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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어디 계실까 - 교회 밖에서도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 이들에게
짐 팔머 지음, 정성묵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나름 성공적으로 목회하고 있다고 인정받고 있던 목사가 아내와 사별한 후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마침내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교회를 떠났다고는 하지만 하나님을 떠났다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교회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났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앙과 사역이 과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었는가 하는 고민 끝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인데, 그러한 결정에 따라 생활해 본 결과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던 것처럼 신앙적으로 나태해 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하나님을 더 친밀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려 했던 시도들 역시 성공적이었습니다. 지식은 믿을 수 있지만 감정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선입견이었고, 오히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사랑을 좇아 살았더니 놀라운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이 들어왔고, 또 평소에 놓치고 지냈던 관계가 맺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신앙 생활도 가능하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고, 또한 그와 같은 신앙 생활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놀라운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기성교회에 몸 담고 생활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경직된 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고민해 보라고 권면하려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하나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런 하나님을 왜 성경 속에만 가두어 두고자 하느냐고 독자들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진리는 성경이 기록되기 전부터 진리였었는데, 마치 성경 자신이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대하는 모습에 대해 한 번 쯤 의심을 품어 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며, 어떤 고정화된 이미지에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되는 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것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최선의 삶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구구절절이 옳은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기존의 교회 밖으로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지역 교회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더 큰 교회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그 교회의 경계선이 너무 흐릿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면서 섬기는 일들은 기존 교회에 몸담고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굳이 저자처럼 교회 밖으로 나가서라야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볼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에 대해서도 약간의 범신론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 종교다원주의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타종교에 대해 존중하는 것도 좋고, 타종교인들에게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고 오직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 말로가 아니라 태도와 행동으로 하나님을 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꼭 교회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나치게 종교화 되어 버린 기독교의 치우침에 대해, 정반대의 치우침으로 균형을 잡아보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금은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해 버리기에는 아쉬운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기존의 교회를 떠나 가족들만으로 구성된 작은 교회를 이루어 생활해 본 적이 있지만, 그 시기를 통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살아 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고, 또 신앙적으로도 쉽게 나태해 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나서 깊은 고민 없이 "나도 이렇게 해 보아야지"라고 쉽게 결정해 버린다면 그것은 반드시 후회스러운 결말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분명히 새겨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별력을 가지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