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하는 CEO - 성공한 CEO 12명의 기도응답, 함께하시는 하나님 이야기
박찬호.구자천 지음 / 강같은평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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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목회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지방간으로 인한 심한 피로감은 새벽기도를 마지 못해 해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으로 여기도록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도, 그리고 교회를 개척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도 바로 새벽기도였습니다. 그래서 새벽기도에 대한 책들을 여러 권 찾아 읽으며 새벽기도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새벽기도에 대한 열정을 가져 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책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자신의 책에서 밤문화를 대적하기 위해 새벽문화를 일으키자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저로서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세상적인 밤문화를 대적하려면 기독교적인 밤문화를 만들라고 해야지 밤에는 가급적 활동하지 말고 일찍 잠자리에 들자니 무슨 소린가 싶어 도무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새벽기도를 통해 한국 교회가 얼마나 부흥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새벽기도를 해야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그저 기복적인 교회성장지상주의를 말하는 듯한 느낌만 받았을 뿐이었습니다. 또 어떤 목사님은 새벽기도 때에 설교했던 내용을 모아 놓고 마치 새벽기도에 관한 책인 것처럼 이름을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새벽기도에 대한 도전을 받기는 커녕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책들을 읽고 있나 하는 한심한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새벽기도에 관한 책은 쳐다 보지도 않게 된 최근에 또 다시 새벽기도에 관한 새로운 책 한 권이 제 손에 쥐어졌습니다. 전혀 예기치 않게 제 손에 들어온 그 책은 바로 '새벽기도하는 CEO'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책 제목에서도 성공주의적인 냄새가 살짝 나는 것이, 평소 같으면 결코 관심도 갖지 않았을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가지게 된 생각은 이 책이야 말로 새벽기도를 힘들어 하는 저에게 정말로 필요한 영양제 같은 책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이장수 대표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던 중 다섯째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부터 왈칵하는 것이 속에서 올라와 눈을 뜨겁게 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살짝 옮겨 보고자 합니다.

"어느 날 저녁, 그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 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성경 속 사건이 한순간에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 되어 있었다. 남의 탓이 아니었다. 예수쟁이들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던 죄가 너무도 컸다. 밤을 새다시피 회개를 토해냈다. 무릎을 꿇지 않고서는 갑작스레 벌어진 일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본인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믿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믿으라고 밀어 넣지도 않았는데 믿음이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이처럼 감격스러운 회심의 순간을 들여다 보면서 마음에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과연 하나님을 만난 사람일까 싶을 정도로 이장수 대표의 회심은 분명하고도 확실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이어진 하나님께 매어달리는 삶은 그로 하여금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역사하심을 더욱 더 분명하게 체험하게 하였고, 결국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헌신하는 데에까지 몰고 갔습니다. 

다른 CEO들이 하나님을 만나 회심하게 된 순간들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이 계속되었습니다.

채의숭 회장이 부천 공장의 침수와 연이은 천안 공장의 전소로 인해 부도의 위기를 맞았다가 기적적으로 재기한 뒤에 고백하였다는 이야기 역시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말끔히 씻어내고, 모조리 태워버려야 할 죄성이 있었던 거지요. 한창 욱일승천하던 기세도 완전히 꺾였습니다. 오직 당신의 뜻대로 하겠다는 하나님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신 것 같아요. 새벽기도회 때처럼 꾸지미 않은 빈손으로 당신을 따라오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애써 치장하고 차려입고 새벽기도회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모자 푹 눌러쓰고 눈 비비고 눈곱 떼어가며 나서지요. 불타서 망한 회사가 어디가 예뻤는지 주거래 은행에서 무려 1백억원을 토를 달지 않고 대출해 줬어요."

