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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시민혁명 - 50일간의 희망기록
유창주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서울시민이 아니지만, 그리고 파주시민이라는 사실에 대해 아무런 아쉬움도 없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서울시민들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반서민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할 수 있는 그 좋은 기회가 서울시민들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원순씨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인권변호사 출신의 시민운동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존의 정치꾼들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심정적으로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적어도 그에게는 행정 경험이 있고, 서민들의 힘든 삶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제 바램대로 서울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서울시장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과 선거기간 동안에 벌어졌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박원순과 시민혁명.' 이 책을 통해 박원순씨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여당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박원순씨의 삶이나 행적에 관한 기록을 보면서, 이러한 모습들이 가식이 아니라 진실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이 사람은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앉혀 보아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안철수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차례로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자신들의 뜻을 이루어갈 기회를 얻게 된다면 이 사회가 더 살만한 사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박원순씨가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이 변호사로써 누릴 수 있는 삶의 수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저자의 변명은 그렇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박원순씨가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은 '서민'들이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보다는 훨씬 상위에 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에 뛰어든 사람치고 그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그렇게 비난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운동가라는 위치에 요구되는 청렴하고 검소한 삶의 잣대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정치꾼들보다는 낫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손에 묻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떡을 만지다가 떡고물을 입으로 가져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떡 자체를 집어 삼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일들이 정치꾼들에 의해 지금까지 수없이 벌어져 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박원순씨 정도라면 떡고물은 몰라도 떡까지 집어 삼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가 정치꾼들과 똑같은 부류의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그의 곁에 있던 시민운동가들이 진작에 등을 돌려 버렸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이 사람에게 나라의 앞날을 맡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박원순씨의 철학, 사상, 또는 정책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원순씨의 삶과 행적, 그리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진행 과정과 의의, 그리고 선거 운동 과정과 승리의 이유 등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