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vs. 언쟁 - 아고라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
조제희 지음 / 들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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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논쟁 vs 언쟁'이라는 제목 때문에 '말로 하는' 논쟁과 언쟁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글로 하는 논쟁'에 관한 책이더군요. 글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관해 말하고 있었고, 따라서 수사학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언쟁을 두 사람이 자기 주장을 가지고 싸우는 말다툼에 불과한 것으로, 논쟁은 그 두 사람 사이에 청중과 독자가 있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언쟁과 논쟁을 비교해서 설명한 다음에는 효과적으로 논쟁에 이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독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라거나, 논쟁 시에 지켜야 할 규범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조언과 더불어, 논쟁의 다양한 방법에 대한 설명을 통해 효과적으로 논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영문학 교수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내용이 상당히 학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경우를 분석하고 정리해 놓은 것이 대학생들이 주로 보는 전공서적과 같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제목에서 느껴지는 쉽고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과는 달리 뭔가 정리를 해 가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예를 보면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내용들이나 사람들을 자주 소개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슨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화가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리어 방해가 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논쟁에 도움이 될만한 다양하고 유익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는 논쟁에 있어서 청중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이것이 저에게 많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연사/작가는 자신을 지지하는 청중/독자들에게 정직하고 편견이 없으며, 반대편에게도 존경을 보내는 이로 비춰져야 한다(110쪽)"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또 자신의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고 아예 소통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저자의 지적도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라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수식어, 또는 한정사들을 이용하여 주제를 한정하는 작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쿨만의 논쟁방법, 로저리언 논쟁방법, 새파이어 논쟁방법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논쟁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커다란 소득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논리적인 글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제목과 표지에서 보여주는 느낌과는 달리 조금 딱딱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기 시작하셔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논리적인 표현을 통한 설득의 기초를 세우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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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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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이 정도 물리학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바보 소리 듣는 대통령보다는 나아야지 싶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대통령(더 정확히는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여러 후보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두어야 할 물리학 지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 결정과 관련된 다섯 개의 영역(테러리즘,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 온난화)에 있어서 물리학과 연관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테러리즘과 물리학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물리학은 테러리스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무기들의 위험성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자는 지금까지 테러리스들이 사용했거나 앞으로 사용할 만한 무기들의 위험성을 구체적인 수치와 현실적 가능성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911 사태 때 쌍동이 빌딩이 무너진 이유를 충돌시에 유출된 비행기 연료로 인해 화재가 일어났고, 그 화재로 인한 열기가 건물의 철골구조를 약화시켰으며, 그 결과 건물의 하중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을 통해 예전에 보았던 '시대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제기했던 음모론이 이러한 물리학 지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테러리스트들이 핵폭탄이나 방사능 폭탄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인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핵폭탄은 기술력의 한계와 비용 문제 때문에, 방사능 폭탄은 비가시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폭탄 테러나 방화가 더 효과적인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탄저균을 이용한 생화학 테러는 핵테러에 비하면 훨씬 준비하기도, 수행하기도 쉽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에너지에 관한 내용은 지구온난화에 관한 내용과 거의 대부분 중복되는 것 같은, 이는 아마도 지구온난화에 관한 내용을 설명할 때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따로 다룬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석유는 몰라도 화석연료(석탄을 비롯한)는 바닥날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에 대한 내용에서는 방사능의 위험성(생각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점), 다양한 핵무기(우라늄폭탄, 플루토늄 폭탄, 수소폭탄)들의 폭발 원리, 다양한 방식의 원자력 발전, 핵폐기물의 처리 방법(처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 핵융합의 비현실성(22세기나 되어야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대한 내용에서는 다양한 궤도에 따른 다양한 기능의 인공위성, 중력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 우주왕복의 비효율성, 비가시광선을 이용한 우주에서의 첩보활동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일이 불필요한 희생을 요구하는 데다가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 비용을 로봇과 컴퓨터를 이용한 우주탐사에 투자히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내용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어서 에너지 절약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텔레비전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접해 왔던 불확실한 정보들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전문가의 설명이 다르긴 다르더군요. 다양한 수치와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방사능 누출로 인한 암발생 증가량이 생각보다 낮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보았던 체르노빌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연 방사능이 가져오는 영향이 결코 인공 방사능의 영향 못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어쩌면 앞으로 지역에 따른 방사능 수치가 그 지역의 집값을 결정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에너지절약이라는 사실도 의외였습니다. 지금까지는 대체에너지 개발만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대체에너지들이 석유나 석탄에 비해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는 원자력 발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본 대지진 이후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마음을 닫았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최대한 안전한 방식을 찾아보아야 하겠지만요.