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열 두 명의 CEO들의 간증에는 자기가 해 낸 일보다는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복을 주셔서 내가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자기과시용 간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도와 주셔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감사어린 고백이었기에, 간증이라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저로서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한가지 사실은 이분들이 새벽기도를 하게 된 이유가 한결같이 하나님을 깊이 만났던 체험 때문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었고, 그 삶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는 열망으로 새벽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으면서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이라는 강렬한 체험이 전제되지 않은 새벽기도는 누구에게라도 짐일 수밖에 없고 숙제일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을 통해 저 역시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는 일을 통해서만 새벽기도의 짐을 덜 수 있으리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만 보고서 사업하시는 집사님들이나 장로님들이 읽으시면 좋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같은 목회자나 사업을 하지 않는 주부들, 그리고 십대 청소년까지 꼭 한 번 읽었으면 싶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하는 한 번의 설교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도전을 받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에게는 많은 도전을 안겨 준 책이었기 때문이고, 또한 이 책에 소개된 분들이 성경 읽기와 성경 공부를 통해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된 것처럼, 그리고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를 통해 놀라운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 교회 성도님들도 이 책을 통해 더 깊은 신앙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이 책을 교회 도서관에 비치해 두고 '이 달의 추천도서로'로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새벽기도에 대한 열정을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도록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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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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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400페이지나 되는 이 소설의 두께를 보면서 처음에는 장편소설일 것이라고 확신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해 보니 단편 소설 모음이었고, 그 내용도 완전히 개별적이라 서로 서로 연결되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짧은 단편은 겨우 두 페이지, 또는 세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피디한 전개나 극적인 내용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간에 책을 내려 놓지 못했던 이유는 이 소설에 대한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이 결코 평범한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읽어 가다 보니 과연 그렇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짧은 단편 하나 하나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특별히 와 닿았던 단편은 '2001년 6월 달은 지금도 환희 빛나건만'이라는 단편이었는데, 지구인들의 화성 탐사를 미국의 개척 시대 때 벌어진 인디언 학살에 빗대어 쓴 이야기였습니다. 지구인들의 우주 식민지 개척이 과거에 있었던 학살극의 재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윤리적인 고민을 던져 준 의미있는 글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와 닿았던 단편은 '2005년 4월 어셔2'라는 단편이었는데, 이 소설에 대해서는 '어셔가의 몰락'이라는 소설을 쓴 에드가 앨런 포우라는 작가에 대한 오마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단편에서 저자는 지구에서 벌어진 문화적인 억압 정책을 피해 화성으로 이주해 온 주인공에 의해 벌어진 잔혹한 복수극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성으로 이주하기 30년 전의 지구에서 대분서 사건이라고 불리우는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박물관에 소장했던 모든 책들과 필름이 불태워지는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만화책이나 탐정소설과 같이 공포와 환상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모든 소설과 영화 필름들을 불태우도록 하는 법령이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끔찍한 기억을 안고 이주해 온 화성 식민지에서까지 지구에서와 똑같은 정책이 세워져 과거와 동일한 사건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 정책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살해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어셔가의 몰락'이라는 에드가 엘런 포우의 소설에 묘사된 어셔가의 건물 그대로를 재현해 만들어 놓은 건물에 그 사람들 모두를 불러 모으고 파티를 벌이는 척하면서 한 사람씩 살해하고 그 건물 자체도 붕괴시켜 버립니다. 이는 정치 권력에 의해 예술 및 문학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현실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저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2026년 백만년짜리 소풍'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구가 대전쟁을 통해 멸망하게 되었을 때 단 두 가족만이 살아남아 화성으로 이주하게 되고, 그들이 화성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감으로써 새로운 화성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리라는 전망을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 지금과 같이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한 언젠가는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것과 같은 멸망을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 때가 되면 화성과 같은 새로운 피난처가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단편들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은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일이나,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일이 분명한데, 저자는 바로 그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 속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될 일이라는 사실을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세워 나가야 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 시대에 있어 선지자의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글을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눈에 그려볼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도전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스피디한 전개와 통쾌한 액션을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중도에 읽기를 포기할 만큼 느린 전개와 밋밋한 진행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만한 소설이지만, 동시에 추천사와 역자 후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음미해 볼만한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는 작품이라는 점 또한 분명합니다. 