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로봇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53
정회성 지음, 원혜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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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 주는 로봇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냥 기계적으로 무뚝뚝하게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에서 성우들이 책을 낭독해 주듯이, 또는 동화 구현을 하듯이 읽어 준다면 아마 책을 가까이 하는 일이 무척이나 수월해 질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더 가까이 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상상력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로봇 보보를 어느 마을의 도서관장이 구입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의 감정이 너무 메말라서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지도 않고 걸핏하면 서로 싸우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 줌으로써 정서적인 변화를 일으켜 보고자 한 것입니다. 워낙에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라 책을 대신 읽어 줄 로봇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보보로 하여금 마을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문제는 아무도 보보에게 찾아와 책을 읽어 달라 부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장은 마을 대표들과 회의를 열어 마을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보보에게 찾아가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억지로 보보에게 끌려 온 사람들 중에는 나쁜 마음을 먹고 보보를 없애려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고 그 일을 통해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이후로 보보는 책을 읽을 때 감정을 실어 읽어 주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보보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사람들이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책을 찾아읽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 줄 필요가 없게 된 보보는 이동도서관의 관장이 되어 책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른 마을로 가서 책을 읽어 주기 시작합니다.

줄거리를 말해 놓고 보니 왠지 밋밋하게 느껴지는데 실제 내용은 전혀 밋밋하지 않습니다. 딱 어린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쓰여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먹는 여우라는 책이 생각났는데 아마도 아이들로 하여금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서로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책을 읽을 때에는 기계적으로 읽는 것보다 감정을 실어서 읽는 편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더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자녀들더러 책 읽어라 강요하는 것보다 이 책을 사서 함께 읽는다면 아마도 자녀들이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보가 감정을 갖게 된 것이 책을 많이 읽으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사건을 통해서였다는 점은 생각하기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고, 또 만족스러운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부분을 작가가 잘 피해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용이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책 읽는 방법이라던가 책 읽기의 유익을 잘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 때 읽었으면 두고 두고 반복해서 읽었을 것 같은 재미있는 스토리에 깔끔한 삽화가 마음에 듭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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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부이치치의 허그(HUG) - 한계를 껴안다
닉 부이치치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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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고등학생 때였을 것입니다. 팔과 다리가 없는 귀엽게 생긴 소년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아스팔트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놀랍게 생각되었던 것은 그 소년의 표정이 너무나 밝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동안 이 소년에 대해 잊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저자를 보았을 때 이 청년이 과연 그 때의 소년이 맞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귀여운 모습은 사라지고 멋진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를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밝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를 처음 보았을 때, 과연 이 소년이 자라서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저 부모의 도움을 의지해 백수로 지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저의 염려가 무색하게 그 소년은 너무나 멋지게 자라 세계적인 명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도리어 강점으로 승화시켜 자신과 같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망을 품게 해 주는 귀한 일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저자에 대해 제가 처음에 보았던 그 소년의 밝은 미소를 가지고 아무런 그늘없이 자랐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저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통과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열살 즈음해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심한 장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춘기를 지나며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않고 지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시기를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 그리고 지지를 바탕으로 잘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삶의 무게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향해 자신이 받았던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리 길다고 할 수는 없는, 저자가 지나온 27년 동안의 삶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느꼈던 감정, 그리고 자신이 자라면서 경험했던 부정적인 생각들,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던 계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놀드라는 아저씨의 권유로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그의 삶을 바꿔 놓는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강연 요청과 그러한 강연 가운데 만난 어떤 여학생의 허그와 고백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걸어 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품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은 모두 1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 마다 한 가지씩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주제들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가치있는 삶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자는 목적을 세우는 일, 소망을 품는 일, (하나님에 대해서,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는 일, 자기를 사랑하고 용납하는 일,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일, 용기있게 행동하는 일, 변화에 대해 불굴의 의지를 갖는 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 기회를 붙잡는 일, 몸을 사리지 않는 일, 함께 어울리는 일, 베푸는 일들이 바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왔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서도 그와 같은 일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고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시작하라고 권유합니다.