물론 저자는 다른 전문가들 가운데 자신의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자가 제시한 근거들을 보면 저자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원 시원하게 설명해 나가는 글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설명도 꽤나 자세해서 물리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대권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전문가가 직접 곁에서 가르쳐 주는 것보다는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만.) 그리고 스스로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분들도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얻은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아는 체 하다 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이 책을 읽어 두었기 때문에 망신 당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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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아나뱁티스트다 아나뱁티스트 시리즈 1
스튜어트 머레이 지음, 강현아 옮김 / 대장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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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주를 위해 죽다/주를 위해 살다(규장)'라는 책을 통해 수많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 소개되었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었던 순교자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바로 더크 윌렘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카톨릭 교회에 의해 고발되어 체포 투옥되었다가 탈옥할 기회를 우연히 얻은 그는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러 도망치던 중에 그를 뒤쪽던 간수가 깨진 얼음 아래로 호수에 빠지자 되돌아가서 그 간수를 차가운 호수에서 건져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체포되어 화형을 당했습니다. 저로서는 참으로 이해가 안 되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 멍청한 짓을 하다니.. 아무리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죽을 줄 알면서 그렇게는 하지 않을텐데.."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도 더크 윌렘스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개를 통해 더크 윌렘스가 아나뱁티스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가 했던 행동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타 교단의 기독교인들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아나뱁티스트였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나뱁티스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저 아미쉬나 메노나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나 책을 통해 조금 들어 보았을 뿐이고, 아나뱁티스트라는 명칭이 그 여러 종파들을 하나로 묶는 명칭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미쉬라던가 메노나이트들이 평화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것이 예수님의 가르침 그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이루어낸 평가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더크 윌렘스가 아나뱁티스트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의 행동이 바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셨고, 또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그분의 본을 따르는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오늘날의 기독교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면 그와 같은 상황에서 절대로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와 같이 예수님의 본을 철저히 따르는 삶과 행동에 대해 그 어느 교회도,  그 어느 누구도 강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사는 이도 없고, 본으로 보여주는 이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리차이를 가지고 싸움질이나 할 줄 알았지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 살려고 하는 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개독교라고 하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인인 제가 보기에도 그러한 명칭으로 불리우는 것이 우리에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러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개혁주의자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교리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거룩한 삶을 통해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소명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기독교인들이 교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불신자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삶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 당시의 성도들은 개혁주의 교리 같은 것 잘 몰랐어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았습니다. 교리는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나 도움이 될 뿐,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교리교육을 잘한다고 하는 교회들의 성도들이 주변의 불신자들로부터 얼마나 존경받는 삶을 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는 삶을 살고 있는 교인들로 이름난 교회를 본 적이 없습니다. 교리를 잘 가르친다는 하늘영광교회나 열린교회나 예수가족교회 교인들이 다른 교회 교인들과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저 교리 잘 배웠다는 사실을 가지고 교만해지기만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교회의 성도들보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단이 교리교육에 대한 열심이나 구별된 삶의 모습이나 전도의 열정이라는 면에 있어서 더 뛰어나지 않은가 싶습니다.


