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스웨덴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나다
최연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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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웨덴의 복지 제도에 대해 관심은 많았지만, 세금을 굉장히 많이 거둔다는 것과 다양한 복지제도로 인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것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25년 가까이 살아온 분이 스웨덴의 복지제도에 대해 쓴 책이라는 소개 때문에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소개를 보니 외대 스웨덴어학과를 나와서 외대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에 스웨덴에 건너가서 박사 과정을 밟으신 분이더군요. 게다가 스웨덴에서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온 분이라 하니 책에 대한 신뢰감이 더 커졌습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잠시 동안 스웨덴에 가서 살펴보고 돌아 온 사람들이 떠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국을 만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책을 읽는 동안 부족함 없이 충족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스웨덴에 대해 가져왔던 잘못된 생각들이 많이 수정되었습니다. 우선 스웨덴은 오래 전부터 잘 사는 나라였을 것이라 생각해 왔던 것이 틀린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웨덴도 과거에는 굉장히 살기 힘든 나라였더군요. 그래서 인구 1/3이 이민을 떠났을 정도로 힘겨운 시기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스웨덴은 복지 제도 운영에 있어서 별 다른 위기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 왔던 것도 틀린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의 복지 제도 운영도 위기에 봉착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것을 잘 해결함으로써 2088년에 몰아닥친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서, 스웨덴의 복지제도가 충분히 검증되고 개선된 제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가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모델 삼아 나아가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척이나 중요한 선결 과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의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 국민들은 자국의 정치를, 그리고 정치인들을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정치인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처럼 정권 획득에만 눈이 멀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스웨덴의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들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할 정도로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보좌관도 없기 때문에 직접 모든 법안을 연구해서 발의해야 하며, 따라서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지 않으면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임기후 이직율이 30%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단한 특권도 없지만, 국가의 법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했던 스웨덴의 정치인 가운데 타게 에를란데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45세의 나이로 총리에 올라 68세로 퇴임하기까지 23년 동안 재임하면서 스웨덴 복지의 상징인 '국민의 집'을 완성한 분이라고 합니다. 그가 총리에 오를 때만 해도 스웨덴의 복지와 경제수준은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훨씬 모자란 수준이었다 하더군요. 그런데 1969년 하야할 때 이르러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이자 분배체계가 잘 구축된 사회로 탈바꿈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분이 재임하고 있는 동안 작업장에서 파업이 완전히 사라졌고, 전국민 의료보험, 4주 휴가제, 전국민 연급지급, 9년 무상교육, 100만호 주택건설을 추진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이 분이 총리직을 내려놓았을 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살 수 있는 집 한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23년 동안 한 국가의 총리로 지냈던 노정객부부가 집 한 채 없는 청렴한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스웨덴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소속 정당에서 청년 당원 연수원 부지에 별장을 지어 말년을 보내시도록 해 드렸다고 하더군요. 그분이 총리가 된 날 밤 잠 못 이루며 적은 메모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총리가 될 만한 제목이 못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젊은 나를 지지해 준 동지, 그리고 나를 후원해 주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감동, 또 감동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에 스웨덴의 복지제도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는데 순순히 따를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따라서 우리나라가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가 되려면 먼저 타게 에를란데르처럼 국민들이 존경할 만한 분이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해 대선의 결과에 따라 그러한 초석이 빠른 시일 내에 놓여지게 될 것이냐, 아니면 5년 뒤로 미루어질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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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바꾸는 성격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3부작 『당신의 성격』을 재구성한 자녀양육 지침서
김현수 지음 / 블루앤트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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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소 성격 유형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이 그렇게 깊지는 않았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질에 대해 공부할 때 기질은 평생 바뀌지 않는다는 주장을 자주 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들어 본 바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질이 평생 바뀌지 않는 이유는 바로 뇌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의 칼 슈왈츠 교수는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에게 낯선 사람과 낯익은 사람의 얼굴을 예고 없이 보여주고 각각의 상황에서 그들의 편도체를 관찰한 결과 내향적인 사람들의 편도체가 외향적인 사람들의 편도체보다 훨씬 많이 활성화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원래는 내향적이었지만 성장하면서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편도체의 반응은 여전히 그들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은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은 변한 것이 아니라 억누르거나 극복한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타고난 기질, 또는 타고난 성격에 맞추어 자녀를 양육해야 자녀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텍사스 대학 심리학과 샘 고슬링 교수가 고안해 낸 스누핑이라는 방법을 통해 사람들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개방적인지 보수적인자, 고지식한지 융통적인지, 나르시시스트인지 만인의 연인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예전에 제목만 보아 두었던 '스눕'이라는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참에 알게 되었고,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기질과 성격에 대해 정의해 놓은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기질은 선천적으로 지니게 된 인간의 행동 양식으로써 태어나면서부터 발견되는 특성을 말한다.