각각의 장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저자의 강의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자신의 사연은 물론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통해 변화를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권유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신앙의 힘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앙이 없는 분들에게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러나 신앙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증거인 저자의 삶을 볼 때, 그와 신앙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이야기들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 지고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였습니다. 삶의 용기를 잃고 힘들어 하는 분들이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죽음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귀한 도전이 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라기는 저자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삶의 용기를 얻게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가 앞으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생겼습니다. 저자의 삶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그는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삶의 소망을 품게 된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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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 기독교인이 꼭 읽어야 할 40권의 책 이야기
송광택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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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이런 책이 있었으면 하고 바래왔습니다. 수많은 기독교 고전 중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더라도 내 성향과 맞는 책인지에 대해 미리 살펴 볼 수 있는 정보가 있었으면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그 모든 바람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책을 만나서 읽는 동안 많이 행복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 사십 권의 고전을 '기도, 교리, 경건, 문학, 명저, 일기(전기)'의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서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각 장의 제목은 그 장에서 소개해 주고자 하는 책의 핵심되는 내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문장으로 되어 있고, 또 그 제목 아래에는 그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쪽에는 책 제목과 저자, 역자, 출판사, 출판연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번역된 수많은 번역본 중에 어떤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분명하게 짚어 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해당 도서의 대략적인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10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었던 저자의 다른 저서와 비교할 때 더 깊이 있는 소개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많은 분량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아주 적당한 분량이었습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확실하게 짚어 주는 설명은 마치 그 책을 실제로 읽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게 해 주었습니다. 후에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나서 해당 도서를 읽어 본다면 전체적인 내용을 조망하듯 읽어 나갈 수 있을 듯 싶었습니다.

내용 소개 다음에는 저자, 또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전기의 경우)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장 제목 밑에 소개된 몇 줄의 간략한 소개와는 달리 전체적인 생애와 핵심적인 사역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소개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그 저자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그 저서에 대해 더 깊은 매력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 중에는 한 저자의 책이 두 권이나 소개된 것도 있었습니다. 바로 잔 귀용 부인의 저서들이었는데, 저자에 대해 소개 또한 같은 내용의 반복이 아닐까 싶어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았더니 각각의 소개가 서로 겹치지 않게 소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고민과 수고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소개된 책과 더불어 읽어 볼 만한 저자의 다른 책이나, 같은 주제에 관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고, 맨 마지막에는 그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생각되는 문장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책의 깊이와 무게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 중에 처음 접해보는 저자와 처음 접해보는 책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빌라의 성 테레사나 클레르보의 베르나르, 닛사의 그레고리와 같은 카톨릭 교회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고, 또 그들의 저작에 대해서도 새롭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 책을 통해 카톨릭 쪽에서 번역한 교부들의 저작들 가운데 읽어 볼 만한 책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던 도서 중에, 이 책을 통해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된 책들도 있었는데, 쇠렌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길버트 체스터톤의 오소독시, 호라티우스 보나르의 내게는 영원한 의가 있다,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와 같은 책들이 그러한 책들이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읽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특별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제4장에서 소개되고 있었던 기독교 문학들이었습니다.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자라던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가 기독교 문학에 속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 실제로 읽어 본 책들이 몇 권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책에 소개된 검증된 고전들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생각이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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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김기수 지음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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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대해서는 거의 한결같은 반감을 가지고 지내 온 반면,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중국이라는 나라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괄목할만한 경제 발전에 기고만장해서 주변국들을 깔아 보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다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북한 편만 들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반감의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감과 함께 가지게 된 의문은 왜 중국이 저렇게 북한을 싸고 도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원래부터 그런 나라였다는 것을 역사적인 사실을 