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길러내는 디사이플러
릭 욘트 지음, 장혜영 옮김 / 베다니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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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기독교 교육을 전공한 저였지만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를 개척하기 전까지 여러 교회의 교육 부서에서 십 이년 가까이 사역해 오면서 무수한 실패를 경험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소그룹 성경공부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있게 '잘한다'라고 말할 수 있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교육전도사가 되기 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교육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나 학생들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육 부서를 지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교사들과 관계 맺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을 미리 공부해 두었다면 좀 더 지혜로운 선택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주일학교 교사는 지식전달자나 치유상담가가 아니라 제자훈련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성경지식만 전달하기에 급급한 교사들 때문에 주일학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지식전달에 목숨을 건 교사들만큼이나 위험한 교사들이 치유상담가로서의 역할에 목숨 건 교사들이라는 지적도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성경을 가르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학생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데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주일학교 교사로서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주일학교 교육이 성경과 학생들의 필요라는 두 개의 주춧돌 위에, 지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 그리고 관계적인 면에서의 기둥을 세우고, 성장이라는 지붕을 덮는 구조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경과 지적인 면만 강조하면 지식 전달에 그칠 수 있고, 학생들의 필요와 감정적인 면만 강조하면 피상적 위로에 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면이 골고루 균형있게 다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 이 모든 작업 가운데 성령님께서 역사하실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저자는 주일학교 교육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공과를 준비함에 있어서 매 주 가르칠 내용을 시간이 닥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한 단원을 전체적으로 조망해서 살펴 보고 학생들의 필요에 맞추어 매 주마다 다양한 방식의 교육 방법을 준비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일학교 사역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 예수님의 모범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주일학교 사역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로 들고 그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다양한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해 맞이하게 될 결과에 대해 살펴 볼 수 있게 해 주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이러한 저자의 설명이 무척이나 반갑고 유용하게 느껴졌는데, 왜냐하면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상황들이 주일학교 교육담당자가 실제 현장에서 빈번하게 부딪치는 일들이면서 동시에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교육전도사로 처음 사역하기 시작한 분들이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텐데 이 책을 미리 읽어 둔 분들이라면 그래도 좀 더 여유있게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은사이신 한춘기 교수님이 추천하신 책이라 관심이 많이 갔던 책인 데다가, 또 읽으면서 교수님의 추천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좋았고, 과거에 베다니 출판사의 번역서를 읽으며 아쉽게 생각했던 번역의 문제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주일학교 교육전도사로 첫걸음을 내디딛 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물론 주일학교 사역자로 다년간 사역해 오신 분들이나 제자훈련에 열심있는 목회자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별 여섯 개가 아깝지 않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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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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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원제를 살펴보니 'hodejegerne'라고 되어 있더군요. 저자가 노르웨이 출신이라니 노르웨이 단어가 맞을 겁니다. 생전 처음 보는 생소한 단어라서 책에 적혀 있는 이름을 인터넷 검색란에 옮겨 적는 동안에 세 번이나 스펠링을 고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검색 결과는 무척이나 쉬운 의미의 단어였습니다. 'headhunter(헤드헌터)'라는, 이제는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단어였습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기업을 대신해 스카웃해 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지요. 그런데 이 단어는 원래 '원시 부족들이 상대 부족들의 머리를 잘라오는 '머리사냥(Head Hunting)'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군요. 무척이나 섬뜩한 단어인데 어쩌다가 기업 용어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그들이 하는 일이 한 기업의 머리 역할을 하는 인물을 다른 기업으로 옮겨 감으로써 원래의 기업을 죽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는 제목을 왜 굳이 검색해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만큼 이 소설에 깊이 매료되었고,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서였다고 답변하고 싶습니다.)

