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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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동안 전립선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고생하던 저자가 그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기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았고, 어떤 처방을 받았으며, 어떤 수술을 권유받았는지, 또한 그 중에서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를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느꼈던 복잡한 심경들을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문학작품의 내용, 그리고 다양한 작가들의 투병 기록과 연결지어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대단하다 느껴졌던 그러한 묘사들이 책장이 넘어가면서 점점 지겨워 지더군요. 잘 들어 보지도 못했던 작가들과 그들이 남긴 글에 대해 계속해서 나열하는 것을 보다 보니 지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지겨움 가운데에서도 작가가 경험했던 통증의 깊이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병원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치료 과정 중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은 진통제 뿐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반의 두통'이라는 책을 통해. 그리고 그 이전에 인도에서 받았던 민간 치료에 대한 기억을 통해 상당한 호전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참여한 명상 훈련 피정에서 통증을 해소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통증 없이 잘 지내오면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저자가 명상을 통해 통증의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그저 코 끝에 느껴지는 호흡의 흐름에 집중하면서, 또한 자신의 통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가운데 통증이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명상에 관한 책이라면 하나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전혀 새로운 것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명상 방법이나 효과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저자의 경험담과 심경의 흐름이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자의 고통은 신체적인 질병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나친 심리적 긴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러한 과도한 긴장 가운데 살아야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어쩌면 목사였던 아버지로부터 신앙을 강요당하면서 지내온 삶의 궤적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목사인 저로서는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이 사람의 정신을 자유케 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병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또 한편으로 명상과 같은 것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기독교 내에도 호흡 기도와 같이 명상과 유사한 훈련이 있지만, 정통 기독교에 의해 이교적이라 의심받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명상이라는 것 역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반 은총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요가 역시 힌두교의 수련법이지만, 운동권 활동을 하다 안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아 완전히 망가졌던 몸을 요가로 깨끗하게 고쳤다는 분도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분 역시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보면, 방향성이 문제이지 도구가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마음과 몸이 병들도록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괴롭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그러한 억압 가운데에서도 마음의 자유와 평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자아를 잘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책이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다스러운 저자의 묘사에도 불구하고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와 같이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원인을 찾아내기 어려운 통증과 질병에 시달리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동병상련의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상이라는 쓸만한 치료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이라면 명상보다는 호흡기도라는 영성훈련을 배워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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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 게으름과 딴짓을 다스리는 의지력의 모든 것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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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심리학 강의'라는 책 소개 때문에 저자가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의 강사에 불과한 분이더군요. 하지만 대학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것을 보면 저자의 강의가 대단하긴 했었나 보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 보니 충분히 인기를 끌었을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더군요. 심리학과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의지력과 관련된 주제들을 다루어 나가는데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의지력 향상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고, 유혹에 굴복하게 되는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의지력이 제한된 자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느 한 가지를 절제하기 위해 의지력을 소진하면 다른 데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적절한 의지력의 배분과 의지력 강화를 위한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또 제 자신이 어떤 때에 유혹에 취약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파민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파민이 쾌락을 느끼게 해 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쾌락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실제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뇌의 영역과 도파민을 분비한는 뇌의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보상에 대한 기대감에서 쾌락을 얻기 보다는 실제적인 보상에서 얻게 되는 쾌락에 집중할 때 불필요한 중독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파민이 없어지면 모든 욕망이 사라지는 반면에 희망도, 삶의 의지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도파민을 중독을 유발하는 백해무익한 호르몬이라고 생각해 왔던 이전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죄책감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죄책감은 좌절을 불러 일으키고, 자기절제를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는 반면, 자기용서는 자기절제에 대한 재도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죄책감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죄책감은 실패하기 이전까지만 쓸모가 있고(억제적인 측면에서), 실패 이후에는 자기용서가 더 쓸모 있다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실패 이후에 죄책감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죄책감을 경험한 이후에 어떻게 해서든 그 죄책감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것이 자기용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수치심보다는 자부심이 의지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에 근거하여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할 때 의지력이 더 강하게 발휘된다는 것인데,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자기의 새로운 