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 오프라인 매장이 전국에 몇개가 있든말든 나는 내가 알라딘 중고 오프라인 매장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클릭 한번으로 짧게는 하루, 길어도 며칠 이내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온라인 서점 말고. 과분한 욕심이라는 걸 알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

살면서 눈물나도록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술 한잔 같이 할 수 있는 사람. 그 자리가 서로의 텐션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그게 어떤 관계든 상관없고, 누가 누구를 이용해먹든지 개의치 않는다면 더더욱. 천금을 줘도 싫으면 싫은 거고, 쪽박을 차더라도 좋으면 좋은 것인데, 이 바보같은 처세(?)를 왜 나는 늘 선망하며 살까.

내일이 지나면 나의 드라이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함께 거닐었던 그 길을 또다시 걷지는 않겠지만 멈춰선 가방에서 선크림을 꺼내들어 거울을 비춰줄 일도 없겠지만, 나의 핸들에 겹쳐질 너의 손을 생각한다면 오늘 난 이렇게도 충분히 복받은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의 모든 최대화 민음의 시 219
황유원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 제목이 이 정도면 닥치고 집어들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몇 편 읽었고 족족 흡족했다. 시인에게 늘 애인이 있어서 평생을 연애감정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기를! 애정어린 독자로서 할 말은 이것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처음 이 책을 읽었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그날은 아마도 주말이었고 오늘처럼 비가 내렸을 것만 같다. 주말인데다 비까지 내리다니 나는 그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지금보다 젊었다는 것 외엔 지금보다 어땠을지 갑자기 단 한줄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기분을 망치지 않기로 한다. 블루 스크린이 언제 뜰지 모르는 하드 디스크를 하루하루 연명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블루 스크린이 뜨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나는 '작고 어눌하게' 갖다 붙인다.  


좀머씨! 차에 타세요!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좀머씨! 어서 타시라니까요! 날씨도 이런데! 집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좀머씨 어서 타시라니까요, 글쎄! 몸이 흠뻑 젖으셨잖아요!

그러다가 죽.겠.어.요!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러니 나를 좀 그냥 제발 놔두시오!

그러니 나를 제발 좀 그냥 놔두시오!

그러니 나를 제발 그냥 좀 놔두시오!

그러니 나를 그냥 좀 제발 놔두시오!

그러니 나를 그냥 제발 좀 놔두시오!


좀머씨는 '크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코딱지 류의 몇몇 장면을 낄낄 웃으면서 읽을 권리는 있지만, 그게 전부였던 내 과거를 반성한다. 거기서 그쳤다고 나를 학대할 것까진 없지만, 유년의 따뜻한 성장소설 이란 말만은 제발 좀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자살과 죽음은 얼마나 다른 것인지, 이 책을 오직 자살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그래, 한번쯤 이라고 해두자) '자살'에 대해 이 책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생각이 날리가 없지만 그래도 생각해 본다. 작가가 함부로 쓴 소설일리가 없다는 생각은 있다. 그 생각에 기대어 이 소설을 함부로 읽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비가 그친 주말의 늦은 밤을 시퍼렇게 채우고 있다. 속상하고 속상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3-26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6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것 좋아 저것 싫어 - 눈치 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행복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쁘게 말해 철부지이고 좋게 말해(어 어떻게 말해야 좋게 말하지?) 그래, 좋게 말해도 철부지인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빛을 발한다. 가속화되는 것이다. 별로 없던 통찰이 점점 생기면서 나날이 깊어진달 수도 있고 일찌감치 예사롭지 않았던 감성이 갈수록 예사롭지 않게 되는 수도 있고 암튼, 점점점점 남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사노 요코가 그런 사람일 것만 같다.


이 책은 알라딘 '지인'이 보낸 선물이다. 받는 입장의 내가 마음의 짐이 전혀 없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부채감을 덜고자 내 이기심을 발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나로선 이런 방식인 것이다.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돌아서면서도 내내 두고두고 마음 속에서는 이런 말이 맴을 도는 것이다. 언젠가 저도 당신에게 내 마음을 선물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라고.(아 이런 말 넘나 창피하고 오글거리지만)


사노 요코의 문장은 흔히들 즐겨쓰는 방식을 벗어나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산문집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보통은 아무리 가볍고 사소한 소재일지라도 그걸 놓고 줄기차게 지지고 볶는 편 아닌가. 사노 요코의 글쓰기 방식(사유의 방식이겠지?)은 이런 면에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세상 어디에 갖다놔도 점핑이 가능한 사람이 여깄구나. 어제는 고등랩퍼(고딩학생)들이 기존랩퍼들과 합작해서 부르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는데, 사노 요코가 생각났다. 그녀의 산문 한꼭지를 가져와 조금 손을 보면 하나의 번듯한 랩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 뭐 그런 생각.   


