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서 사랑으로 - 헨리 나우웬의 7가지 영성 훈련
헨리 나우웬 지음, 마이클 크리스텐슨 & 레베카 레어드 엮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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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헨리 나우웬이 영성 훈련에 관해 쓴 다양한 글들을 정리하고 편집해 만든 책이다. 이 책을 편집한 저자들(두 명이다)은 그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이미 '영성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헨리 나누웬의 영성 훈련 방법을 세상에 소개한 바 있다. 헨리 나누웬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작업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그들의 전작인 영성 수업과 이 책은 영문 제목에서 뒷 글자만 다르기에 자매서, 또는 시리즈 도서라 해도 될 만 하다. 영성 수업이라는 책의 원제는 Spiritual Direction이고 영성 훈련에 관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원제는 Spiritual Formation이고 영성 훈련의 목표와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데 있어 엮은이의 글1,2를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책을 읽기 전에 읽어 두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들이 헨리 나누웬의 영성 훈련에 관한 이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의 흐름을 따라 잡는 것이 훨씬 수월해 진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책은 영성 훈련의 방법보다는 영성 훈련의 목표와 방향에 관해 말해 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헨리 나우웬의 저작에서 모두 26가지의 '이행'을 발견하고 그 중 지배적인 7가지의 '이행'에 관해 이 책에 소개해 놓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행'이라는 것은 내면 생활에 있어서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 가는 것(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신앙 여정에서의 내적 움직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헨리 나우웬에게 있어서 이러한 '이행'은 '영성 훈련이 추구하는 어떤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헨리 나우웬은 영성 계발을 완성에 이르는 단계가 아니라, 진리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보내는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리로 깨달은 진리를 가슴으로 살아내기 위해 동원하는 모든 노력들이 영성 훈련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고 해도 어느 수준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헨리 나우웬에 의하면 우리의 삶은 계속되는 이행의 연속이다. 영성 훈련은 자신이 처한 위치가 어디인지를 깨닫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속히 옮겨 가는 이행의 훈련이다. 자신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고, 슬픔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기쁨의 자리로 나아가며, 원망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감사의 자리로 나아가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사랑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영성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우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이상 어느 때고 잘못된 자리에 설 수 있기에, 그 자리에 서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서게 되었을 때 빨리 그 자리에서 바른 자리로 옮겨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헨리 나우웬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우리가 서 있어야 할 바른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 자리로 옮겨 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바른 자리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음과 인생에 대한 성찰, 거룩한 독서, 침묵, 공동체 생활, 봉사'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서 이 책은 그렇게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단지 7개의 이행(내적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는 가운데에 간간이 드러나 보일 뿐이다. 그래도 각 장의 마지막에 수록된 '깊이 이해하기'라는 부분에서 '묵상과 일기, 거룩한 독서, 거룩한 관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각 장에 소개된 이행을 실제로 경험해보도록 인도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다섯 가지 방법의 일부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헨리 나우웬이 즐겨 사용했던 성화를 보며 묵상하는 방법을 경험해 보도록 제안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성화들을 책의 뒤쪽에 부록으로 함께 실어 놓고 있다. 이 성화들은 저자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헨리 나우웬이 자신의 저작들에서 자신이 묵상했다고 언급했던 성화들을 선별해 놓은 것이라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이 성화들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몰아서 실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성화들이 각 장의 마지막 부분, 즉 '깊이 이해하기'에 뒤이어 실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성화들이 뒤로 밀려 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거룩한 관찰도 나중에 따로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2장 망상에서 기도로'에서 다루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과 내 삶에 현존하고 계심을 망각하게 된다"는 헨리 나우웬의 말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또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주기도문이나 성경 말씀을 초점으로 삼고 기도하는 일의 유용함에 대한 조언 역시 개인적으로 도전이 되었다. 또 '4장 원망에서 감사로'에서 다루고 있던 내용 역시 많은 도전이 되었다. 특히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원망이 더 심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이야기는 마치 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 외에도 주옥과 같은 문장들을 여럿 발견하였는데, 대부분 프롤로그에서 영성 계발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 중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마음에 깊은 도전이 되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마음이 우리의 성격을 결정한다. 마음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이지만 동시에 악한 자가 맹공격을 가하며 우리를 의심, 두려움, 절망, 원망, 과도한 집착 따위로 몰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적인 삶을 살며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해지려면 끊임없는 기도가 필요하다. 또한 망상과 고립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계속 빚으시는 마음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 영적인 삶을 살며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해 지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내가 항상 머물러 있어야 할 마음의 자리에 있기 위해(또는 돌아가기 위해) 시간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영성 훈련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력이 내 삶 가운데에서 중단없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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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뇌다 - 연쇄살인자, 사이코패스, 극렬 테러리스트를 위한 뇌과학의 변론
