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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서 살아남기 - TV 드라마 연기 & 화술
오순한.김용수 지음 / 미래사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카메라 연기 사이즈(64쪽)
<연극배우들이 TV드라마에 적응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TV드라마 연기의 '경제성'을 파악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연극배우들은 '사이즈를 줄이지 못해서' 연극에서 영화로, 혹은 TV드라마로 쉽게 넘나들지 못한다. 다시 말해 카메라 연기로 응축해내지 못한다. TV드라마 연기를 바스트 연기라고 하는데 이 바스트 연기로 응축시킬 줄 알아야 한다. 즉, 연기를 일상에 가까운 TV드리마 톤으로 줄이지를 목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에 흠집은 나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목소리(발성) 문제도 그렇다. TV카메라 문법에 맞게 목소리 톤이나 볼륨을 조절하지 못해서 실패한다. 소리를 던져야 할 실제 거리는 샷(shot)의 크기에 의해 좌우된다. 마이크가 있는 거리만큼 상대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조절하면 샷의 거리에 맞는다고 보면 된다. 단, 꼭 기억해야 할 서ㅏ실은 실제 볼륨은 줄일지라도 에너지는 그대로 응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4쪽부터 109쪽까지 2부의 2장이 이어지는데, 그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준비된 상태를 위해
2. 작가처럼 상상하라
3. 진짜 감정을 기다려라
4.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
5. 타자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라
6. 말하기는 '듣기'에서부터 시작한다
7. '문장쪼개기'를 터득하라
목차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지 않는가. 내용이 궁금해서 좀이 쑤시는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일부만이라도(당연한 소릴!) 옮겨적고 싶지만 지금 내가 그럴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나는 사실 연극배우이(였)고 이제 곧 다가올 TV드라마의 오디션에 임하고자 한다. 놀랄 것이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전에 지금 벌써부터 손발이 벌벌 떨릴 것이다. 사기를 쳐도 유분수지, 경악을 넘어선 분노가 치솟을 것이다. 아드레날린(맞나?) 폭발! 하지만 이 모두가 사실이라는 것. 어쩔 수 없는 사실이 여기에 있다는 것.
나는 이제부터 사기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가 되어야 하고, 작가처럼 상상해야 하고, 진짜 감정을 기다릴 것이며,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며, 타자성을 이해하고 또 인정할 것이며, 말하기를 위한 듣기에 충실할 것이며, 문장을 쪼갤 것임을, 선서한다. 아니 선서 이전에 선사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사다. 빅뱅 이후의 또 하나의 빅뱅이 기다리고 있다. 이 선언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본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시작을 안했으니 먼 길이 보장되어 있다. 아주 먼 길이다. 이 사기행각의 본격적인 여정을 알리는 출정식이 이렇게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와서(이왕 이렇게 된 마당이니) 고백어린(?) 폭로를 또 하자면, 나에게는 몰랐다는 것 외엔 진실은 그 어디에도 없다.
223쪽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갑작스런 한가함이 파리처럼 살풋 날아들어서 뭔가를 만회하는(속죄) 마음으로 옮겨 적는다.
눈에 감정을 담는 기술(223쪽)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인데, 상대 혹은 대상을 그대로 보는 법이다. 보이는 척하지 않고, 투명하게 정직하게 보는 것이다. 투명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눈으로 불안감을 표현할 수도 있고, 눈으로 긴장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얼굴 대 얼굴을 마주하고 설명하면 쉽게 터득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기술인데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내 이야기를 참고로 해서 명작영화의 명배우들의 눈 연기를 보고 스스로 배우고 알아내야 한다.
눈물을 잘 흘리는 것이 좋은 능력이기는 하지만 너무 과해도 안된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에서 감정에 몰입한답시고 거짓 상상을 억지로 하면 결국 시선이 내면으로 향한다. 시선이 자기 안으로 들어갈 경우 눈 연기의 생생함을 잃는다.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우는 것에만 너무 의존해도 눈 연기의 생생함을 놓친다.
TV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들 눈을 집중해서 확인해보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의 눈은 상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게 보인다. 연기에 자신이 없는, 혹은 노력하지 않고 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배우들의 시선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치 필로폰을 맞은 사람의 시선처럼 느껴진다. 정말 큰 문제는 배우 스스로 그것을 연기를 잘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