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무친을 생각하면 사고뭉치가 생각나고 사무친을 생각하면 사마천이 생각나는 나는 이시대의 아재개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뿐만아니라 지나치게 마음을 주고야 만다. 만족한다. 이걸로 족하다. 나는 사소한 것에 잘 자족하느라 내 안에 분노가 자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분노가 샘솟길 바라지만 좀처럼 안된다. 그래서 난 어떤 힘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남편의 말이 맞을 것이다. 너는 차갑다.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지나치게 살갑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저 밥과 술을 나누면서 진지함을 가장한 대화를 하다가 추임새로 중간에 농담이나 하면서 서로 감정이 상할라 치면 어느새 알아채고 쿨하게 헤어지는 것. 이렇게 살 수 있다면. 가족이라 할지라도 아니 가족이나 친지일수록 더 좋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인연을 끊고 살 수 없다는 게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가장 큰 고통인 것 같다. 술을 끊기 힘든 만큼 그 쾌락의 이면에 내가 어쩔 수 없는 인연이 있고 그걸 이어가야 하는 것이 괴롭다. 왜 무엇이 괴로운지 알게 되었으니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었고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내 안의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모아서 최대한 빨리 인생을 탕진하는 길이 남았다. 흙탕물은 빠르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