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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옥한흠
옥성호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옥한흠 목사님에 관한 책이 그분의 아들에 의해 쓰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궁금증이 생겼었습니다. 그 부자지간이 그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혹시 프란시스 쉐퍼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썼다는 책처럼 아버지(옥한흠 목사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써 놓지는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읽고 보니 그러한 생각들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고,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안심이 되었다는 것은 옥한흠 목사님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옥한흠 목사님에 대해 가족이 아니면, 특히 아들이 아니면 말해 줄 수 없는 귀한 자료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저자에게 말해 주었다는 내용 가운데 가장 도전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은혜'에 관한 말씀들이었습니다. 목사에게 꼭 필요한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는 것과 그 은혜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는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의 말씀처럼 은혜를 깊이 아는 목사가 되어야 겠다,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깊이 아는 목사가 되어야 겠다는 결단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또한 "교회에서 일하시던 중에 여자 문제로 힘들었던 적이 없었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하나님의 은혜로 쓰러지지 않았다"고 대답하신 목사님의 답변을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 두 번 정말로 깊은 은혜를 깨달았었다는 기록과, "나이 들어가며 그 은혜의 감동이 서서히 잊혀져 가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여전히 유효했다"는 말씀에서도 은혜를 깊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설교 준비를 위해 피를 말리는 듯한 시간을 보내셨다는 기록을 읽으면서 저 자신의 부족한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철저한 설교 준비에 대한 강한 도전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저자가 기록한 내용 중에 옥한흠 목사님께 흠이 될 만한 내용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보여지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펄시 콜레 박사의 내가 본 천국을 성도들에게 추천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조차도 자신에게 있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던 목사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흠을 잡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마더 테레사에 대해서 가졌던 태도나, 또는 조엘 오스틴이 쓴 긍정의 힘이라는 책에 대해 보이신 반응, 그리고 릭 워렌 목사나 빌 하이벨스 목사에 대해 가지고 계셨던 태도를 보면, 극단적인 칼빈주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오히려 옥한흠 목사님께서 균형잡힌 시야를 가지고 계셨다는 증거라고 생각되어 좋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자의 비판적인 태도와 옥한흠 목사님의 너그러운 태도가 대조되는 가운데, 저자의 태도는 미숙함으로, 그리고 옥한흠 목사님의 태도는 성숙함으로 여겨지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옥한흠 목사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깊이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특히 제가 저자와 비슷한 연배이다 보니 옥한흠 목사님께서 저자에게 하셨다는 말씀이 꼭 저에게 하신 말씀처럼 느껴지면서, 마치 아버지께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는 듣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들고 나왔을 때 그에 대해 오해했던 점들도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책 좀 팔아 먹으려 하는군"이라든가, "이제 머지 않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된 후에는 아버지 덕 좀 보겠군"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자가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될 것이라는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더군요. 바라기는 옥한흠 목사님께서 기대하셨던 것처럼 훌륭한 목사님이 되어서 아버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만한 귀한 사역을 감당하게 되었으면 싶습니다. 특히 "비판적인 태도를 버리라"고 부탁하셨던 옥한흠 목사님의 말씀을 유언과 같이 생각하고 자신의 사역 가운데 실천한다면 분명히 그와 같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