별점을 얼마를 주어야 할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소설이 그렇게 의미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제 취향과 정반대의 스타일이라 별 넷을 주었습니다. 아마 점액질의 기질을 가진 분들이라면 별 여섯 개를 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그리고 소설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할만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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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본받아 - 토마스 아 켐피스의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박동순 옮김 / 두란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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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생활을 시작하고 한 2-3년 정도 지난 후부터 신앙 도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 초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이 책이 있었습니다. 크리스챤 다이제스트라는 출판사가 '세계 기독교 고전'이라는 시리즈의 도서 중 두 번째로 내 놓은 책이었는데,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님으로 계시던 홍치모 교수님의 추천사를 보고 구입해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신앙에 깊이가 없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이해가 되던 안되던 완독이나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었더랬습니다. 당연히 내용도 별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깨달음을 얻기 보다는 지루함을 이겨내기에 급급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그러나 역자의 말, 추천사, 서론, 해설 등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어떠한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한 20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동안 다른 출판사를 통해서도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수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번역본 중에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가운데 두란노에서 새롭게 출간한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갑작스럽게 제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이 라틴어 최신 완역본이라는 점과 두란노에서 출간했다는 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두란노에서 나온 도서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깔끔한 편집과 탁월한 가독성에 대한 신뢰가 이 책을 선택힌 주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촘촘한 글씨의 그 책을 다시 읽기에는 제 눈이 많이 침침해졌기 때문에 큰글씨의 시원시원해 보이는 이 책이 제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번역본이 있었기에 두 권을 같이 펼쳐 놓고 비교해 가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라틴어에서 직접 번역했다는 이 책이 미국의 무디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재번역한 예전의 번역본보다 훨씬 쉽게 읽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내용은 똑같은 내용이었지만 새로운 번역이  더 쉽게 다가왔습니다. 

그 차이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라틴어에서 직접 번역한 이 책은 거의 직역과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짧고 간단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 반면, 예전의 번역본은 의역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 번역본의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 번역본 역시 좋은 번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역자 역시 믿을 수 있는 분이었고요. 단지 예전의 번역본은 독자가 읽어가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할 부분까지 설명해주듯이 풀어 놓아서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두 번역을 함께 읽어 가다 보니 어떤 번역에 나온 '성경 몇 장 몇절 표시'가 다른 번역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더군요.  저자의 글이 성경의 어떤 책 몇 장 몇 절에 나온 구절과 연결되는지를 표시해 놓은 괄호 안의 내용 중에, 어떤 책에 있는 것이 다른 책에는 없는 경우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편에만 다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고, 서로에게 없는 구절들이 상호 보충하듯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같이 펼쳐 놓고 참고해 가면서 읽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내용면에서 볼 때에는 프랑소와 페넬롱의 '그리스도인의 완전'이라던가,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내면을 깊이있게 성찰해 볼 수 있는 귀한 묵상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15세기에 쓰여진 이 책이 17세기에 쓰여진 '그리스도인의 완전'이나 20세기에 쓰여진 '주님은 나의 최고봉'보다 더 쉽게 읽혀지다니 신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다른 두 권에 비해 교리적인 면보다는 자신의 내면 성찰에 더 깊은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 전에만 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손에 잡힐 듯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고, 저자가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것처럼 쉽게 이해되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 정도라면 몇 번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는 대로 실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단 한 가지는 이 책이 하드커버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두고 두고 읽어야 할 책인데 얇은 표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재판을 찍을 때에는 양장으로 펴 내 주었으면 싶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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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마라 - 인간관계 속에 숨어 있는 유쾌한 영역의 비밀