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행동 양식을 아이들에게는 '기질'이라고 표현하고, 어른들에게는 '성격'이라고 표현한다. '타고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질이 자라면서 각기 주어진 환경과 경험 등의 요소와 결합하여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방식 두 가지를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키어시가 구분한 기질이론이었고, 두 번째는 MBTI 성격이론이었습니다. MBTI야 워낙에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데이비드 키어시의 기질이론은 처음 접해 본 것이라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그는 기질을 보호자형, 예술가형, 이상가형, 합리론자형,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이전의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보호자형은 점액질, 예술가형은 담즙질, 이상가형은 다혈질, 합리론자형은 우울질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조금 더 공부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내향형 중에 뛰어난 영재들이 많다는 것과, ADHD 성향의 아이들에게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ADHD 성향의 아이들에 대해 사냥꾼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 다른 행동 타입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산만하지만,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가 생기면 거기에 무섭게 몰입하는 능력이 그들에게 있다는 지적 또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헌터 스쿨(미국 뉴햄프셔)이라는 기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저자가 "왜 여기에서 ADHD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ADHD 자체를 기질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것을 외향적인 기질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들의 특이한 행동 타입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ADHD 성향의 아이들 중에도 외향형이 있고, 내향형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저로서는 지금까지 ADHD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대체로 활동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100% 외향형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내향형의 영재들에 대해 언급한 직후에 ADHD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영재성과 에디슨 유전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저자가 혹시 ADHD 성향을 내향형 기질을 가진 아이들의 특이한 행동 발현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을 잘 파악해서 그들의 장점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하였습니다. 책 말미에 소개해 준 다양한 관련 도서들의 목록도 마음에 들었는데, 꼭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도서가 몇 권 있었습니다. 성격 연구에 관한 아주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깊이 살펴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 주는 입문서로서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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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시대, 광기를 만나다 - 한국 사회와 교회에 돌직구를 던진 <나는 꼼수다> 심층 분석
최규창 지음 / 강같은평화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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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저명한 신학자도 아니고 잘 알려져 있는 작가도 아니었지만, 한국 기독교 지성의 산실이라 일컬어지는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훈련받았고,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는 사실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저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모든 해석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보여 준 통찰력과 인문학적 깊이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저자는 마가복음 5:1-20에 기록되어 있는 거라사의 광인에 관한 해석으로부터 자신의 논리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거라사의 광인이 그 마을 사람들에게 희생양과 같은 존재였다고 주장합니다. 헤롯과 로마로부터 받고 있는 억압에 대한 분노를 그 광인을 통해 대신 분출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기들 같은 정상인이 로마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욕을 하면 큰 일을 당하지만, 그 광인이 그런 일을 하면 아무런 해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모습을 보는 자기들은 대리만족(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사역으로 그 광인이 광기에서 벗어나자 마을 사람들이 당황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자신들의 분노를 해결할 통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해석은 이후에 전개되는 나꼼수에 대한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있어서 저자가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광인이 어떻게 해서 광인이 되었을까에 대한 설명입니다. 폭력과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은 그 폭력과 억압에 대한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분노를 또 다른 폭력과 억압으로 바꾸어 희생양에게 고통을 줍니다. 그 광인이 미쳐 버렸던 것은 아마도 마을 사람들의 폭력과 억압을 견디지 못해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귀신은 분노를 틈 타 사람에게 깃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 광인을 정상으로 만드셨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당황했던 이유는 그 광인을 만든 것이 자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광인이 정상으로 돌아온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요? 광인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가면 나꼼수를 광인에 빗대는 것이 조금 어색해 집니다. 그래서 저자가 이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거라사 광인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어서 굶어 죽지 않게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어 보입니다. 