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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ㅣ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8
이한규 지음, 플라톤 / 두리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소크라테스라는 철학자는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과 더불어 플라톤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하였다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일반인들에게 소크라테스는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학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해 한동안 철학을 열심히 공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과 사상이 소개되어 있는 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 그 각각의 책들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살아 생전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 관해 쓰여진 다양한 책(원전)들의 제목로부터 그 안에 담겨진 그의 사상을 유추해 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면 소크라테스가 스스로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의 교만을 멋지게 깨뜨려 버렸던 일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동정심도 그에 대한 호감의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호감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은 참으로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피상성을 넘어 이 위대한 철학자의 삶과 사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라는 책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저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은 이러한 종류의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일반인들이 다루기에는 상당히 어렵고 깊이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믿고 의지할 만한 소크라테스에 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플라톤의 저술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의 연구교수로, 또 대학기관의 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계속해 온 저자이기에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쓴 전문적인 내용의 책이라고 해서 이 책이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지나친 선입견입니다. 제목에 붙어 있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이 책은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쓰여진 책이기에 일반적인 철학 개론서와 비교할 때 그다지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한 번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없지 않지만, 그러한 내용들은 주로 원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서 발견될 뿐, 그 원전의 내용을 설명해 놓은 저자의 글을 보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원전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저자가 설명해 놓은 그 내용만 읽고 그냥 넘어가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삶을, 2부에서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저술을 남긴 네 명의 인물과 그들의 저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부에서 5부까지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철학, 정의, 인간에 대한 견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각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밝혀 주고 있기에 나중에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가이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소크라테스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소크라테스가 직접 남긴 저술이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고, 소크라테스에 대한 자료로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저술의 저자들에 대해서는 오직 플라톤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부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서 아리스토파네스, 크세노폰,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소크라테스에 관한 글을 남겼으며, 그 중 크세노폰의 저술이 플라톤의 저술과 더불어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저술을 살펴보다 보니 크세노폰의 저술과 플라톤의 저술 중에 공통적으로 향연'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이 있더군요. 책의 내용도 같은 사건을 다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용이 많이 궁금하더군요. 플라톤의 저술이 문체의 변화에 따라 세 가지 시기로 구분되고 있고, 또 소크라테스에 관한 내용도 시기에 따라 약간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각각의 시기에 해당하는 책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러한 책들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각각의 주제에 따라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는 3부에서부터 5부까지의 내용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이 사실은 소크라테스가 가장 처음 한 말이 아니라 그리스의 칠현 가운데 한 사람이 탈레스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라는 사실은 1부에 소개되어 있지만, 그 명언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 소크라테스가 세워 나갔던 철학의 방법에 대해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변론'이라는 책에 대해 말하고 있는 3부의 첫 장에서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3부의 두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향연'이라는 책에 소개된 '에로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견해'에 대해 다루고 있고, 세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국가'라는 책에 소개된 '동굴의 비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 가는 도중에 '플라토닉 러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보충자료를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사뭇 충격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플라토닉 러브를 정신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사실은 동성애적 사랑을 의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육체적인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소년을 사랑하는 관계를 의미한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부에는 소크라테스가 말한 '정의'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국가'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정의로운 자가 행복하다'는 그의 주장이 소개되어 있었고, 두 번째 장에서는 플라톤의 저술 중 '크리톤'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왜 법을 지켜야 하나'에 대한 그의 설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첫 번째 장에 소개된 내용은 소크라테스의 사상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장에 소개된 내용은 소크라테스가 왜 친구들의 간청을 뿌리치고 독배를 받았는가에 대해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탈옥을 해서 국외로 탈출하는 것이 왜 자신의 신념을 깨뜨리는 일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그의 설명과 그의 죽음을 통해 그가 자신의 철학을 삶으로 실천했던 위대한 인물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오히려 악법에 저항하는 것이 그의 일관된 태도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5부에는 소크라테스가 이해하였던 '인간'에 대한 견해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영혼이 욕구와 이상과 기개의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았다는 것(국가)과, 육체는 사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한다고 보았다는 것(파이돈),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와 윤회에 대해 믿고 있었다는 것(파이돈)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에 근거하여 '앎'이라는 것이 배우는 것이나 가르치는 것을 통해 얻거나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상기하는 것을 통해 얻게 되는 것(메논)이라고 주장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통해 그가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윤리학자이자 한 사람의 종교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기독교의 주장과 유사하고, 일부는 불교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종교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그가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고, 세상의 일시적인 가치가 아니라 영속불멸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소크라테스에 대해 동성애자로 오해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마음이 없지 않았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에로스에 관한 디오티마의 설명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소개(147쪽)나 알키비아데스의 증언(171쪽)을 통해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편으로는 존경하고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시각이 이제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완전히 기울어 그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삶과 사상에 대해 규모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또한 두리미디어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을 위한 고전 시리즈의 책들이 한결같이 이 책과 같은 수준이라면 모두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가져 보았습니다. 물론 저만 읽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인 아들 녀석에게도 꼭 읽어 보게 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철학관련 도서였는데 머리가 복잡해 지지도 않았고 부담없이 읽으며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책에 담겨진 내용과 풍성한 자료들, 그리고 튼튼한 제본을 생각할 때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녀에게 좋은 책을 읽게 하고자 하는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할 책(시리즈)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