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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피크 2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평점 :
저자분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웹툰으로 보다가 책으로 보게 된 소감에 관한 이야기는 1권 리뷰에서 언급한 바 있기에 2권에 대한 소감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2권은 주인공인 류연성과 그 동기 4명이 산악 구조대원으로 차출되어 구조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4일째의 훈련으로 시작해서, 한 달간의 구조 훈련을 마무리 짓게 되는 김주한 선배와의 마지막 훈련을 거쳐, 오직 그들만의 힘으로 인명 구조에 나서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난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보니 1권보다는 좀 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2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첫 번째 구조 활동은 북한산에 산악훈련을 받으러 왔다가 사고를 당한 육군 이등병을 구조한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선배들로부터 말로는 전해 들었지만 한 번도 지나가 본적이 없는 개구멍길을 지나 사고자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하다가, 사고자가 20미터가 넘는 추락 거리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에서 그 긴장감은 최고점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사고자가 머리를 크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이름을 묻는 주인공의 질문에 사고자가 '이병 박두용'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울컥해지면서 커다란 감동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2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두 번째 구조 활동은 주인공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심장마비로 사망해 버린 사고자를 혼자서 업고 산 밑으로 내려가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사고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구조 활동이라 하기는 무엇하지만, 그러나 유족들에게 시신을 전달해야 하는 일도 그들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주인공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원망하는 유족들과 그로 인해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홍상수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에피소드가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주인공의 심적 고통이 더 현실감있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2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세 번째 구조 활동은 주인공이 이경에서 일경으로 진급한 바로 다음날 벌어졌던 사건으로서 살해 의도를 가진 친구에 의해 바위에서 떠밀려 떨어진 사고자를 구출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의 진급 당일에도 사건이 한 건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사고자를 향해 다시는 이 산에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를 죽이려 했던 범인은 친구가 당연히 죽었을 줄 알고 사고 신고를 했지만, 다행히도 바위에서 떨어진 사고자는 죽음을 면할 수 있었고, 친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범인은 커다란 돌을 떨어뜨려 사고자를 죽이려 합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더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될 듯 합니다.)
제가 이렇게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거침없이 소개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만화의 내용을 아무리 글로 자세하게 설명해 놓는다고 해도 작가가 그려낸 그림을 직접 보지 않는 이상은 이 작품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명을 구조하는 사건을 그려내고 있는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 사고자가 구조될 때에 느껴지는 감동과 희열의 크기가 대단합니다.
마흔이 넘은 제가 제 또래의 어른들에게 권해 주어도 전혀 부끄럽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나중에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드라마와 영화가 원작의 수준의 따라오지 못할까 싶어 심히 염려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