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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 - 성 심리학으로 쓴 21세기 사랑의 기술
에스더 페렐 지음, 정지현 옮김 / 네모난정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영어 원제는 'Mating in Captivity'이다. 직역하면 '감금상태에서의 짝짓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이 배우자간에 서로의 개성마저 억누를 정도의 구속이 되어버리면 그들의 성생활 역시 무미건조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 버릴 수 밖에 없다. 이 제목은 바로 그와 같은 상태에서의 성생활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의 제목을 "안전하면서 만족스러운 섹스는 없다"로 잡았는데, 그 요지를 살펴보면 '지나친 안정감의 추구, 지나친 친밀감의 추구는 성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부부간의 지나친 밀착이 성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로티시즘은 상대방과의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만 불타오른다."
맞는 말이다. 두 전극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스파크가 튈 것 아닌가. 두 전극이 서로 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절대 스파크가 튈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부부의 삶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붙어버린 전극처럼 되어 버린다. 결혼 후 몇 년이 안 되어 안정적인 관계 속으로 들어가면서 성생활에 대한 열정이 식어 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식어버린 열정이 외도를 부른다. 그러므로 건강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부부 사이의 성적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부부 사이의 성적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부부가 서로의 경계선을 인정해 주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상대를 나에게 맞추기 위해 구속하고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의 인격과 독립성과 개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부부 사이의 성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경계선'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부부 간의 '경계선' 문제이다. 이 경계선은 우선적으로 배우자 사이에 있어야 할 경계선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경계선은 부부와 그들의 부모 사이에 있어야 할 경계선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어려서 형성된 부모와의 관계로 인해 배우자와 건강한 성생활을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아내를 보면서 어머니 생각이 난다면 아내와의 성생활은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또 이 경계선은 부부와 자녀들 사이에 있어야 할 경계선이기도 하다. 자식을 낳은 이후로 남편은 버려두고 자식에게만 신경을 쓰는 아내들이 많다. 또한 그런 아내들은 자신의 정서적인 필요를 자식을 통해 채우고 나서는 남편들을 귀찮게 생각하기 쉽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야만 부부사이에 열정적인 부부관계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전적으로 옳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의 주장 가운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특히 저자의 성에 대한 지나친 개방성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부부의 동의 하에서라면 (정신적인 외도만 하지 않는다면) 육체적인 외도, 또는 스와핑(이 책에서는 스윙잉으로 표기하고 있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입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런 종류의 몇몇 문제들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수긍이 가고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배우자 사이의 경계선에 대한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부부가 서로 결혼 생활이 주는 한계를 인정할 때 유대감을 느낄 수 있고, 상대방의 분리된 자아를 인식함으로써 친밀해 질 수 있다(130쪽)." 그리고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상대방의 자아를 인식할 때에는 친밀감 뿐 아니라 열정 또한 생겨난다. 세상의 모든 부부가 바라는 부부관계가 바로 이런 것일진대, 시험 삼아서라도 저자의 조언에 따라보는 것은 어떨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