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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부이치치의 허그(HUG) - 한계를 껴안다
닉 부이치치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0년 10월
평점 :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고등학생 때였을 것입니다. 팔과 다리가 없는 귀엽게 생긴 소년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아스팔트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놀랍게 생각되었던 것은 그 소년의 표정이 너무나 밝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동안 이 소년에 대해 잊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저자를 보았을 때 이 청년이 과연 그 때의 소년이 맞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귀여운 모습은 사라지고 멋진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를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밝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를 처음 보았을 때, 과연 이 소년이 자라서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저 부모의 도움을 의지해 백수로 지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저의 염려가 무색하게 그 소년은 너무나 멋지게 자라 세계적인 명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도리어 강점으로 승화시켜 자신과 같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망을 품게 해 주는 귀한 일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저자에 대해 제가 처음에 보았던 그 소년의 밝은 미소를 가지고 아무런 그늘없이 자랐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저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통과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열살 즈음해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심한 장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춘기를 지나며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않고 지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시기를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 그리고 지지를 바탕으로 잘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삶의 무게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향해 자신이 받았던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리 길다고 할 수는 없는, 저자가 지나온 27년 동안의 삶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느꼈던 감정, 그리고 자신이 자라면서 경험했던 부정적인 생각들,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던 계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놀드라는 아저씨의 권유로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그의 삶을 바꿔 놓는 중대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강연 요청과 그러한 강연 가운데 만난 어떤 여학생의 허그와 고백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걸어 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품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은 모두 1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 마다 한 가지씩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주제들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가치있는 삶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자는 목적을 세우는 일, 소망을 품는 일, (하나님에 대해서,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는 일, 자기를 사랑하고 용납하는 일,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일, 용기있게 행동하는 일, 변화에 대해 불굴의 의지를 갖는 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 기회를 붙잡는 일, 몸을 사리지 않는 일, 함께 어울리는 일, 베푸는 일들이 바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왔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서도 그와 같은 일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고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시작하라고 권유합니다.
각각의 장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저자의 강의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자신의 사연은 물론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통해 변화를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권유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신앙의 힘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앙이 없는 분들에게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러나 신앙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증거인 저자의 삶을 볼 때, 그와 신앙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이야기들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 지고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였습니다. 삶의 용기를 잃고 힘들어 하는 분들이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죽음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귀한 도전이 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라기는 저자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삶의 용기를 얻게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가 앞으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생겼습니다. 저자의 삶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그는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삶의 소망을 품게 된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