시부야 쇼조 지음, 박재현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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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공부하면서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는 경계선(boundary)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선의 형성은 성장하는 동안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배우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과의 관계를 통해 경계선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게 건강한 경계선을 형성하지는 못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계선을 쉽게 침범했고, 또 다른 사람이 제 경계선을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 어떤 때는 쉽게 허용하고, 어떤 때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많은 관계들을 어려움 가운데 빠뜨렸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는 무척이나 어려워한 반면에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부모님과의 관계(아버지와는 어려웠고, 어머니와는 편안했던)가 친구들과의 관계에까지 투영되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 사실을 너무나 늦게 알게 되었기에 그 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그러다가 상담을 통해 제 문제를 알게 되었고, 건강한 경계선을 설정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게 되면서 인간 관계에 있어서 많은 진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책 제목에 있는 '선'이라는 것이 '경계선'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의 메지로 대학의 인간사회학부 교수로서 '인간관찰학'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 소개를 보니 현대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비즈니스나 인간관계에 응용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상당히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제안들이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연애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들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알아 두어야 한다 까지만 설명하고 있고,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이렇게 대응하라 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지식과 응용 부분 모두를 아우르는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조금 더 심층적인 이론 설명을 기대했었는데 실용서가 가지고 있는 한계상 그렇게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 분야에 대해 실제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접근이 더 용이한 책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좀 더 많은 분량에 좀 더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200쪽이 살짝 넘는 분량을 한 30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늘려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까지 포함시키는 좀 더 풍성한 내용으로 채워 넣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계선'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는 분들에게는 입문서로 읽기에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따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직장 생활 가운데 인간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이성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반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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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2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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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이라 하면 대체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는 차원에서 쓰여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토머스 크롭웰은 헨리 8세나 앤 불린, 또틑 울지 추기경이나 토머스 모어와 같은 인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기에 책을 읽기에 앞서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펴본 내용에 의하면 토머스 크롬웰은 대단히 야심이 많은, 그리고 처세에 능한 인물로 그려져 있더군요. 

토머스 크롬웰의 초상화도 세 개 정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한결같이 탐욕스러워 보이고 야비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당대의 유명한 초상화가인 홀바인이 그린 초상화도 그 가운데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책의 뒷 표지에 기록되어 있는 옵저버지의 소개에도 초상화 이야기가 나와 있더군요. "홀바인의 초상화에서 토머스 크롭웰은 엄격하고, 계산적이며, 무자비해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그는 오히려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어지는 옵저버지의 소개는 이 소설을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맨틀은 이 소설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을 삭제하고, 공식 기록에서는 말소되어버린 인간미 넘치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런 점에서 맨틀이 그려낸 토머스 크롭웰은 역사 속에서 숨겨져 버린 실제의 인물을 그려낸 것일 수도 있지만, 반면에 역사적인 인물과 전혀 상관없는 가상의 인물을 그려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왜 그와 같은 모험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와 같은 시도가 결코 헛된 모험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정치라는 세계에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야비함과 탐욕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러나 그들 중에는 원치 않는 가운데서도 살아남기 위해, 또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다 보니 그와 같은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들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토머스 크롭웰과 같이 말입니다.