살펴보며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대국이라고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이웃국가들의 침략을 받았고, 또 그 이웃국가들에 의해 지배받았던 수많은 시간들이 그들로 하여금 이웃국가들에 대해 각각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다르게 상대하도록 하는 처세술을 개발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중국의 처세술은 '크고 강한 나라들은 이이제이한다, 작지만 똑똑한 나라는 나누어 지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소련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을 때에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았던 일, 그리고 자국의 안보를 위해 베트남의 통일을 방해하고자 했던 일을 들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취하는 태도가 베트남의 경우와 거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국경을 마주 댄 인접국가들끼리는 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우리의 영토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다른 나라(미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이 중국과 미국의 방해를 이겨내고 통일국가를 이루어 내었던 것과, 중국과의 국경분쟁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주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 역시 설득력 있게 느껴쪗습니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적인 발전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경제성장은 값싼 노동력과 저렴한 토지의 공급, 그리고 대규모 외국자본의 유입을 통한 투입중심의 경제성장으로서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성장모델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빠른 속도의 성장은 반드시 꺾이게 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되는 순간 중국의 정치적인 구조 또한 함께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중국 역시 소련과 마찬가지로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에둘러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중국은 미국에 대해 군사적인 면에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열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기 때문에 군사력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재정에 한계가 있고, 따라서 지금까지 축적된 미국의 군사력을 따라잡으려면 수십 년 이상의 재정 투입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소련과 같이 다른 것을 다 포기하고 군사력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오른다 해도 막상 미국과 전쟁을 벌이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력의 대부분을 그 무모한 경쟁에 쏟아 부은 결과 스스로 붕괴된 소련과 비슷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역시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려면 위안화의 국제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중국이 국가 주도의 은행대출과 달러화 연계에 기초한 환율의 산정 및 통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위안화의 국제화는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저자는 과거의 역사를 돌아볼 때 국제통화패권의 전이는 세계적 규모의 전쟁을 통해서만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세계대전을 일으켜 미국을 꺾지 않는 이상 미국의 달러화를 위안화로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고 있습니다.

사실 국제 정세라던가 세계 경제의 추이에 대해 무지한 저로서는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아닌가 만을 평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입장에 있는 제가 보기에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으며, 또한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들을 잘 짚어 주고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저자의 주장과 반대되는 다른 입장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또 어떤 반응을 하게 될 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는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으로써 저로서는 저자의 주장과 같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이나 기타 여러 나라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인 위협에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의 붕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서 대비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중국 경제가 무너지고 뒤이어 중국의 정치 체제까지 무너지게 되면 그 때야말로 남북 통일을 이루고 민족의 숙원을 이루는 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대감이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며 중국의 패권주의적인 행보에 대한 염려에서 벗어난 사람이 저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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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8
이한규 지음, 플라톤 / 두리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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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라는 철학자는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과 더불어 플라톤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하였다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일반인들에게 소크라테스는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학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해 한동안 철학을 열심히 공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과 사상이 소개되어 있는 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 그 각각의 책들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살아 생전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 관해 쓰여진 다양한 책(원전)들의 제목로부터 그 안에 담겨진 그의 사상을 유추해 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면 소크라테스가 스스로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의 교만을 멋지게 깨뜨려 버렸던 일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동정심도 그에 대한 호감의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호감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은 참으로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피상성을 넘어 이 위대한 철학자의 삶과 사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라는 책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저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은 이러한 종류의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일반인들이 다루기에는 상당히 어렵고 깊이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믿고 의지할 만한 소크라테스에 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플라톤의 저술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의 연구교수로, 또 대학기관의 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계속해 온 저자이기에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쓴 전문적인 내용의 책이라고 해서 이 책이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지나친 선입견입니다. 