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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덥 -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데이비드 톰슨 지음, 이지선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평소에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모습이 있어 고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처지라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책을 받고 펼쳐 보니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저였기 때문에 이거 괜히 읽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께도 얇고, 글씨도 크고, 읽는 데 시간도 별로 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는데,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생각나더군요. 직장인들을 위한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라는 측면에서 서로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다루고 있는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요.
이 책의 주인공은 잭 로건이라는 항공사의 사업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전직원에게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을 지급하여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잭 역시 회사에서 받은 블랙베리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업무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블랙베리를 분실하는 바람에 얼마전 퇴사한 다른 직원의 중고 블랙베리를 대신 지급받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블랙베리가 요술램프의 지니와 같은 특별한 존재였다는 데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잭이 이 블랙베리의 능력을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상사가 보내온 메일에 짜증이 나서 즉각적으로 작성해 보낸 답메일을 블랙베리가 차단하면서부터였습니다. 분노로 가득찬 잭의 메일을 차단해 버린 블랙베리는 잭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었고 잭이 하려 했던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지적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잭은 이 블랙베리를 멘토 삼아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신비한 블랙베리가 가르쳐 주는 지혜의 핵심은 이메일을 경력관리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상대와의 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고, 오히려 관계를 돈독히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블랙베리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블랙베리가 가르쳐 주는 그 교훈은 단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데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통용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한 내용들을 조금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즈니스를 연결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관계'이다. 이메일을 통해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려면 이메일에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주장을 담아 보내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메일을 읽고 화가 났을 때에는 즉각적으로 답장을 보내기보다 잠시 멈추고 뒤로 물러서서 어떤 내용의 답장을 쓸 것인지, 그리고 그 답장을 통해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메일을 보내라. 직장생활에 있어서 '정직'은 최고의 미덕이 아니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당신에 대한 평판과, 당신의 인간관계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신의 '호의'이다. '서로 간에 '호의'가 쌓이면 관계에 탄력이 생기고 사소한 실수는 이해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어 가는 동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고 그것 때문에 많은 관계를 망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도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