광인이라도 배가 고프면 뭐라도 잡아 먹거나 훔쳐 먹었을 것이고,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오면 구걸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폭력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분출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옳은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꼼수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나꼼수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 과연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비폭력적 저항의 범주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들도 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나꼼수가 구사하는 욕설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나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 말씀하셨던 것도 당시로서는 굉장한 욕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저자의 주장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나꼼수가 정치권의 꼼수와 비리를 세상에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일들은 원래는 교회가 감당했어야 할 일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나꼼수가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꼼수가 지금까지 감당해 온 역할은 '세례 요한'의 사역에 빗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자기 동생의 아내를 빼앗아 자기 아내로 삼았던 헤롯을 비판했던 세례 요한의 모습과 나꼼수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유사성에 대해 별로 강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자가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 교회는 사회 비판의 기능을 상실해 버렸고, 오히려 폭력과 억압의 당사자들과 같은 편에 서 있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꼼수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거라사의 광인을 품어 주었던 예수님의 모습으로 나꼼수를 품어 주고, 그들이 광기를 버리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폭력과 억압의 구조를 해소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폭력과 억압에 대해 비폭력으로 맞서야 할 필요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비폭력 저항의 효율성을 드러내 주고 있는 역사적 통계를 보면서 비폭력 저항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나꼼수에 대한 기독교계의 비판적인 시각만을 접하다가 나꼼수의 긍정적인 역할을 칭찬하는 시각을 접하고 보니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을 뿐 아니라, 저자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저자의 지적과 같이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의 폭력과 억압을 해소하고, 더불어 그로 인해 일어난 분노와 광기를 잠재워 정상적인 사회로 거듭나게 하는데 있어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을 감당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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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의 내적치유 기적
찰스 크래프트 지음, 이윤호 옮김 / 베다니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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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 보면 예수님 당시만 해도 마을마다 귀신들린 사람들이 발에 채일 정도였던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귀신들린 사람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그 동안 무조건 귀신들린 것으로 생각해 왔던 정신질환자들을 육체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 중에는 확실히 귀신에 들린 사람들이 있으며,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귀신들의 역사, 또는 영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신론자들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중에도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귀신들린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저는 귀신들린 사람을 직접 만났었고, 또한 그가 귀신에 들렸다는 사실을 확인했었습니다. 서울의 어느 한 교회에서 사역할 때, 날마다 찾아와 동전 하나(10원이었는지 100원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를 달라고 하던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같이 사역하던 여전도사님께 한 번 확인해 보자고 하였습니다. 동전을 줄 테니 우리가 펴 준 복음서의 본문을 읽어보라고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성경을 읽기는 읽는데, '예수'라는 이름만 빼 놓고 읽더군요. 귀신들린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제 동기 중에 군목으로 사역했던 친구는 군대에서 귀신들린 사병을 축사했던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사병은 완전히 미쳐 버렸는 데다가 내무반에 있을 때 누워 있던 그대로 공중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더군요. 한 번 축사해서 정상이 되었는데, 다시 예전의 증상을 보이는 바람에 의가사 제대를 시키고 말았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뜨이지 않고,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귀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귀신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그들은 사람들의 삶을 심각하게 파괴합니다. 그래서 기독교 사역자들은 그런 귀신들을 분별해 내고 쫓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찰스 크래프트 박사는 축사 사역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귀신들렸다고 생각할 만한 중증 환자들 뿐만 아니라,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귀신들의 영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분별해서 치유하고 축사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에 수십 년을 헌신해 왔습니다. 그래서 축사에 관한 한 저자보다 뛰어난 사역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 책의 초반부에서 일반 상담가(기독교 상담가들을 포함해서)들의 한계와 무능을 지적하면서 내적 치유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일반 상담가들이 문제를 분석하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막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상담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영적인 문제가 함께 공존하는데, 그저 인간에 불과한 일반 상담가들은 결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성령님의 능력을 힘입어 영적인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때에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 해결에는 단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자와 같이 충분히 훈련되고 사역의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누구라도 훈련을 통해 그와 같이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역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두 시간의 내적 치유 과정은 이전에 출간된 저자의 저서들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역자인 이윤호 박사의 책에 소개된 치유 과정 역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치유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역자가 저자의 제자인 까닭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저술된 책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보았던 내용들보다 조금 더 정리된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기억 치유의 과정은 어쩌면 최면 치료를 변형한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귀신더러 자신을 드러내라고 명령할 때에 그들이 순순히 정체를 