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메레르 5 - 독수리의 승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0월
평점 :
테메레르 시리즈에 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서였습니다. 1권을 선물로 받아 읽으면서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4권까지 더 구입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4권까지 읽고 나서는 책값이 부담이 되서 한 동안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들 녀석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온 덕분에 거저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5권의 내용은 주인공인 로렌스 대령이 용들에게 퍼진 전염병에 대한 치료제를 프랑스 편에 건네 준 이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렌스 대령은 반역죄로 기소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메레르의 조종사라는 이유 때문에 사형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죄수의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테메레르 역시 통제가 불가능한 용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셀레스티얼 품종의 용들을 더 얻고자 하는 공군의 필요에 따라 용사육장에서 지내면서 종마와 같은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공격기 거세지면서 로렌스 대령의 신변에 변화가 일어나고, 로렌스 대령이 죽었다는 오보를 전해 들은 테메레르 역시 사육장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테메레르는 영국 정부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다른 용들과 함께 힘을 모아 독자적으로 프랑스와 맞서 싸우기 시작합니다. 영국 내에서의 용들에 대한 권익 신장을 목표로 해서 말입니다. 중국이나 프랑스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던 거지요.
솔직히 말해 이 부분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테메레르도 리엔처럼 자신의 비행사를 죽인 나라를 떠났어야 하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건 테메레르는 자신이 구성한 부대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전공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종사를 태우지 않은 용들의 자유로운 공격방식의 효율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폭단을 던지는 것과 같은 전법은 구사할 수 없었지만 육탄전에서는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싸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자는 이 부분에 대해 유인항공기와 무인항공기에 비유하고 있는데, 그다지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무인항공기는 그저 사람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에 불과하지만 용들은 자유롭게 사고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로렌스 대령 역시 테메레르를 동원하기 위한 목적에 의해 감옥에서 풀려나 테메메르를 찾아 나서게 되고, 결국 테메레르와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테메레르와 함께 영국군의 승리를 이끌어 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 나타난 다양한 전술들을 보면서 저자의 탁월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특히 용들의 먹이를 확보하고 수송하는 일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액션영화에서 가끔 보게 되는 총알이 끝없이 나가는 총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장면은 이 책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전쟁에 있어서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한 전술을 5권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메레르 일행이 어떻게 영국 땅에 상륙한 프랑스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는가 에 대한 모티브로 말입니다.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전재방식은 저자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영국 땅에서 프랑스군을 몰아낸 다음 테메레르는 로렌스 대령과 함께 호주(뉴사우스웨일즈)로 보내지게 되는데, 이는 전공에 따른 사면의 의미와 함께, 두려움의 대상을 눈 앞에서 멀리 사라지게 하고자 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처분이었습니다. 쓰나미 같은 파도를 일으켜 넬슨 제독의 함대를 일거에 파괴한 리엔의 능력을 본 영국군은 테메레르 역시 경계해야 할 위험한 대상이라 인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용 중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그와 같은 강한 능력을 가진 용이라면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고 최대한 활용해야 마땅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처분을 통해 제 6권에서 벌어질 모험의 토대가 마련되기는 했습니다. 큰 바다뱀들의 땅이라는 제목처럼, 그 곳에서는 용들이 아닌 바다뱀들과의 대결이 벌어지게 될 터인데, 그 내용은 또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 권에서처럼 설득력 없는 전개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몇몇 내용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의 재미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용들의 전투는 여전히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피터 잭슨이 이 책을 영화화 하겠다고 했다는데, 과연 어떤 모습의 작품이 나올지에 대해서도 계속 기대가 됩니다. 과연 언제쯤이나 테메레르를 스크린에서 보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