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고, 추운 아침이지만 운동을 잠시 미루고 서점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나서 서점이 여는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맡게 되는 책냄새, 그리고 가운데로 깊이 들어오면 카페에서 한창 brew중인 커피냄새, 잔잔한 엠비언스까지 모든 것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더 그리운 것이겠지만.  쿠폰의 유혹을 뿌리치고 건강하게 brew커피를 하나 사들고 바스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침을 즐기고 있다.  여전히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끔찍한 지역의 집값상승, 거기에 부자감세안을 온갖 딜과 협잡으로 결국은 통과시킨 공화당 양원까지 거의 매시간 우울한 뉴스가 쏟아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마치 한국의 지난 9년간을 합쳐놓은 것 같다.  그저 살아남고 버티는 것이 지금의 답이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활로를 찾아야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나름 부푼 가슴으로 노부나가처럼 굵직한 삶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만큼 살고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노부나가보다는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더 닮은 것 같다. 매일매일에 걱정하고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하고, 하지만, 가끔씩 오는 성취를 발판으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고, 그렇게 천천히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도 같다'던 그의 말을 종종 곱씹어보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내부를 다지고 맘을 굳세게 갖고 다가올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기회라는 것이 포착되는데, 이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 것을 또다시 속절없이 놓치게 마련이다.  


이만큼 일을 하다보니, 초기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슬슬 나도 나를 위해 일해줄 사람들을 찾아 조직을 갖추고 싶다는 것. 일단 매년 쌓이는 관리업무도 힘에 부치고, 사람마다 할 수 있는 업무량의 한계라는 것, 더 나아가서 어떤 달란트라는 것이 있어서 둘은 하나보다 낫고 넷은 둘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내년 중반이후엔 사무실의 위치를 넓히는 것과 사람을 찾는 것, 그 두가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화두다.  
















근의 독서는 확실히 머리가 편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주로 읽는 것이 SF나 추리소설, 활극 같은 것들이고 집중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분한 책들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덕분에 즐겁게 읽던 '나폴레옹 2', '프랑스 대혁명 1', '살라미스 해전' 같은 건 아예 손에 들지 않게 된다. 가끔 서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2012년의 마음을 떠올려 보려고 당시 거의 전작을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조차 내 마음을 끌지 못하는 건, 어떤 낭만 같은 것이 내 마음에서 조금씩 사라져가는 징조같아 맘이 좋이 않다.  모두 좋은 책이고 즐겁게 읽었지만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신기생체'에서는 러브크래프트의 흔적 외에도 후대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듯한 모티브를 발견했고, '트리피드의 날'은 제대로 된 원작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컴퓨터 커낵션'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지만 난해했으며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이야기들로 많은 생각할 것들을 주었다. 사는 것도 SF같을 수 있을까?


'부부만담'은, 드물지는 않지만, 아주 자주 있는 것도 아닌 내 구매의 실패로 봐야하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은 잔잔하고 가슴 설레던 이야기의 결말답게 마친 것 같다.  소박한 장면장면이 좋아서 만화책을 살까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워낙 책이 빨리 절판되거나 품절되는 한국의 특성상 그 결정은 빠를수록 좋겠다.








커피가 딱 알맞게 식었다. 뜨끈하면서도 뜨겁지 않아서 수월하게 입과 혀에 닿고 목넘김도 좋다.  집에서 내려서 틴컵에 들고오면 그만큼 절약이 되고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김생민'식의 재무관리는 내가 지향하는 삶은 아니다. '절실하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주변에서 이런 분들을 보면 은근 민폐형 같기 때문이다.  보면서 예전에 읽은 어느 방송작가의 돈모으기 책도 떠오르는데, 자신이 악바리처럼 살고 악착같이 일해서 돈을 모으는 과정의 collateral damage는 결국 지인들이 떠맡게 마련이란 생각이 드는 일화가 많았다.  김생민은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절약과 민폐의 경계가 좀 모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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