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서 사랑으로 - 헨리 나우웬의 7가지 영성 훈련
헨리 나우웬 지음, 마이클 크리스텐슨 & 레베카 레어드 엮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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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헨리 나우웬이 영성 훈련에 관해 쓴 다양한 글들을 정리하고 편집해 만든 책이다. 이 책을 편집한 저자들(두 명이다)은 그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이미 '영성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헨리 나누웬의 영성 훈련 방법을 세상에 소개한 바 있다. 헨리 나누웬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작업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그들의 전작인 영성 수업과 이 책은 영문 제목에서 뒷 글자만 다르기에 자매서, 또는 시리즈 도서라 해도 될 만 하다. 영성 수업이라는 책의 원제는 Spiritual Direction이고 영성 훈련에 관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원제는 Spiritual Formation이고 영성 훈련의 목표와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데 있어 엮은이의 글1,2를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책을 읽기 전에 읽어 두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들이 헨리 나누웬의 영성 훈련에 관한 이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의 흐름을 따라 잡는 것이 훨씬 수월해 진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책은 영성 훈련의 방법보다는 영성 훈련의 목표와 방향에 관해 말해 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헨리 나우웬의 저작에서 모두 26가지의 '이행'을 발견하고 그 중 지배적인 7가지의 '이행'에 관해 이 책에 소개해 놓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행'이라는 것은 내면 생활에 있어서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 가는 것(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신앙 여정에서의 내적 움직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헨리 나우웬에게 있어서 이러한 '이행'은 '영성 훈련이 추구하는 어떤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헨리 나우웬은 영성 계발을 완성에 이르는 단계가 아니라, 진리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보내는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리로 깨달은 진리를 가슴으로 살아내기 위해 동원하는 모든 노력들이 영성 훈련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고 해도 어느 수준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헨리 나우웬에 의하면 우리의 삶은 계속되는 이행의 연속이다. 영성 훈련은 자신이 처한 위치가 어디인지를 깨닫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속히 옮겨 가는 이행의 훈련이다. 자신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고, 슬픔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기쁨의 자리로 나아가며, 원망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감사의 자리로 나아가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으면 사랑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영성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우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이상 어느 때고 잘못된 자리에 설 수 있기에, 그 자리에 서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서게 되었을 때 빨리 그 자리에서 바른 자리로 옮겨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헨리 나우웬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우리가 서 있어야 할 바른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 자리로 옮겨 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바른 자리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음과 인생에 대한 성찰, 거룩한 독서, 침묵, 공동체 생활, 봉사'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서 이 책은 그렇게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단지 7개의 이행(내적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는 가운데에 간간이 드러나 보일 뿐이다. 그래도 각 장의 마지막에 수록된 '깊이 이해하기'라는 부분에서 '묵상과 일기, 거룩한 독서, 거룩한 관찰'이라는 방법을 통해 각 장에 소개된 이행을 실제로 경험해보도록 인도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다섯 가지 방법의 일부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헨리 나우웬이 즐겨 사용했던 성화를 보며 묵상하는 방법을 경험해 보도록 제안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성화들을 책의 뒤쪽에 부록으로 함께 실어 놓고 있다. 이 성화들은 저자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헨리 나우웬이 자신의 저작들에서 자신이 묵상했다고 언급했던 성화들을 선별해 놓은 것이라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이 성화들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몰아서 실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성화들이 각 장의 마지막 부분, 즉 '깊이 이해하기'에 뒤이어 실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성화들이 뒤로 밀려 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거룩한 관찰도 나중에 따로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2장 망상에서 기도로'에서 다루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과 내 삶에 현존하고 계심을 망각하게 된다"는 헨리 나우웬의 말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또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주기도문이나 성경 말씀을 초점으로 삼고 기도하는 일의 유용함에 대한 조언 역시 개인적으로 도전이 되었다. 또 '4장 원망에서 감사로'에서 다루고 있던 내용 역시 많은 도전이 되었다. 특히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원망이 더 심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이야기는 마치 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 외에도 주옥과 같은 문장들을 여럿 발견하였는데, 대부분 프롤로그에서 영성 계발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 중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마음에 깊은 도전이 되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마음이 우리의 성격을 결정한다. 마음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이지만 동시에 악한 자가 맹공격을 가하며 우리를 의심, 두려움, 절망, 원망, 과도한 집착 따위로 몰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적인 삶을 살며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해지려면 끊임없는 기도가 필요하다. 또한 망상과 고립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계속 빚으시는 마음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 영적인 삶을 살며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해 지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내가 항상 머물러 있어야 할 마음의 자리에 있기 위해(또는 돌아가기 위해) 시간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영성 훈련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력이 내 삶 가운데에서 중단없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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