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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본받아 - 토마스 아 켐피스의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박동순 옮김 / 두란노 / 2010년 9월
평점 :
신앙 생활을 시작하고 한 2-3년 정도 지난 후부터 신앙 도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 초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이 책이 있었습니다. 크리스챤 다이제스트라는 출판사가 '세계 기독교 고전'이라는 시리즈의 도서 중 두 번째로 내 놓은 책이었는데,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님으로 계시던 홍치모 교수님의 추천사를 보고 구입해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신앙에 깊이가 없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이해가 되던 안되던 완독이나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었더랬습니다. 당연히 내용도 별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깨달음을 얻기 보다는 지루함을 이겨내기에 급급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그러나 역자의 말, 추천사, 서론, 해설 등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어떠한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한 20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동안 다른 출판사를 통해서도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수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번역본 중에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가운데 두란노에서 새롭게 출간한 '그리스도를 본받아'가 갑작스럽게 제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이 라틴어 최신 완역본이라는 점과 두란노에서 출간했다는 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두란노에서 나온 도서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깔끔한 편집과 탁월한 가독성에 대한 신뢰가 이 책을 선택힌 주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촘촘한 글씨의 그 책을 다시 읽기에는 제 눈이 많이 침침해졌기 때문에 큰글씨의 시원시원해 보이는 이 책이 제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번역본이 있었기에 두 권을 같이 펼쳐 놓고 비교해 가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라틴어에서 직접 번역했다는 이 책이 미국의 무디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재번역한 예전의 번역본보다 훨씬 쉽게 읽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내용은 똑같은 내용이었지만 새로운 번역이 더 쉽게 다가왔습니다.
그 차이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라틴어에서 직접 번역한 이 책은 거의 직역과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짧고 간단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 반면, 예전의 번역본은 의역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 번역본의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 번역본 역시 좋은 번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역자 역시 믿을 수 있는 분이었고요. 단지 예전의 번역본은 독자가 읽어가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할 부분까지 설명해주듯이 풀어 놓아서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두 번역을 함께 읽어 가다 보니 어떤 번역에 나온 '성경 몇 장 몇절 표시'가 다른 번역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더군요. 저자의 글이 성경의 어떤 책 몇 장 몇 절에 나온 구절과 연결되는지를 표시해 놓은 괄호 안의 내용 중에, 어떤 책에 있는 것이 다른 책에는 없는 경우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편에만 다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고, 서로에게 없는 구절들이 상호 보충하듯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같이 펼쳐 놓고 참고해 가면서 읽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내용면에서 볼 때에는 프랑소와 페넬롱의 '그리스도인의 완전'이라던가,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내면을 깊이있게 성찰해 볼 수 있는 귀한 묵상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15세기에 쓰여진 이 책이 17세기에 쓰여진 '그리스도인의 완전'이나 20세기에 쓰여진 '주님은 나의 최고봉'보다 더 쉽게 읽혀지다니 신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다른 두 권에 비해 교리적인 면보다는 자신의 내면 성찰에 더 깊은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 전에만 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손에 잡힐 듯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고, 저자가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것처럼 쉽게 이해되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 정도라면 몇 번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는 대로 실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단 한 가지는 이 책이 하드커버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두고 두고 읽어야 할 책인데 얇은 표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재판을 찍을 때에는 양장으로 펴 내 주었으면 싶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