이 책에서 토머스 크롭웰은 자신의 가족들을 깊이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섬기던 추기경에 대해서 끝까지 의리를 지켰던 인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가 헨리 8세의 총애를 받게 된 것도 어쩌면 추기경에 대한 의리를 끝까지 지켰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헨리 8세가 울지 추기경에 대한 연민으로 인해 추기경의 오른팔이었던 그를 곁에 두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헨리 8세의 선택을 받게 된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었던 탁월한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대단한 기억력과 계산능력,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과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그로 하여금 헨리 8세의 총애를 받게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에 대하여 탐욕스럽다거나 야비하다고 하는 것은 단지 적대자들의 입장에서 내려진 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섬기던 주인의 마음을 읽고 그가 원하는 말을 해 주는데 탁월하였을 뿐이며, 또한 주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최선을 다해 감당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권력자들은 누구라도 그를 곁에 두고 자기의 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조건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몰락한 추기경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추기경이 죽은 뒤에야 새로운 주인을 찾아나섭니다. 찾아나섰다기 보다는 새로운 주인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그 새로운 주인은 헨리 8세였고, 그 이후로 8년간 자신의 최선을 다해 그를 섬겼습니다. 그는 후에 헨리 8세와 독일 클레브의 공주 앤의 결혼을 주도했다가 그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사형을 당하고 맙니다. 헨리 8세는 홀바인이 그린 앤의 초상화를 보고 그 모습에 반해서 데려왔는데 실물이 실제로는 너무 못생겨서 한 번도 동침하지 않고 내쳤다고 합니다. 그래도 독일과의 동맹관계를 생각해서 그녀와는 계속해서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남았다고 하는데, 그 결혼을 추진했던 토머스 크롬웰은 그 일로 헨리 8세의 미움을 받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죽일 것까지 있을까 싶은데 사형에 처하고 말다니 헨리 8세도 보통 잔인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괄호 안의 내용은 소설 속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토머스 크롬웰이 마침내 헨리 8세가 바라마지 않던 캐더린과의 이혼을 성공시키고, 앤 불린을 왕비의 자리에 앉히는 데에서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울지 추기경 이후에 대법관이 된 토머스 모어의 몰락과 죽음에서 끝을 맺습니다. 토머스 모어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그가 헨리 8세의 이혼에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인데, 사형을 위해 갖다 붙인 죄목은 반역이었습니다. 왕보다 교황을 더 따랐다는 것입니다. 울지 추기경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툭하면 반역이라는 죄목을 걸어 정적을 제거하려 들던 당시의 정계는 실로 목숨을 걸고 건너가는 살얼음판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은 이 소설이 여기에서 끝을 맺는 것이 아님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토머스 크롬웰은 토머스 모어의 사형 뒤에 제인 시모어의 집인 '울프 홀'에 갈 계획을 메모하는데, 제인 시모어는 앤 불린에 이어 헨리 8세의 세 번째 왕비가 된 여인입니다. 그녀는 헨리 8세의 여섯 왕비 중에서 그 누구보다 헨리 8세의 사랑을 받았던 왕비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후에 이어지게 될 소설의 내용은 토머스 크롬웰이 제인 시모어가 왕비가 되는 데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1,000여 페이지가 넘는 내용이라 책이 두 권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가독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넘치게 낭비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표지 디자인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Wolf Hall에서 o자와 a 속에 들어가 있는 초상화 그림만 아니었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o자에 넣어진 헨리 8세의 초상화 일부가 왠지 영국 사람이 아닌 중동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지는 바람에 책의 이미지 전체를 망쳐 버린듯 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그 그림이 헨리 8세의 초상화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라도 초상화 전체의 그림을 실어 놓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장에서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갈 때 무언가 내용이 끊어진 듯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때문에 도입부에서는 내용 이해를 위해 조금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장은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게 된 일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두 번째 장에서는 갑자기 추기경의 비서로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정말 부드럽고 매끄럽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각 장의 내용이 시간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고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는 일들도 있었는데, 그로 인해 벌어지는 혼동은 각 장의 제목 밑에 기록된 연도를 확인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어 가면서 잘 만들어진 대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정제되어진 글투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문장이 단문이었는데, 깔끔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습니다. 특히 상황을 묘사하는 저자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인물들의 얼굴 표정이나 기분 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었고, 건물이나 거리의 풍경 또한 마음 속에 그려 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생소한 내용, 독자들이 잘 모를 것 같은 내용들을 난하주로 처리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등장 인물이 다양한 데다 익숙하지 않은 영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작가가 그러낸 토머스 크롬웰이라는 인물에 깊이 빠져 들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을 잃고 슬퍼하는 그의 모습에 깊으 연민을 느꼈고, 추기경의 몰락을 함께 하며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위기 앞에 선 중년의 고민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토머스 크롬웰을 슬퍼할 줄 아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로 그려 놓았던 점이 그를 악인으로 보기 어렵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역시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고, 그런 이유로 그의 이야기가 먼 옛날 어느 먼 나라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조금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초에 읽었던 '소현'이라는 소설에서 느꼈던 것은 '글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기에 몇 번은 더 읽어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세 네 번 정도 더 읽으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숨겨진 의미들까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많은 소설들에 견주어 결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소설입니다. 별 여섯 개를 주고 싶은,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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