신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그 감정을 관찰하고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그러한 감정으로 인한 악영향에서 벗어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이 말을 책의 서두에서는 '자기인식력을 길러야 자기절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서 지금 어떤 감정이 힘을 얻어 날뛰고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항상 만나게 되는 주장이지만 실천이 그리 쉽지는 않은 방법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만큼은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한 명상이나 느린 호흡법 역시 이런 종류의 책에서 항상 언급되는 훈련 방법들인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필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새로운 방법론보다는 학문적인 면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실천보다는 이해에 더 기울어 있는 책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얻게 될 지식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자기를 다스리는 데에 필요한 심리학적인 지식과 생리학적인 지식의 기반을 닦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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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를 요구하라 - 정체의 악순환을 성장의 선순환으로 바꾸는 상향식 리더십
마크 애쉬 지음, 김인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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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관한 책을 보면서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보기는 처음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로체스터 제네시 지방 수송국(RGRTA)의 CEO로 부임한 이후에 벌어진 대대적인 개혁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마치 무협지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악인들을 무찌르고 자신이 속한 문파를 강호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기까지의 과정과 같이 흥미진진합니다. 적대적인 노조 지도부의 방해와  변화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던 직원들의 반발은 저자가 RGRTA를 적자의 늪에서 건져 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또한 정리 해고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 했던 저자의 결심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더 많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러한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RGRTA를 적자의 늪에서 건져냈을 뿐 아니라, 동일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려 놓았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수백 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정부에서 받게 될 보조금을 기대하며 아무런 개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던 RGRTA에 저자가 CEO로 부임한 이후로부터 벌어진 변화는 실로 대단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RGRTA의 이전 경영진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보면 오늘날 한국에서 낙하산 인사조치로 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작자들의 행태보다 훨씬 더 못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거기에다가 원칙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인사 관리, 급여 지불 방식, 업무 처리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로잡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고객들 및 현장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고,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정확한 평가 기준과 데이터를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평가하고 개선하기를 거듭하는 가운데 RGRTA를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돈의 액수보다도 조직의 전략에 따라 재정을 집행하기 시작했고, 책임있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던 것이 조직문화의 변화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소신을 가지고 불의에 맞섰던 저자의 리더십이 그 모든 과정을 중단없이 지속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지속되는 동안 처음의 반대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하고 화해를 청해오는 모습들이야말로 저자의 결정이 옳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사람은 반드시 대통령의 자리에 앉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기업을 이렇게 180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그 어떤 정부 조직이라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제 자신이 이끌어 가고 있는 조직(교회)은 과연 어떻게 해야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서비스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한 목표와 전략, 정확한 평가 기준과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 교회 성장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교회 컨설팅을 한 번 받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확실한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어쨌든 분명한 목표는 생긴 것 같습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이나 모든 종류의 조직(깍뚜기머리 아저씨들의 조직을 포함한)을 이끌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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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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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텔레비젼에서 저자가 강의하는 모습을 본 뒤로 저자에게 흠뻑 빠져버렸던 터라 망설임 없이 선택한 책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텔레비젼 강의에서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강의에서는 굉장히 쉽고 재미있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에서는 상당히 무겁고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의 철학자로서의 면모가 깊이있고 무거운 주제를 통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놀랍게 느껴졌던 것은 저자가 기독교에 대해  폭넓고 깊이있는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왠만한 목회자들보다 기독교(로만카톨릭을 포함해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기독교에 대해서도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더 읽어가면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은 그가 확실히 '하나님(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기독교'에 대해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 유산의 '실용적 가치'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종교'들은 '기독교'를 포함해서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선불교'와 같이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종교들에 대해 박식한 지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종교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실제적인 유익과 가치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책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자가 종교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으로 꼽고 있는 것들은 목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공동체, 친절, 교육, 자애, 비관주의, 관점, 미술, 건축, 제도와 같은 것들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종교가 인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도구들이며,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쓸모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의 한계와 인간 사회의 