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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 2012년 6월
평점 :
수 년 동안 전립선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고생하던 저자가 그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기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았고, 어떤 처방을 받았으며, 어떤 수술을 권유받았는지, 또한 그 중에서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를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느꼈던 복잡한 심경들을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문학작품의 내용, 그리고 다양한 작가들의 투병 기록과 연결지어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대단하다 느껴졌던 그러한 묘사들이 책장이 넘어가면서 점점 지겨워 지더군요. 잘 들어 보지도 못했던 작가들과 그들이 남긴 글에 대해 계속해서 나열하는 것을 보다 보니 지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지겨움 가운데에서도 작가가 경험했던 통증의 깊이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병원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치료 과정 중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은 진통제 뿐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반의 두통'이라는 책을 통해. 그리고 그 이전에 인도에서 받았던 민간 치료에 대한 기억을 통해 상당한 호전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참여한 명상 훈련 피정에서 통증을 해소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통증 없이 잘 지내오면서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저자가 명상을 통해 통증의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그저 코 끝에 느껴지는 호흡의 흐름에 집중하면서, 또한 자신의 통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가운데 통증이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명상에 관한 책이라면 하나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전혀 새로운 것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명상 방법이나 효과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저자의 경험담과 심경의 흐름이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자의 고통은 신체적인 질병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나친 심리적 긴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러한 과도한 긴장 가운데 살아야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어쩌면 목사였던 아버지로부터 신앙을 강요당하면서 지내온 삶의 궤적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목사인 저로서는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이 사람의 정신을 자유케 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병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또 한편으로 명상과 같은 것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기독교 내에도 호흡 기도와 같이 명상과 유사한 훈련이 있지만, 정통 기독교에 의해 이교적이라 의심받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명상이라는 것 역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반 은총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요가 역시 힌두교의 수련법이지만, 운동권 활동을 하다 안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아 완전히 망가졌던 몸을 요가로 깨끗하게 고쳤다는 분도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분 역시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보면, 방향성이 문제이지 도구가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마음과 몸이 병들도록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괴롭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그러한 억압 가운데에서도 마음의 자유와 평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자아를 잘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책이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다스러운 저자의 묘사에도 불구하고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와 같이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원인을 찾아내기 어려운 통증과 질병에 시달리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동병상련의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상이라는 쓸만한 치료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이라면 명상보다는 호흡기도라는 영성훈련을 배워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