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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하면서 새벽기도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전도사 때는 40일 특별새벽기도기간에만 새벽기도에 참석해도 되었지만, 전임전도사가 되고부터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습니다. 부목사 때에는 새벽기도에 하루라도 빠지만 큰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새벽기도는 교역자들에게 중대한 의무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이 새벽기도가 어찌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나중에 건강검진을 받고서 지방간 때문에 새벽기도가 그렇게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지방간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상태가 된 다음에도 여전히 새벽기도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난 다음부터 새벽기도의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새벽에 가장 먼저 교회에 나와서 문을 열어야 했을 뿐 아니라, 하루라도 제 시간에 못 일어나면 새벽기도에 나온 교인들이 교회 밖에서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가야 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교회가 개척교회다 보니 새벽기도에 나오는 교인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점차 의욕이 떨어지면서 새벽기도가 점점 더 힘들어지더군요. 그러다가 교인들과 여러 차례 의논한 끝에 새벽기도시간을 없애고 저녁기도시간으로 옮겨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새벽기도 때 모이던 교인들의 세 배나 되는 교인들이 저녁기도에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교회 교인들은 제 또래의 젊은 교인들이 대부분인데, 그분들은 새벽기도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기도시간을 저녁으로 옮긴 다음부터 그분들이 저녁기도에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도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결정이 참으로 지혜로운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아침형 인간이 있고, 저녁형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나 나이가 들면서 새벽잠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처럼 분명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자와 같은 시간생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시간 지표 강도(낮과 밤의 변화에 따른 빛과 어둠의 강도)에 따라 체내 하루의 빠르기가 달라진다는 사실 역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저처럼 집에 들어앉아 책만 읽는 사람은 점점 더 늦은 시간 유형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늦은 시간 유형의 사람이 더 빠른 시간 유형으로 바뀌고 싶다면 시간 지표 강도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낮에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야외 활동을 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빼미 스타일의 저녁형 인간이 종달새 스타일의 아침형 인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야외활동을 늘이다보면 전보다는 훨씬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늦은 시간 유형의 아이들에게 이른 등교 시간은 고문과도 같은 일이라는 사실도 이 책에 소개된 과학적 근거를 통해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시간 유형의 아이들은 그들의 생체 리듬상 깊이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에 등교해 보았자 충분한 시간이 흐르기까지 기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1, 2 교시가 지나기까지는수업에 집중할 수도 없고 시험을 보아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서머타임을 시행하는 것 역시 사회 집단 전체 구성원이 1시간 더 일찍 출근하기로 결정하는 것에 불과하며, 늦은 시간 유형에게는 그저 고통스럽기만 한 결정일 뿐이요, 생산성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의 마지막에서 내리고 있는 결론은, 정책결정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빠른 시간 유형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와 사회 문화에 의해 늦은 시간 유형의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빠른 시간 유형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해 놓은 학생들의 등교시간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을 한 두 시간 정도 늦추기만 한다면 빠른 시간 유형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늦은 시간 유형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생산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 하였습니다. 늦은 시간 유형을 가진 저로서는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꼭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주장을 정책 결정에 반영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추세로 보면 늦은 시간 유형의 사람들이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게 될 터인데, 그 사람들이 언제까지 자신의 생체 시계와 전혀 맞지 않는 농경 시대의 시간표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지 갑갑할 뿐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시간생물학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짐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