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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 게으름과 딴짓을 다스리는 의지력의 모든 것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6월
평점 :
처음에는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심리학 강의'라는 책 소개 때문에 저자가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의 강사에 불과한 분이더군요. 하지만 대학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것을 보면 저자의 강의가 대단하긴 했었나 보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 보니 충분히 인기를 끌었을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더군요. 심리학과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의지력과 관련된 주제들을 다루어 나가는데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의지력 향상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고, 유혹에 굴복하게 되는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의지력이 제한된 자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느 한 가지를 절제하기 위해 의지력을 소진하면 다른 데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적절한 의지력의 배분과 의지력 강화를 위한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또 제 자신이 어떤 때에 유혹에 취약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파민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파민이 쾌락을 느끼게 해 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쾌락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실제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뇌의 영역과 도파민을 분비한는 뇌의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보상에 대한 기대감에서 쾌락을 얻기 보다는 실제적인 보상에서 얻게 되는 쾌락에 집중할 때 불필요한 중독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파민이 없어지면 모든 욕망이 사라지는 반면에 희망도, 삶의 의지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도파민을 중독을 유발하는 백해무익한 호르몬이라고 생각해 왔던 이전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죄책감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죄책감은 좌절을 불러 일으키고, 자기절제를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는 반면, 자기용서는 자기절제에 대한 재도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죄책감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죄책감은 실패하기 이전까지만 쓸모가 있고(억제적인 측면에서), 실패 이후에는 자기용서가 더 쓸모 있다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실패 이후에 죄책감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죄책감을 경험한 이후에 어떻게 해서든 그 죄책감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것이 자기용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수치심보다는 자부심이 의지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에 근거하여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할 때 의지력이 더 강하게 발휘된다는 것인데,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자기의 새로운 신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그 감정을 관찰하고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그러한 감정으로 인한 악영향에서 벗어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이 말을 책의 서두에서는 '자기인식력을 길러야 자기절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서 지금 어떤 감정이 힘을 얻어 날뛰고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항상 만나게 되는 주장이지만 실천이 그리 쉽지는 않은 방법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만큼은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한 명상이나 느린 호흡법 역시 이런 종류의 책에서 항상 언급되는 훈련 방법들인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필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새로운 방법론보다는 학문적인 면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실천보다는 이해에 더 기울어 있는 책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얻게 될 지식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자기를 다스리는 데에 필요한 심리학적인 지식과 생리학적인 지식의 기반을 닦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