더 쓰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쫓기면서 살아온지 꽤 되었지만 나름 좋다. 이건 싫고 저건 좋고 등등의 그런 기준이 생기는 것만 같다. 좋다. 좋고도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3-26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6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국>의 완결판이 나오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하길래, 나는 이 작가가 13년을 꼬박 설국을 붙들고 있었나 싶었으나 알고 보니 1935년(36세) 첫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 발표했고 그 후 이 작품의 소재를 살려 발표한 단편들이 모여 연작 형태의 중편이 되었으며 1948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출간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20년 후(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것이긴 하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은 사실 알고 있었다는 말을 굳이 말해야 하는가, 뭐 이러면서 머리를 쥐어뜯는다. 


노벨문학상 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수의 내로라 하는 상의 권위에 기대어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좀 비참하다. 그러니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자는 입장이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상을 받을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을 테니까 그 이유를 찾아야만 하고 그것이 그렇게 어렵게 찾아헤맬 일이 아니었을 때 독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 결론부터 말하자면 쾌감은 조금 있었던 것도 같지만(간질간질한 그런 느낌?) 사실 짜증이 더 많았다.


비약이 워낙 심해서 유치찬란하게까지 느껴지는 대화를 보고 있노라니 내 처지가 왜 이리도 한심하게 느껴지던지. 아니 그보다 먼저 무섭다는 생각. 결말은 또 어떻고. 방화인지 아닌지 그것도 모르지 않나. 고마코가 "죽일 거예요' 라고 느닷없이 말하는 통에 이 작가는 그런 결말로 나아갔던가. 설마. 그렇다면 뭘 숨기고 있지? 무위도식 사쿠라 같은 사마무라 따위 관심 없고 고마코와 요코의 관계 혹시 아시는 분? 다시 처음부터 차분히 읽으면서 사건일지 적듯이 꼼꼼하게 인물의 동선과 대화를 분석해 보라면 못할 것도 없다. 다만 돈을 좀 주면 할 수 있다. 꽁꽁 숨겨놓은 작가의 저 비약적으로 열받게 만드는 재주를 나는 머리 싸매고 잠시 음미해 보는 것으로 이 리뷰를 마칠 것이다. 내 수준이 여기까지 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고는 결국, 설국 전체를 관통하는 서정의 실체적 아름다움과 맞닿는 그 무지막지하게 쓸어져 내리는 허망함까지 도달해 보란듯이 지금 창밖엔 폭설이 내리고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한엄마 2017-03-1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서양 사람들이 바라보는 동양에 대한 신비로움이 저 정도였구나-생각했어요.
정작 동양 사람도 이해 못하는 정서라니-ㅎㅎ

컨디션 2017-03-18 19:42   좋아요 1 | URL
아, 그런 것도 있겠군요.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주로 서양권이다 보니 그들이 느끼기에 설국이 뿜어내는 그 아슴한분위기가 얼마나 낯설고 또 신비했을까 하는.. 그런 관점을 지적해주신 거군요.^^

눈 덮인 작은 마을의 풍경과 온천장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여관 그리고 게이샤로 이어지는 세계의 묘사가 남성의 낭심(낭만이라고 써야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ㅎ)을 자극하는 훌륭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설국은 적어도 남성독자에겐 가슴 시린 아름다운 소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렇게 본다면 이해 못할 정서도 아니긴 하구요.ㅎㅎ

책한엄마 2017-03-18 20:08   좋아요 0 | URL
낭심..ㅋㅋㅋㅋ
너무 적절한 단어 선택이에요.
최고 최고!!^^

mysuvin 2017-03-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개인적으로는 소설보다 재미있는 리뷰입니다. ㅎㅎ

컨디션 2017-03-26 13:45   좋아요 0 | URL
아, mysuvin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