제목에 붙어 있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이 책은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쓰여진 책이기에 일반적인 철학 개론서와 비교할 때 그다지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한 번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없지 않지만, 그러한 내용들은 주로 원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서 발견될 뿐, 그 원전의 내용을 설명해 놓은 저자의 글을 보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원전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저자가 설명해 놓은 그 내용만 읽고 그냥 넘어가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삶을, 2부에서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저술을 남긴 네 명의 인물과 그들의 저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부에서 5부까지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철학, 정의, 인간에 대한 견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각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밝혀 주고 있기에 나중에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가이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소크라테스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소크라테스가 직접 남긴 저술이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고, 소크라테스에 대한 자료로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저술의 저자들에 대해서는 오직 플라톤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부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서 아리스토파네스, 크세노폰,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소크라테스에 관한 글을 남겼으며, 그 중 크세노폰의 저술이 플라톤의 저술과 더불어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저술을 살펴보다 보니 크세노폰의 저술과 플라톤의 저술 중에 공통적으로 향연'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이 있더군요. 책의 내용도 같은 사건을 다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용이 많이 궁금하더군요. 플라톤의 저술이 문체의 변화에 따라 세 가지 시기로 구분되고 있고, 또 소크라테스에 관한 내용도 시기에 따라 약간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각각의 시기에 해당하는 책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러한 책들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각각의 주제에 따라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는 3부에서부터 5부까지의 내용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이 사실은 소크라테스가 가장 처음 한 말이 아니라 그리스의 칠현 가운데 한 사람이 탈레스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라는 사실은 1부에 소개되어 있지만, 그 명언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 소크라테스가 세워 나갔던 철학의 방법에 대해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변론'이라는 책에 대해 말하고 있는 3부의 첫 장에서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3부의 두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향연'이라는 책에 소개된 '에로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견해'에 대해 다루고 있고, 세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국가'라는 책에 소개된 '동굴의 비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 가는 도중에 '플라토닉 러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보충자료를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사뭇 충격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플라토닉 러브를 정신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사실은 동성애적 사랑을 의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육체적인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소년을 사랑하는 관계를 의미한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부에는 소크라테스가 말한 '정의'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국가'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정의로운 자가 행복하다'는 그의 주장이 소개되어 있었고, 두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크리톤'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왜 법을 지켜야 하나'에 대한 그의 설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첫 번째 장에 소개된 내용은 소크라테스의 사상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장에 소개된 내용은 소크라테스가 왜 친구들의 간청을 뿌리치고 독배를 받았는가에 대해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탈옥을 해서 국외로 탈출하는 것이 왜 자신의 신념을 깨뜨리는 일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그의 설명과 그의 죽음을 통해 그가 자신의 철학을 삶으로 실천했던 위대한 인물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오히려 악법에 저항하는 것이 그의 일관된 태도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5부에는 소크라테스가 이해하였던 '인간'에 대한 견해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영혼이 욕구와 이상과 기개의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았다는 것(국가)과, 육체는 사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한다고 보았다는 것(파이돈),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와 윤회에 대해 믿고 있었다는 것(파이돈)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에 근거하여 '앎'이라는 것이 배우는 것이나 가르치는 것을 통해 얻거나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상기하는 것을 통해 얻게 되는 것(메논)이라고 주장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통해 그가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윤리학자이자 한 사람의 종교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기독교의 주장과 유사하고, 일부는 불교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종교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그가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고, 세상의 일시적인 가치가 아니라 영속불멸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소크라테스에 대해 동성애자로 오해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마음이 없지 않았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에로스에 관한 디오티마의 설명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소개(147쪽)나 알키비아데스의 증언(171쪽)을 통해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편으로는 존경하고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시각이 이제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완전히 기울어 그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삶과 사상에 대해 규모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또한 두리미디어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을 위한 고전 시리즈의 책들이 한결같이 이 책과 같은 수준이라면 모두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가져 보았습니다. 물론 저만 읽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인 아들 녀석에게도 꼭 읽어 보게 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철학관련 도서였는데 머리가 복잡해 지지도 않았고 부담없이 읽으며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책에 담겨진 내용과 풍성한 자료들, 그리고 튼튼한 제본을 생각할 때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녀에게 좋은 책을 읽게 하고자 하는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할 책(시리즈)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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