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무친을 생각하면 사고뭉치가 생각나고 사무친을 생각하면 사마천이 생각나는 나는 이시대의 아재개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뿐만아니라 지나치게 마음을 주고야 만다. 만족한다. 이걸로 족하다. 나는 사소한 것에 잘 자족하느라 내 안에 분노가 자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분노가 샘솟길 바라지만 좀처럼 안된다. 그래서 난 어떤 힘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남편의 말이 맞을 것이다. 너는 차갑다.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지나치게 살갑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저 밥과 술을 나누면서 진지함을 가장한 대화를 하다가 추임새로 중간에 농담이나 하면서 서로 감정이 상할라 치면 어느새 알아채고 쿨하게 헤어지는 것. 이렇게 살 수 있다면. 가족이라 할지라도 아니 가족이나 친지일수록 더 좋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인연을 끊고 살 수 없다는 게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가장 큰 고통인 것 같다. 술을 끊기 힘든 만큼 그 쾌락의 이면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인연이 있고 그걸 이어가야 하는 것이 괴롭다. 왜 무엇이 괴로운지 알게 되었으니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었고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내 안의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모아서 최대한 빨리 인생을 탕진하는 길이 남았다. 흙탕물은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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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0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6-01 23:17   좋아요 2 | URL
늦은 밤까지 안자고 깨어있는(있었던) 사람이 알라딘에는(알라딘이라 그런가?) 저말고도 님을 비롯하여 여럿 있는 것으로^^ 사람과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보수(?) 할 것인가..중요하죠. 그만큼 또 어렵구요. 말씀하신대로, 관계라는 것이 지극히 상대적인 면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미지근한 관계는 어떨까 싶어요. 식어가느냐 뎁혀지느냐는 그때그때 선택하면 되고. 까짓거 미적지근하면 또 어떠랴 싶구요. 근데 댓글 달다말고 생각해보니 전 어젯밤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걸로 골몰했군요. 가족은 정말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인생의 과제예요. 이 문제로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결국 세속의 문제로 인간이 겪는 마음의 고통과 짐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 뻔한 결론이니만큼 뻔한 마음으로 대처하며 살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