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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의 귀향 - 집으로 돌아가는 멀고도 가까운 길 ㅣ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1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12월
평점 :
1.
탕자의 비유만큼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잘 나타내고 있는 비유가 또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수없이 많은 신앙서적 중에 탕자의 비유에 대한 책만큼 제 마음을 잡아 끄는 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탕자의 비유에 관한 책을 발견할 때마다 구입해서 꾸준히 읽어왔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탕자의 비유에 관한 책 중에 ’아버지의 집으로(잭 윈터, 예수전도단)’라는 책보다 탕자의 비유를 잘 설명해 놓은 책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생각에 조금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옆자리에 이 책도 함께 올려 놓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정도로 우열을 가리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지 수로 보면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었습니다. 글자도 그리 작지 않고 여백도 적절해서 가독성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삽화( 탕자의 귀향의 일부분이나 렘브란트의 다른 작품들)로 인해 글의 분량은 더더욱 적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 분량의 책에 너무 비싼 가격이 붙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페이퍼북처럼 출판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는 데다가,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렘브란트의 그림과 깔끔한 편집으로 인해 렘브란트의 그림이 그러한 것처럼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을 읽는데 왜 그렇게 진도가 나가지 않던지요. 아마도 저자가 기록해 놓은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에 와서 부딪칠 때마다 마음의 울령거림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졌던 것 외에도 작은 아들의 모습이나 큰 아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게 된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이 책을 읽기까지 렘브란트에 대해서나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바가 없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렘브란트라는 화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까지 거의 5년 가까이 탕자의 귀향이라는 렘브란트의 이 작품을 통해 탕자의 비유를 묵상해 왔고, 이 책은 그러한 묵상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는 탕자의 비유에 대한 저자의 묵상과 더불어, 탕자의 비유에 대한 렘브란트의 묵상이 함께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탕자의 귀향이라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말년의 렘브란트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그린 작품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과연 렘브란트가 이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탕자의 비유에 관한 렘브란트 자신의 깨달음이 무엇일까를 추적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탕자의 귀향이라는 렘브란트의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내용을 보면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 없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탕자의 귀향이라는 작품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해석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전달자의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탕자의 머리 모양이 마치 자궁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모양이라던가, 탕자를 감싸 안은 아버지의 두 손에서 한 손은 아버지의 손처럼 거칠고, 또 한 손은 어머니의 손처럼 부드럽다는 것이나, 아버지의 얼굴과 큰아들의 모습이 대단히 습사하다는 것과 같은 저자의 설명은 우리를 이 작품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게 만들어 줍니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참으로 렘브란트라는 화가는 탕자의 비유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하셨던 것들을 너무도 훌륭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혹자는 탕자의 귀향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추론을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로 폄하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의 그 어떠한 상상조차도 실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는 점에서 렘브란트의 이 작품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추론조차도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표현하는 데에는 부족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기록된 내용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말년을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했던 저자의 삶이 녹아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3.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을 반성하고, 많은 것을 결단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때로는 작은 아들 같았었고, 때로는 큰 아들 같았었다는 저자의 고백을 들으면서 저 역시 그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저자의 친구가 저자에게 자네는 작은 아들이라기 보다는 큰 아들과 비슷하다는 말을 해 주었다는 고백을 읽으면서 저 또한 친구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저로 하여금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제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또, 저자가 탕자의 모습 속에서 우리 인류를 위해 아버지께서 주신 사랑을 아낌없이 다 써버리고,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고백한 데에서 깊은 감동을 느낄 수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버지가 맡기신 것을 죄다 팔아치웠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주님처럼 변화시켜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가 물려주신 모든 것을 다 처분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아버지에 다 물 쓰듯 써버리는 아들, 그야말로 부전자전입니다.. (p.107)
믿음의 눈으로 탕자의 이야기를 살펴보기 시작하면서부터 탕자의 귀향은 곧 모든 이들을 이끌어서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시는 하나님 아들의 귀향이 되었습니다.. (p.108)
지치고 깨어진 젊은이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큰 위로와 위안을 받습니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청년은 단순히 잘못을 뉘우치는 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아간 인류 전체를 상징합니다. (p.110)"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데이 브레이크 공동체의 수 모스텔러라는 할머니가 저자에게 들려 주었던 말이었습니다. 그녀는 저자가 렘브란트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저자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스스로 작은 아들이라고 생각하든 큰 아들로 여기든 아버지처럼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평생 친구를 찾더군요. 서로 낯을 익힌 뒤부터 줄곧 지켜봤는데 사랑에 목마른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일이라고 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죄다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방팔방관심과 인정, 지지를 구걸했습니다. 이제 자신만의 진짜 소명을 추구할 때가 됐습니다.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집으로 돌아온 자녀들을 반가이 맞아주는 아버지가 되라는 겁니다. 그림 속의 노인을 잘 보십시오. 하나님이 어떤 인물이 되라고 부르시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스스로 참다운 동정의 권위자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p.48-49)"
저자는 이 할머니의 말을 통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자는 이 할머니의 말을 통해 탕자의 비유가 의미하고 있는 최종적인 결론을 발견했고, 이 책의 결론 또한 그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접하기까지 탕자의 비유를 생각할 때, 그저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너희도 하나님 아버지의 기쁨에 동참할 줄 아는 아들이 되어야 한다"라는 교훈의 관점에서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저더러 아버지와 동일한 마음만 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받기만 하는 아들이 아니라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아버지로 자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처럼 용서하고, 아버지처럼 사랑하기까지 자라가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를 받음으로써 저는 제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아들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더 깊은 책임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4.
깊은 묵상에서 나온 결과물은 언제나 깊은 감동으로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글에서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깊은 휴식과도 같은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해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아버지의 집으로 향해 돌아가는 귀향의 길에서 만난 이 따뜻한 이야기를 하나님과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를 구하며 방황하고 있는 저와 같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