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세계인권사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24
하승수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해병대에서 일어난 가혹행위와 자살, 총기난사사건을 보면서 이 나라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 사건이나,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그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당사자들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에게 더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싸이코 패스도 아니고 인간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어떻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저질러 왔는지 끔찍할 뿐입니다.

이런 사건의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까지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며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있었을 뿐이고, 그러한 존중을 어떤 영억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 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나와 다른,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해서 옳지 않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곧 이어 위의 사건을 접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세계의 역사 속에서 인권이라는 사회적 주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에 대해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시리즈의 여러 다른 책들처럼 이 책에도 많은 사진 자료들과 인물소개, 개념 설명 등의 보조 자료들이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어 자료적인 가치도 높습니다.

1부에서는 인권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근대 시민혁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동양의 불교와 묵자의 사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인권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토머스 페인과 같은 인물들의 사상을 그들의 저술 내용에 기초해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토머스 페인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로서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었고, 저자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루소의 에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3부에서는 근대 시민 혁명을 통해 변화된 인권 문제들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고문, 언론 자유, 노예제도, 남녀 평등, 노동에 관한 다양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변화되어 왔는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4부에서는 세계대전을 통해 드러난 인권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의 산물로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5부에서는 여성, 아동, 장애인, 성적 소수자와 같은 다양한 소수자들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6부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낙태 문제라던가,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는 문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조다와 악바르'라는 인도 영화의 주인공인 악바르 대제가 이슬람의 관용을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묵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해 준 '묵공'이라는 영화(묵자의 사상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종교개혁 당시의 다양한 사건들과 전쟁들, 그리고 조약들에 대해서도 정리해 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홉스라던가 로크, 루소의 사상에 대해 소개해 주고 또 서로의 사상을 비교해 준 것도 많이 유익했는데, 특히 로크가 보낸 '관용'에 관한 편지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로크가 종교적 다수가 정치적 다수가 되어 종교적 소수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염려했으며, 설득되지 않은 채 드리는 예배나 강요에 의해 드리는 예배는 구원에 무익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다른 종교를 관용하지 않는 교리는 자신 역시 관용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보았다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로크의 생각이 저에게는 참으로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들어 기독교 내에서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배타적이고 비인격적인 행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당연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종차별 문제야 워낙에 흔하게 접해 온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여성의 인권 문제가 해결된 지가 얼마 안 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1790년대에 올랭프 드 구주라는 여성이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기까지 했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충격적인 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 70년대가 되어서야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아동의 인권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방정환 선생님이 얼마나 생각이 일찍 깨인 분이셨는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는 단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그 단체의 창립자인 에글렌타인 잽이라는 분 아동권리선언을 작성한 분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된 가장 큰 유익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려 온 인권이라는 것이 결코 가만히 앉아서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모든 사람들이 누리도록 하기 위해 피흘려왔는가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권리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인권을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사실에 대해 우리의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일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만이 오늘날 이 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군대 내의 가혹행위와 자살, 총기 난사와 같은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참으로 중요한 권리이며,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치와 인권에 대해 어떻게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권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는 학교 선생님들의 수준만 보아도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님들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부모님들의 사정도 학교 선생님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만이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의식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사회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을 넘어, 인간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반드시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 분들이라면 자신의 자녀들에게 꼭 읽어 보라 권해주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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