얼마전 출간에 '래디컬'이라는 책을 보니 성경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고, 사회 봉사도 좀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는 정도의 변화를 가지고 무슨 대단한 부흥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자랑을 하더군요. 우스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습니다. 그건 그저 '베이직'일 뿐이지, '래디컬'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래디컬'이면 기독교는 결코 다른 종교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그럼 과연 '래디컬'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요?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모습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분과 그분의 제자들이 추구했던 '래디컬'한 삶과 가르침이 유대 사회에 던졌던 충격과 같은 그런 충격을 줄 수 있어야 그 때 가서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고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모습과 현실 교회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성경에 나오는 사도들이나 집사들의 모습과 주변 목회자들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교회는 교회 내의 가난한 자들을 돕는데 관심이 없었고 그저 교회 건물 세우는 일에만 바빴습니다. 그리고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들을 악덕 사장이 회사 직원들 부리는 것보다 더 비인격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성도들의 삶은 전혀 변화되는 것 같지 않았고, 당회에서는 장로들끼리 싸우는 소리가, 교회 주방에서는 권사들끼리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 교회에 질려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조차도 성경이 보여주는 사도들이나 집사들의 모습과 비교할 때 너무나 형편없음을 느낍니다. 정말로 대안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대안을 발견한 듯 싶습니다. 복음서에서 가르치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명한 기준 그대로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불신자들과 온전히 구별된 삶이 가능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간단한 것을 왜 한국 교회들은 실천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한국 교회가 그러한 삶을 불가능한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는, 아니 전 세계 교회의 대부분이 산산수훈이 가르치는 그대로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천국에 가서야 가능하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리고 부흥이 일어날 때라야 그러한 삶이 일시적으로 가능하다고 가르쳐왔습니다. 그런데 정통 교회에서 부흥이 일어나야 가능하다고 가르치던 그러한 삶의 모습을 아나뱁티스트들은 평상시에도 실천하며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허탈한 일이었습니다. 정통 교회에서 자랑하는 '부흥'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 변화된 성도들의 모습이 아나뱁티스트들에게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 불과할 뿐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철처하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교단도 쓸모없고, 교리도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교단마다, 그리고 각 교단의 교리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가 깃들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각각의 교단과 그 교인들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점을 다른 교단과 그 교인을 통해 배우면서 더 나은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나은 길을 찾는 데 아나뱁티스트의 전통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아나뱁티스트의 전통이야말로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강력한 도전을 던질 수 있는 기독교의 위대한 유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나뱁티스트의 전통 가운데에는 뮌스터 사건과 같이 어둡고도 끔찍한 과거도 있지만, 그런 어두운 과거를 말하자면 정통 교단들이 더 끔찍하고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두운 데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빛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께 나아가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이 보여주신 모습 그대로 순종하고 따라가며 살아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기본이고, 그 기본을 지키며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아나뱁티스트들은 그들의 역사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통 교단들이 소속 교인들의 변화된 삶을 통해 자신들이 붙들고 있는 교리가 무용지물에 불과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수 없다면, 세상은 온갖 핍박 속에서도 예수님의 뒤를 좇아 좁은 길만을 걸어 온 아나뱁티스트들만이 진정한 기독교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교리는 결코 진리가 아닙니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케 합니다. 자유케 된다는 것은 세상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로마 국교화 이후 기독교는 한 번도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종교개혁을 통해 카톨릭에서 갈라져 나온 개신교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속했던 교단의 흐름 역시 세상의 흐름과 같은 방향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고립된 채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 중의 일부는 집단을 이루고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싸워왔습니다. 그들이 바로 아나뱁티스트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의 전통과 아나뱁티스트의 전통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얼마나 멋진 공동체가 탄생하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더 연구하고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좋은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책이기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별 여섯개가 부족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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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잇는다 - 한 영혼에 목숨 거는 제자훈련 정신을
김명호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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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흠 목사님에 이어 오정현 목사님이 사랑의 교회를 담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제자훈련 목회로 성공하신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령님에 관해 설교했던 사랑의 교회 부임 설교 역시 제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9시 뉴스에까지 소개되었던 특별새벽 기도회를 보면서 옥함흠 목사님이 후임자를 정말 잘 선택하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참석했던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에서 다락방 교재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순장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밤 같은 숙소에 배정된 목회자들끼리 도대체 이 교재의 내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내린 결론이, 강사가 교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강단에 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의 교회가 2,000억짜리 건물을 짓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이제 사랑의 교회도 끝났구나, 사랑의 교회도 다른 대형교회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교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옥한흠 목사님이 후임자를 잘못 고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의 교회가 제자훈련을 버리고 성장지상주의를 택했으니 이제 제자훈련도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랑의 교회는 변질되었을지 몰라도, 국제제자훈련원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여전히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훈련 정신을 변함없이 붙들고 있는 저자 때문이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을 도와 국제제자훈련원의 기반을 닦아 놓은 저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옥한흠 목사님을 존경하고, 그 뒤를 따르기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제자훈련에 대한 저자의 이해나 다짐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자 자신에 관한 이야기보다 옥한흠 목사님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았습니다. 