드러낼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또 귀신이 숨어 있는 것 같아 정체를 드러내라 했는데 막상 귀신이 없거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얼마나 창피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귀신들린 사람들은 여러 차례 보았어도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방식의 축사를 통해  쫓아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러한 내용이 실제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역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앞으로 귀신들린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내가 어떻게 사역해야 할 지에 대해 확실한 이론적 기반을 갖게 된 것만큼은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이론과 실제가 다른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론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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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길 룰라
리차드 본 지음, 박원복 옮김 / 글로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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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라질이라는 나라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었고 거의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축구와 삼바 축제, 커피 등으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 밖에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 중에 다른 나라들은 모두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시작된 나라인데 반해, 브라질만이 포루투갈의 식민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구아수 폭포가 그 나라에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이 포루투갈의 식민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미션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 그러고 보니 그 영화에 나온 폭포가 이구아수 폭포였더군요. 게다가 과라니족을 몰살시킨 군대도 포루투갈 군대였구요. 미션의 배경이 브라질의 국경지대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분명하게 알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우리나라와 같이 군부독재로 인해 신음하던 나라였다는 사실은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오는 가운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룰라라는 인물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왠지 촌티가 나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가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지식채널e에 소개된 룰라 대통령에 관한 내용을 보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에 관한 다른 책을 찾아보기 전에 이 책이 눈에 뜨인 관계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전형적인 전기, 또는 평전의 방식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룰라 대통령의 출생으로부터 시작해서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하고 재선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표지를 보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4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라 다섯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겠다 싶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홉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룰라 대통령과 관련된 거의 모든 내용을 정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룰라 대통령의 가족사와 개인사, 그리고 노조 활동과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브라질의 역사 및 국내 정치 상황과 국제적인 역학 관계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저자의 브라질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식견이 부족함 없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에서는 지식채널e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룰라 대통령의 측근들이 저지른 부패 스캔들에 대한 내용까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과 관련된 스캔들도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경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려고 했던 그의 마음 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고, 브라질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 부지런함 만큼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룰라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세 번이나 대선에 실패했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었는데, 차라리 그것이 그에게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한 정치적인 기량을 더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국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좀 더 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룰라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여러 대통령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우리나라의 여러 대통령들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장점들이 룰라 대톨령 한 사람에게 다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다른 정당과 연합해서 일할 줄 아는 유연성, 브라질에 굶는 사람이 절대 없게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추진력이 굉장히 돋보였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현재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정말 "국민들을 위해 이런 일 만큼은 반드시 해 내겠다"라는 분명한 목표와 신념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으며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재선 이후의 행보가 이 책의 내용 중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이 쓰여진 것이 2008년인데 반해, 두 번째 임기가 끝난 것이 2010년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지만, 이미 그 임기가 모두 끝난 지금 첫 번째 임기만을 다루고 있는 책을 굳이 번역해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임기를 다룬 후속작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책은 반쪽 짜리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후속작이 반드시 나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퇴임 시에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지지율이 재선 당시의 지지율보다 훨씬 더 높았던 것을 보면 그가 두 번째 임기에 이루어낸 업적이 첫 번째 임기에 이루었던 업적보다 훨씬 대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룰라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에 브라질에서 과연 얼마나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저자의 입을 통해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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