한스 J. 마르코비치.베르너 지퍼 지음, 김현정 옮김 / 알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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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문제가 생기면 행동도 이상해 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이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전문적인 내용으로 일관하는 지루한 종류의 책을 잘못 골랐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뇌의 기능을 연구해 온 여러 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서론적인 설명이 끝나고 중반으로 접어 들자 정말로 궁금했던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뇌에 생긴 문제로 인해 급격한 행동 변화를 보였던 사람들의 사례와, 그로 인해 밝혀지게 된 뇌의 각 부분과 관련된 기능들에 관한 설명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5장의 내용을 읽는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스테바닌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사례를 통해 뇌의 여러 부위 중에서 전전두엽이라는 부위에 도덕적 사고 능력, 예측과 계획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세포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 실수를 통제하거나 충동적인 행동 욕구를 제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강철봉에 의해 두개골을 관통당하는 사고를 겪었던 게이지라는 사람의 사고후 행동변화에 의해서도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었는데, 책임감이 투철하고 의지가 강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활력이 넘치며 계획성이 뛰어났던 그 사람이, 사고 이후로 항상 불안해 하고 아무런 규율없이 행동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사례는 특정 신경중추가 손상되면 동물적 욕구와 지적 능력 사이의 균형이 깨지게 되어 후천적인 인성장애를 나타내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후에 자신의 성적 욕구를 제어하지 못했던 존이라는 사람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성도착 증상이 뇌 손상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중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많은 경우(조사 대상의 2/3)가 전두엽 비정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하는데 이것으로 볼 때 뇌의 손상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뇌 영역에는 전두엽 말고도 변연계라는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두려움을 느낄 수 없게 되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심하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거나 외설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또 시상하부를 자극 받을 경우 폭력성을 분출하며 심한 공격적 행동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사실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편도체의 이상에 따른 폭력적 성향의 발현과 이를 치료하기 위해 편도체의 일부를 파괴하는 수술을 하였을 때 나타나는 호전 증상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많은 수의 테러리스트가 편도체 이상에 의해 폭력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소개는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 세로토닌의 과잉이 살인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부 우을증 치료제와 ADHD 치료제가 세로토닌 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니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잠재적인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저자는 세로토닌을 줄여주는 핵심 효소인 MAO 유전자의 기능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 유전자의 변이가 반사회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년기를 불우하게 보낸 폭력행위자의 대부분이 MAO 유전자의 특정변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저자는 또한 심리학자 앨리슨 프라이스 연구진의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 즉 3-4세 시기에 무관심한 대우를 받은 아동은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수치가 정상 아동보다 과도하게 낮으며, 이는 이후에 상당히 오랜 기간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하더라도 결코 정상수치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또 저자는 보디빌더들이 사용하는 근육강화제가 통제되지 않는 폭력적인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이 전두엽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저자는 뇌의 손상과 범죄 행동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다양한 이유(학대, 학대나 사고로 인한 뇌손상, 정신질환 등)로 말미암아 그들의 뇌에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며, 그 손상을 치료함으로써만이 범죄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보복이나 처벌을 위한 법체계에서 격리 후 치료의 법체계로 인식의 전환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논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왓던 것은 아마도 그가 제시한 증거들이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모든 범죄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단호하면서도 자비롭게 다루는 법체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혜로운 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아동 성폭행 사건에서도 범인의 정신적인 문제를 이유로 감형이 결정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던 것을 볼 수 있는데, 만약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더 이상 법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복이나 처벌적 차원의 법집행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교정 활동 대신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재범의 근거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된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물론, 억울한 피의자 역시 확연하게 줄어들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더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기억해 두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면 반드시 신경외과에 데려가 보아야겠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뇌에 생긴 종양으로 인해 사람의 성격이 갑자기 변할 수 있다고 하니, 갑자기 나타난 이상 행동은 뇌에 종양이 생겼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나 역시 사고로 뇌손상을 입거나 뇌종양이 생김으로써 살인자가 될 수도 있고 성도착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장애인들에 대해 나 역시 저들처럼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나 역시 저들처럼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겸손하고도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비난하거나 정죄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상황과 처지에 대해 이해해 보려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치 않은가 라는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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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
앤디 스탠리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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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얀시의 책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을 읽고 받았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하나님의 은혜가 어떤 것인지 그 책을 통해 처음으로 분명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책이 있으면 반드시 읽어 보려 애써 왔다. 그 후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앤디 스탠리가 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을 읽게 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은혜'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책들을 보아 오는 동안 그에 관한 설명들이 대부분 그만 그만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단지 그 내용을 얼마나 감동적으로 풀어 내었느냐가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찰스 스탠리의 아들이라는 점과, 아버지만큼이나 목회를 잘 하고 있다는 소문, 그리고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저자라는 사실로 인해, 그러한 점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미리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감동적인 측면이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필립 얀시의 성향과는 달리 감성적인 부분이 아니라 지성적인 면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고찰하고 있었는데, 그 설명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저자는 성경의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살펴 가면서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어떤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지를 하나 하나 짚어 주고 있었는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큰 만족을 얻었다. 저자가 찰스 스탠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찰스 스탠리의 책을 읽으면서 얻었던 유익도 바로 그와 같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예화나 실화를 들어 감동을 주는 여타 저자들과는 달리 찰스 스탠리는 오직 성경만을 가지고 말하는 저자인데, 그 아들도 그 아버지를 그대로 쏙 빼닮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여러 인물들 가운데 특별히 눈에 들어온 인물은 바로 유다였다. 