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저자의 이력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북유럽 스릴러의 자존심, 북유럽의 제프리 디버'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유명 작가일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의 유명 록 밴드의 보컬도 맡고 있다더군요. 사실 저자에게는 작가로서의 명성에 따라 붙은 다양한 수식어가 더 많았지만, '북유럽의 제프리 디버'라는 이름이 특히 마음을 끌더군요. '북유럽'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로움과, '제프리 디버'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작가로서의 탁월함이 혼합되어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 가는 동안 이러한 수식어가 조금도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직업 중에 어느 것이 본업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작가가 본업이고 가수는 취미생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작가로서의 능력을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존 엘드리지의 '와일드 하트'라는 책을 보면 남자에게는 세 가지 야성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싸우고 싶어하는 야성, 둘째는 모험에 뛰어 들고 싶어하는 야성, 셋째는 미인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또는 지켜주고 싶어하는) 야성.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바로 이 세 가지 야성이 생생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절대로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헤드헌터라는 정상적인 직업 외에 미술품 도둑이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미술품 도둑이 된 데에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 이유입니다. 알콜중독자로서 가정을 책임지지 않았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가족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훌륭한 남편이 되어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 훌륭하다는 기준이 경제력이라는 측면에 치우쳐있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면접했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에게 어떤 종류의 미술품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어떤 보안업체와 거래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작업 대상을 물색하고, 동업자(헤드헌터라는 위치를 이용해 보안업체에 취직시켜 놓은)의 도움을 받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 미술품을 훔쳐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화랑에서 아내로부터 소개받은 한 인물에게 루벤스의 작품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작품을 훔치기 위해 들어간 그의 아파트에서 아내가 저지른 부정의 흔적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배신까지 확인하게 되면서 주인공의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이 시작됩니다. 아내가 소개해 준 그 인물이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으로서 무서운 추척기술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인물이 재직했던 기업에서 개발한 젤 형태의 위치정보 발신기가 주인공의 머리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라져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언제 붙잡혀 죽을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신의 머리에 발라져 있던 위치정보 발신기를 이용해 자신을 뒤쫓던 그 사람을 살해하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덟 명의 희생자가 나오게 되는데, 그 중 두 사람이 주인공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그 중에 그의 아내도 포함되어 있는지는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확인해 보아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소설을 1/3 정도 정독하며 읽다가 그 다음부터는 장과 장 사이를 건너 뛰어 가며 읽어 버렸습니다. 물론 그렇게 읽은 부분들은 나중에 다시 한 번 정독해서 읽었지만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인터넷으로 다운받은 영화들을 보다가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몇 배 속으로 빨리 돌려 본 적은 있어도, 소설의 결말이 궁금해서 중간에 건너 뛰어 버린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그런 일을 해 보았습니다. 왠만하면 참고 그대로 읽었을 텐데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저자가 어떻게 상대의 마수를 피해 살아남는지, 또 어떻게 여덟 명이나 살해된 그 범죄의 현장에서 자신의 흔적을 제거하고 교묘히 빠져 나오는지 참으로 기가먹힐 정도입니다. 이러한 스토리를 구상해 낸 저자의 천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북유롭의 제프리 디버'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최고의 추리소설이 막심 샤탕의 '약탈자'였다면, 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은 아마도 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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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덥 -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데이비드 톰슨 지음, 이지선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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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평소에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모습이 있어 고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처지라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책을 받고 펼쳐 보니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저였기 때문에 이거 괜히 읽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께도 얇고, 글씨도 크고, 읽는 데 시간도 별로 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는데,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생각나더군요. 직장인들을 위한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라는 측면에서 서로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다루고 있는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요.