물론 저자가 옥한흠 목사님 밑에서 어떻게 일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훈련받았는지, 어떻게 섬겼는지에 관한 이야기들도 소개되어 있었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한결같이 옥한흠 목사님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옥한흠 목사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옥한흠 목사님을 추억하면서 쓴 책이면서,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옥한흠 목사님을 추억하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사람을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중시하셨던, 그리고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기보다 내부에서 직접 키워서 쓰는 편을 택하셨던 옥한흠 목사님의 목회철학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소극적이셨던 모습이나, 설교에 대해 진지하고도 완벽주의적이셨던 모습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었는데, 진정으로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한 제자훈련 세미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국제제자훈련원은 또 어떻게 세워져서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그리고 어떤 분들이 섬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내용 중에서 제자훈련 체험학교에 대한 소개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가 어찌나 애정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는지 꼭 한 번 가서 훈련받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쉽게 생각되었던 것은 변재창 선교사에 관한 내용 중에 정확하게 기술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겪었던 추문으로 인해 국제제자훈련원의 일본사역도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와 관련된 추문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일본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그 추문이 사실이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저자가 의도적으로 변 선교사의 무죄판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무척이나 부도덕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나, 옥한흠 목사님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또는 옥한흠 목사님께서 터를 닦아 놓으신 제자훈련의 미래에 대해 염려하시는 분들이 읽어 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저자가 책 제목에서 밝혔던 것처럼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훈련 정신을 잘 계승하고 발전시켜서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교회들이 옥한흠 목사님이 꿈꾸셨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교회들로 변화되도록 도울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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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시민혁명 - 50일간의 희망기록
유창주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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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이 아니지만, 그리고 파주시민이라는 사실에 대해 아무런 아쉬움도 없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서울시민들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반서민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할 수 있는 그 좋은 기회가 서울시민들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원순씨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인권변호사 출신의 시민운동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존의 정치꾼들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심정적으로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적어도 그에게는 행정 경험이 있고, 서민들의 힘든 삶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제 바램대로 서울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서울시장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과 선거기간 동안에 벌어졌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박원순과 시민혁명.' 이 책을 통해 박원순씨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여당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박원순씨의 삶이나 행적에 관한 기록을 보면서, 이러한 모습들이 가식이 아니라 진실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이 사람은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앉혀 보아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안철수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차례로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자신들의 뜻을 이루어갈 기회를 얻게 된다면 이 사회가 더 살만한 사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박원순씨가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이 변호사로써 누릴 수 있는 삶의 수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저자의 변명은 그렇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박원순씨가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은 '서민'들이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보다는 훨씬 상위에 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에 뛰어든 사람치고 그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그렇게 비난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운동가라는 위치에 요구되는 청렴하고 검소한 삶의 잣대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정치꾼들보다는 낫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손에 묻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떡을 만지다가 떡고물을 입으로 가져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떡 자체를 집어 삼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일들이 정치꾼들에 의해 지금까지 수없이 벌어져 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박원순씨 정도라면 떡고물은 몰라도 떡까지 집어 삼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가 정치꾼들과 똑같은 부류의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그의 곁에 있던 시민운동가들이 진작에 등을 돌려 버렸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이 사람에게 나라의 앞날을 맡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박원순씨의 철학, 사상, 또는 정책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원순씨의 삶과 행적, 그리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진행 과정과 의의, 그리고 선거 운동 과정과 승리의 이유 등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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