문제들을 충분히 인식하게 되면 그 모든 것들의 필요성 또한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겸손하게 우리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하며,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계속해서 상기하기 위해) 종교가 사용해 온 다양한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종교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겸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기억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지만, 무신론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바로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저자가 주장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종교가 가지고 있는 가치, 또는 유익을 누리기 위해 무신론자들도 무엇인가 대안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또한 그러한 대안을 최초로 만들어 낸 사람으로 오귀스트 꽁트라는 사람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는데, 저자는 그러한 실패의 이유에 대해 종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무신론자들에게 또 다른 헝태의 종교(종교의 형태를 지닌 대안)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자의 주장은 무신론자들에게는 새로운 종교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고 붙인 것은 어쩌면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꽁트의 전철을 뒤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부제가 정확하게 책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은 섣부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를 번역해 보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무신론자들의 삶 역시 종교가 주는 다양한 유익을 필요로 하며, 종교에서 초자연적인 영역만 제거하면 그 나머지는 무신론자들도 충분히 수용해서 사용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비신화화'를 주장했던 불트만이라는 신학자의 시도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요소를 제거한 종교의 나머지 부분이 저자의 기대만큼 제대로 기능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은 그저 이성적인 인식과 개선의지만으로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종교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했으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자는 혹시 기독교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관해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와 기독교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은 저자가 인간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러한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보는 데에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래서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가 세상에 어떤 유익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언급은 종교인들에게 자신들이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신론자들에게 종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종교적 유산의 실용적인 가치에 대해 재고해 보라는 도전을 줌과 동시에, 유신론자들에게는 자신들이 물려받은 종교적 유산의 가치를 깨닫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 더 크게 기여해 보라는 도전을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인들도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신앙을 뒤흔드는 위협에 대한 염려없이 인문학적인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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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피크 2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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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분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웹툰으로 보다가 책으로 보게 된 소감에 관한 이야기는 1권 리뷰에서 언급한 바 있기에 2권에 대한 소감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2권은 주인공인 류연성과 그 동기 4명이 산악 구조대원으로 차출되어 구조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4일째의 훈련으로 시작해서, 한 달간의 구조 훈련을 마무리 짓게 되는 김주한 선배와의 마지막 훈련을 거쳐, 오직 그들만의 힘으로 인명 구조에 나서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난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보니 1권보다는 좀 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2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첫 번째 구조 활동은 북한산에 산악훈련을 받으러 왔다가 사고를 당한 육군 이등병을 구조한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선배들로부터 말로는 전해 들었지만 한 번도 지나가 본적이 없는 개구멍길을 지나 사고자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하다가, 사고자가 20미터가 넘는 추락 거리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에서 그 긴장감은 최고점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사고자가 머리를 크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이름을 묻는 주인공의 질문에 사고자가 '이병 박두용'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울컥해지면서 커다란 감동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2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두 번째 구조 활동은 주인공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심장마비로 사망해 버린 사고자를 혼자서 업고 산 밑으로 내려가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사고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구조 활동이라 하기는 무엇하지만, 그러나 유족들에게 시신을 전달해야 하는 일도 그들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주인공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원망하는 유족들과 그로 인해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홍상수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에피소드가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주인공의 심적 고통이 더 현실감있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2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세 번째 구조 활동은 주인공이 이경에서 일경으로 진급한 바로 다음날 벌어졌던 사건으로서 살해 의도를 가진 친구에 의해 바위에서 떠밀려 떨어진 사고자를 구출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의 진급 당일에도 사건이 한 건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사고자를 향해 다시는 이 산에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를 죽이려 했던 범인은 친구가 당연히 죽었을 줄 알고 사고 신고를 했지만, 다행히도 바위에서 떨어진 사고자는 죽음을 면할 수 있었고, 친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범인은 커다란 돌을 떨어뜨려 사고자를 죽이려 합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더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될 듯 합니다.)

제가 이렇게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거침없이 소개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만화의 내용을 아무리 글로 자세하게 설명해 놓는다고 해도 작가가 그려낸 그림을 직접 보지 않는 이상은 이 작품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명을 구조하는 사건을 그려내고 있는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 사고자가 구조될 때에 느껴지는 감동과 희열의 크기가 대단합니다.

 

마흔이 넘은 제가 제 또래의 어른들에게 권해 주어도 전혀 부끄럽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나중에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드라마와 영화가 원작의 수준의 따라오지 못할까 싶어 심히 염려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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