이 책의 주인공은 잭 로건이라는 항공사의 사업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전직원에게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을 지급하여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잭 역시 회사에서 받은 블랙베리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업무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블랙베리를 분실하는 바람에 얼마전 퇴사한 다른 직원의 중고 블랙베리를 대신 지급받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블랙베리가 요술램프의 지니와 같은 특별한 존재였다는 데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잭이 이 블랙베리의 능력을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상사가 보내온 메일에 짜증이 나서 즉각적으로 작성해 보낸 답메일을 블랙베리가 차단하면서부터였습니다. 분노로 가득찬 잭의 메일을 차단해 버린 블랙베리는 잭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었고 잭이 하려 했던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지적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잭은 이 블랙베리를 멘토 삼아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신비한 블랙베리가 가르쳐 주는 지혜의 핵심은 이메일을 경력관리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상대와의 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고, 오히려 관계를 돈독히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블랙베리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블랙베리가 가르쳐 주는 그 교훈은 단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데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통용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한 내용들을 조금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즈니스를 연결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관계'이다. 이메일을 통해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려면 이메일에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주장을 담아 보내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메일을 읽고 화가 났을 때에는 즉각적으로 답장을 보내기보다 잠시 멈추고 뒤로 물러서서 어떤 내용의 답장을 쓸 것인지, 그리고 그 답장을 통해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메일을 보내라. 직장생활에 있어서 '정직'은 최고의 미덕이 아니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당신에 대한 평판과, 당신의 인간관계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신의 '호의'이다. '서로 간에 '호의'가 쌓이면 관계에 탄력이 생기고 사소한 실수는 이해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어 가는 동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고 그것 때문에 많은 관계를 망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도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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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인권사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24
하승수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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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일어난 가혹행위와 자살, 총기난사사건을 보면서 이 나라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 사건이나,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그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당사자들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에게 더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싸이코 패스도 아니고 인간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어떻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저질러 왔는지 끔찍할 뿐입니다.

이런 사건의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까지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며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있었을 뿐이고, 그러한 존중을 어떤 영억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 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나와 다른,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해서 옳지 않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곧 이어 위의 사건을 접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세계의 역사 속에서 인권이라는 사회적 주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에 대해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시리즈의 여러 다른 책들처럼 이 책에도 많은 사진 자료들과 인물소개, 개념 설명 등의 보조 자료들이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어 자료적인 가치도 높습니다.

1부에서는 인권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근대 시민혁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동양의 불교와 묵자의 사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인권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토머스 페인과 같은 인물들의 사상을 그들의 저술 내용에 기초해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토머스 페인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로서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었고, 저자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루소의 에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3부에서는 근대 시민 혁명을 통해 변화된 인권 문제들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고문, 언론 자유, 노예제도, 남녀 평등, 노동에 관한 다양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변화되어 왔는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4부에서는 세계대전을 통해 드러난 인권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의 산물로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5부에서는 여성, 아동, 장애인, 성적 소수자와 같은 다양한 소수자들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6부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낙태 문제라던가,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는 문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조다와 악바르'라는 인도 영화의 주인공인 악바르 대제가 이슬람의 관용을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묵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해 준 '묵공'이라는 영화(묵자의 사상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종교개혁 당시의 다양한 사건들과 전쟁들, 그리고 조약들에 대해서도 정리해 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홉스라던가 로크, 루소의 사상에 대해 소개해 주고 또 서로의 사상을 비교해 준 것도 많이 유익했는데, 특히 로크가 보낸 '관용'에 관한 편지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로크가 종교적 다수가 정치적 다수가 되어 종교적 소수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염려했으며, 설득되지 않은 채 드리는 예배나 강요에 의해 드리는 예배는 구원에 무익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다른 종교를 관용하지 않는 교리는 자신 역시 관용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보았다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로크의 생각이 저에게는 참으로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들어 기독교 내에서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배타적이고 비인격적인 행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당연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종차별 문제야 워낙에 흔하게 접해 온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여성의 인권 문제가 해결된 지가 얼마 안 