뎁혀지느냐는 그때그때 선택하면 되고. 까짓거 미적지근하면 또 어떠랴 싶구요. 근데 댓글 달다말고 생각해보니 전 어젯밤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걸로 골몰했군요. 가족은 정말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인생의 과제예요. 이 문제로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결국 세속의 문제로 인간이 겪는 마음의 고통과 짐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 뻔한 결론이니만큼 뻔한 마음으로 대처하며 살아야겠죠^^
 

하고 싶은 얘기가 차고 넘치는 가운데 가까스로 참기로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무슨 얘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데 무슨 얘길 할 수 있겠는가.(아 또 이런 말투ㅠㅠ)

가볍지만 사려깊고 신랄하지만 지랄스럽지 않으며, 장광설인듯 지루하지 않게, 늘어나지만 과욕을 부리지 않는, 가두고 있지만 도망갈 수 있는, 그런(그럴 수 있는) 알라딘에 간만에 들어왔다.

오늘은 올 들어 가장 일찍 일어났다. 새벽 4시. 밖은 아직 어두웠고 마음은 무거웠고 몸은 그냥 절망적이었다. 소독(말이 좋아 소독이지 농약살포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미량요소라 불리는 영양제가 추가될 뿐이다)을 하는 날은 이래야만 한다. 그나마 공포감은 현저히 줄었다. 작년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적과작업은 이제 막바지이지만, 그러느라 이 한 몸 다바쳐 이바지한 어떤 결사의 흔적이 있다면, 그것은 뼈다귀와 삭신이 동의어라는 것이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그 방면으로 어떻게든 도가 틀 줄 알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내겐 머나먼 얘기다.

이 일을 하면서 지겹다는 말을 한번도 입밖에 낸 적은 없다. 다만 내면화된 그 지겨움이 고이고 고여 고운 말로 승천하는 유니콘이라도 되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짜내야할 고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고 마냥 지겹기만 했다면 엄살이요 뻥이다. 작은 생명체가 커가는 걸 보면서 흔히들 하는 말이 하루하루가 다르다고들 한다. 세상은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지만 달라진다. 어떻게든 달라진다. 열매 역시 커가면서 달라지는데 당장 작별이라도 할 것 같다. 애처롭도록 아름답게 달린다. 달리되 허투루 달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다하려는 것처럼 필사적이다. 고요한 햇살과 흔들리는 바람과 작은 빗방울, 그리고 밤사이 내가 모르는 은밀한 세계와의 접신을 기다린다. 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이렇게 쓴다. 세상이 어떻고 열매가 어떻고 바람이 어떻고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알지 못하지만 쓰는 것이다. 쓰디쓴 척 현실을 비관하다가 쓰다만 공책처럼 얼 빠진 잇몸을 드러내며 현실을 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나에게 나는 절망도 잘한다.(이 짓도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건가) 아무려나 익숙하다 보면 지겨워질테고 그때가 되면 쥐어짜낼 고름이라도 있을까. 있을 것이다.그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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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2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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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31 06:24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5월 마지막날이네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동병상련의 마음, 함께 위로가 될 수 있길 저도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한수철 2016-06-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연한(?) 농부가 되셨구먼요. 컨디션 님. ^^

잘 지내시지요?

저는 컨디션 님을 생각하면 사과가 더불어 떠오르는데 사과 수확의 계절이 어서 도래했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과 수확의 계절인 늦가을이 오면, 사과 생각을 몹시 하겠지요. 왜냐하면 저는 사과에 관한 일화를 적잖이 가지고 있거든요. 흠흠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페이퍼를 써 주셔서

좋아서 댓글을 남겨연....

컨디션 2016-06-01 02:11   좋아요 0 | URL
완연한 여름도 아닌데 벌써부터 여름 티를 내는 날씨처럼 저도 그런가 봅소ㅎㅎ(완연한에 물음표를 붙여주시다니, 딱 제 스타일입니다ㅋ)

사과생각은 귤생각 복숭아생각 딸기생각..이런 것보다 더 시적인 느낌이라 더없이 맘에 들구요.^^

한수철님을 오늘은 수철님이라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 뭔가 이건 뭔가 싶지만,
프사를 내리지 않으신 걸로 일단 위안을 삼겠습니다요..

한수철 2016-06-01 02:20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좋아하는 알라딘 친구 중에는, 뷰리풀말미잘 님이 있는데요. 괜히 암, 뭐랄까, 농담이랍시고 거기 가서 혼잣말을 거느라고 잠깐 `한`을 뗐습니다. ㅎㅎ 물론, 잠시 후 다시 복구할 것입니다.^^

컨디션 님.
근데요.

요새 전 재미가 없어요.


흠흠.... 동시간 채팅,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보내십시오!!!

컨디션 2016-06-01 03:06   좋아요 0 | URL
뭔 페이퍼를 좀 쓰느라 이제서야 댓글 봤네요. 실시간 채팅에(근데 이거, 요즘 대세도 아닌데 쫌 연연해하시는 경향이..^^) 임하지 못한 이유를 또 이렇게 친절하게(?) 밝히고 있습죠.ㅎ

요새 저도 재미가 없어요. 만사가 좀 그렇긴 합니다만..
 

 

 

 

 

 

 

 

 

 

 

 

 

편지를 써야 한다.

 

정확한 주소를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밤

 

아무래도 못쓸 것 같다.

 

마음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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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2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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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5-17 00:22   좋아요 1 | URL
네. 하늘도 파랗고 구름도 깨끗한 그런 날씨였어요. 그저께 사진이예요.^^
위노나 라이더 이미지 검색 하다가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을 알게 됭었는데요, 젊음 앞에서는 그 어떤 미모도 당할 수가 없구나..

주말이라는 게, 다 나아가 요일이라는 게 제 일상에서 이젠 별로 영향력이 없어졌어요. 뭐니 뭐니해도 기상조건이 우선입지요.^^

좋은 밤 편히 쉬시길...

2016-05-23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5-25 21:33   좋아요 1 | URL
에고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ㅠㅠ
열흘 내내 계속된 과도한 일정에 요며칠 몸살까지 도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우울한 날들을 보냈네요.

2016-05-25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8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