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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파크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1
블레이크 넬슨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슈퍼마켓에 편히 가기 위해 근처를 지나던 기차에 몰래 올라탔다가 경비원에게 들켜 쫓기게 되었다. 붙잡혀 구타당하던 일행을 구하기 위해 경비원의 머리를 스케이트 보드로 내리쳤는데, 쓰러진 경비원이 기차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죽어 버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하겠는가? 끝까지 숨기겠는가, 아니면 자수를 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일어났던 사건이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주인공은 한창 스케이드 보드에 빠져 지내던 중, 학교 선배를 따라 파라노이드 파크라는 곳에 가게 된다. 그곳은 부랑아들과 스케이트보드 마니아들의 모여 기량을 뽑내는 무허가 보드장인데, 주인공은 그곳에 한 번 가 본 이후로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래서 그곳에 다시 찾아간 바로 그 날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 이후로 계속되는 번민과 갈등, 그것이 이 소설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다.
계속되는 번민과 갈등에도 주인공은 자수하지 않는다. 자수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그 마음을 접게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주인공의 자수할 마음을 접게 만든 그 일이 주인공으로 하여금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또 사람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존재인지 알게 해 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일이야말로 이 책을 '성장소설'이라 말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사건이 일어난 계절, 또는 날짜와 각 장의 앞부분에 기록된 날짜가 서로 달라서 읽는 중간에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이유를 책의 맨 마지막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역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밝히기는 어렵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서 저자의 구성 솜씨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등장하는 고등학생들의 첫경험에 관한 묘사들을 보면서 자녀들이 어느 정도나 커야지 이 책을 권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초등학생이던 자녀들과 함께 보다가 이와 비슷한 내용이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당황했던 일이 생각났다. 부모로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내 자녀들이 대학생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런 내용만 제외하면 아쉬울 데가 전혀 없는 책이다. 치밀한 구성, 세밀한 심리묘사, 자연스러운 흐름, 매끄러운 문장, 좋은 번역까지..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소설이다. '성장소설'이라고는 해도 '청소년 소설'로만 한정하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문학에 속하면서도 건조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재미있다. 아마도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