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1790년대에 올랭프 드 구주라는 여성이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기까지 했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충격적인 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 70년대가 되어서야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아동의 인권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방정환 선생님이 얼마나 생각이 일찍 깨인 분이셨는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는 단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그 단체의 창립자인 에글렌타인 잽이라는 분 아동권리선언을 작성한 분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된 가장 큰 유익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려 온 인권이라는 것이 결코 가만히 앉아서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모든 사람들이 누리도록 하기 위해 피흘려왔는가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권리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인권을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사실에 대해 우리의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일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만이 오늘날 이 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군대 내의 가혹행위와 자살, 총기 난사와 같은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참으로 중요한 권리이며,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치와 인권에 대해 어떻게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권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는 학교 선생님들의 수준만 보아도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님들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부모님들의 사정도 학교 선생님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만이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의식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사회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을 넘어, 인간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반드시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 분들이라면 자신의 자녀들에게 꼭 읽어 보라 권해주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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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 자손으로 양육하라 - 조엘 비키의 신앙교육 가이드
조엘 비키 지음, 김진선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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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주의 신학을 철저히 추종하는 주변 목회자들로부터 저자의 명성을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왔던 터라 언젠가는 저자의 책을 꼭 읽어보아야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명성을 널리 알려 준 교리서가 아니라 자녀교육에 관한 책으로 가장 먼저 만나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자에 대한 신뢰로 인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서 "역시 철저한 개혁주의자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자녀들을 언약 자손으로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도대체 무엇을 그들에게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가장 먼저 우리의 자녀를 '언약 자손'으로 보는 데에 있어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약관계를 과대평가해서 자녀들을 방치하다시피 내버려 두는 것도 옳지 않으며, 동시에 언약 관계를 과소평가해서 언약 안에서 자녀들이 누리게 될 복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유아세례를 받음으로써 언약관계 안에 들어오더라도 거듭나야 할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으며, 그러한 거듭남에 있어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있어서 저자는 수많은 성경 본문들이, 자녀에 대한 훈계가 부모들의 일차적 책무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본문들 중에서 가장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신명기 6:4-9 말씀이었습니다. 이 신명기 6:4-9은 제가 대학에서 기독교교육을 공부할 때에 입에서 자동적으로 줄줄 읊어질 정도로 자주 접했던 말씀이었는데, 지금까지 제가 이 말씀을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신앙공동체(교회)의 교육적 책임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이 말씀에 기록된 하나님의 명령에 충실하지 못해왔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목사인 제가 제 자녀로 하여금 영접 고백을 하게 한 것으로 만족하고 그 이상의 교육에 대해서는 교회에만 맡겨두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교회에 맡겼다고 해도 청소년부를 제가 담당하고 있기에 제 자신이 제 자녀를 교육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로서 교육하는 것과 목사로서 교육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자녀들을 양육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커리큘럼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서는 이것들이야말로 복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교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자녀들에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회개치 않은 죄의 결과에 대해, 거듭남의 필요성에 대해, 의롭게 살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가치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필요성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성화와 성결의 필요성에 대해, 천국의 기쁨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목록을 살펴보니 교리문답서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그리고 균형 잡히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일, 가정 예배를 드리는 일, 교리를 교육하는 일, 경건한 대화와 경건한 모범을 통해 교육하는 일'에 대해서 살펴볼 때에는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청교도들의 교육 방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했고, 지금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인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교리 교육' 다음으로 소개 한 '경건한 대화'에서 그 내용의 근거 구절로 다시 한 번 등장한 신명기 6:4-9의 말씀을 보면서 제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있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기억함으로써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사모님이 지은 성경암송의 유익에 관한 책을 보고 성도들에게 권해 주었던 적이 있었는데, 막상 그 책을 읽어 본 어떤분이 이 책을 보면서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여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책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서 숨이 막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반응은 대부분 너무나 큰 도전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도 아마 그 책과 같은 상반된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혁주의 신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 대해서 많은 유익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게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자녀의 신앙 교육을 책임지라고 하신 하나님의 지엄하신 명령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말하고 있는 수준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수준 그대로 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책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부모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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