유다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으로 인해 그에 대해 무조건 호의적으로 바라보았던 시각이 이 책을 통해 교정되었다. 마치 다윗에 대해 무작정 호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다가 그의 삶에도 많은 부족함이 있었음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처럼, 유다의 삶에 대해서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오다가 이제서야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컸던지 다윗 만큼이나 오점으로 가득한 그의 삶에 대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그의 삶에 있었던 많은 오점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니, 이제야 그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율법은 결코 구원을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율법을 하나님께서 새로운 국가를 구성한 자기 백성들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과거에 살았던 이집트에는 분명히 국가의 질서를 잡는 데 필요한 법률이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아직까지 그와 같은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의 혼란과 무질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율법을 주셨다는 것이다. 새롭게 세워진 국가의 기틀을 잡고 질서를 잡는데 필요한 법률을 하나님께서 친히 주셨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어떤 시행착오도 겪지 않고 나라의 질서를 세울 수 있었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왕을 세우지 않고 율법을 주신 이유를 이스라엘 백성이 왕의 법이 아닌 하나님의 율법 안에서 자유롭게 살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한다. 애굽에 법률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바로의 말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 고대의 법은 변화무쌍했고, 사람들의 삶은 강한 자들의 변덕에 따라 끊임없이 요동쳤다. 무엇보다 법을 제정한 사람 자신은 법 위에 군림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율법 아래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그러므로 율법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은혜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짐으로 만든 것은 인간이었지 하나님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그런 이유로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들려 주는 곳, 보여 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교회가 은혜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들이 누구든지 간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구주의 용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자들에게 괴로움을 안겨 주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초대교회 당시 교회로 들어온 이방인들에게 율법을 지키라 요구하던 유대인들에게 야고보 사도가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온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교인들만을 위한 교회로 가득한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섬기는 교회 역시 교인들만을 위한 교회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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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는 재미있다
조대현 지음 / 두란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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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목회자로서 책 제목에 공감한다. 개척교회는 재미있다. 부교역자로 있으면서 담임목사의 부당한 대우나 부당한 명령, 부실한 설교로 인해 고통 받아본 경험이 있는 목사라면 누구나 담임목사가 되어 개척교회를 목회하는 기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전도의 어려움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척교회 목사들은 이러한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개척교회는 재미있다는 말은 그 어려움마저도 이겨낼 무엇인가를 개척교회 목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맞다. 영혼을 구원받는 것을 보는 기쁨, 영혼이 변화되는 것을 보는 기쁨. 그런 기쁨이 개척교회 목회에서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저 숫자가 늘어나는 기쁨이 아니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니, 대헝교회에서 누가 왔다가 누가 갔는지도 모르면서 목회하는 목사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교인들을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개척교회 목회자가 추구해야 할 기쁨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큰 교회 부교역자로 있다가 많은 지원금과 지원인력을 얻어 개척한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리 큰 어려움 없이 개척을 하고 자리를 잡은 나로서는, 나보다 더 개척다운 개척을 감행한 저자의 고백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목회에 기울이고 있는, 또는 기울였던 노력에 비해 나는 너무 편하게 목회를 하고 있다는 반성이 마음에 고통스럽게 박혀 들었다.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저자가 기울여 온 노력은 사실 목회자라면 누구나 보여 주어야 할 모습임에도, 지금까지 그런 목회자를 보아 온 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교회 내에 안주하며 너무나 편하게 목회하는 담임목사들 밑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자 전력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우리 교회가 저자의 교회 만큼은 아니지만 나누고 섬기는 일에 있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 교회도 매년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교회를 찾아 재정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는 일을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척교회 목사로서 초심이랄 만한 것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던 나에게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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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내 인생의 헛발질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0
노혜영 지음, 박윤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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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읽으면 정말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말투가 꼭 요즘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말투같은 데다 상당한 흡입력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독백으로 대부분의 상황이 설명되고 있는데, 작가의 위트가 느껴지는 톡톡 튀는 듯한 대사에서 상당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내용도 상당히 스피디하고 재미있는 것이 무슨 코믹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주인공은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자신을 낳은 이유가 자신의 형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가출을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제로 옮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나쁘지 않은 아저씨를 만나 함께 다니다가, 그 아저씨가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돈을 훔치는 바람에 위험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해서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꼭 붙잡습니다. 특히 맨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형에게 신장을 이식하는 내용이나 아저씨가 그렇게 미워하던 삼촌에게 간을 이식해 주는 내용은 가슴을 뭉클하게 해 주는 것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맞춤형 아기라던가, 장기 기증에 대해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아마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습니다. 살아 있을 때의 장기기증은 16세부터 가능하고, 만 20세 미만인 경우는 부모의 동의 하에서만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장기 이식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의 가치를 부담스럽지 않게 배울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가 이 책을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겠다고 하더니 실제로 다 읽고 난 뒤에도 너무 재밌었다고 하더군요.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재미도 확실하고, 내용도 유익하니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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