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게 얘기해왔지만, '돈을 빼앗아야 한다'.  정치나 법적인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고, 대다수의 그들은 어차피 감방에 가야 몇 년 살지 않고 나올 것이고 이런 저런 딜을 통해 일부는 정계로 복귀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자들도 여기 저기에 연줄을 대고 고연봉 사외이사나 강사로 취직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며, 부정하게 얻은 막대한 액수의 재물은 그 사이 이자에 꼬리를 치고 이미 갑부인 이들이 사회상류층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진경준 검사의 뇌물죄 판결을 보면 알겠지만, 이자들이 모두 한통속인지라, 쉽지가 않다.  친구라서 대가성이 없다는 건 판사의 법리가 또라이 수준이거나 그가 나쁜 판사라는 것을 그야말로 백주대낮처럼 환히 드러낸 하나의 예라고 보겠다.  결국 일부의 정치세력 뿐 아니라 국가의 적은 사회 곳곳에 있는데, 나라 전체의 시민의식이 보다 더 발전하지 못한다면 이런 짓을 통한 치부와 거들먹거림은 누가 해도 해먹는 자리에 가면 그대로 반복-재생-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난 한국이라는 나라, 시민 개개인은 매우 훌륭하지만, 전체로 볼 때 그렇게 볼 수만은 없는 나라에 대해 큰 희망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좋은 제도와 사람이 함께 가야하는데, 한국의 제도는 구멍 투성이고, 폭력을 수반한 무한경쟁이 여전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습되는 곳에서, 이런 발전은, 적이도 미시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12월을 너머 내년 또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 여기는 이유다.  미국도, 한국도, 아니 적어도 서구사회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전 세계적으로 긴 평화의 시기가 끝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 싸우지만 않더라도 인류는 벌써 우주로 진출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전쟁에 엄청난 자원과 재화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미국이 달에 간 것이 40년이나 지난 이야기라는 걸 보면, 이후 우주정거장을 궤도에 올린 정도, 인공위성의 숫자가 늘어나고 태양계 탐사선이 조금 늘어난 정도에서 인류의 우주탐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소설에서 다뤄지는 세상을 조금은 부럽게 느낀 이유다.  


최근에 읽은 SF에서 가장 흥미있게 본 소설이다.  일단 고전에서 다뤄지는 것보다 훨씬 tech가 update되어 있고, 구성이나 전개도 너무 허무맹랑하지는 않은, 그럴 듯한 이야기, 거기에 파토 원종우씨가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그의 '태양계 연대기'에서 다뤄진 고대 태양계에 존재했다던 고도로 발전한 다른 행성의 문명의 자취를 찾아가는 등, 요즘의 독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내용인 점도 맘에 들었다.  아주 약간이지만, 지구에 그 흔적과 전승만 조금 남아있는 초고대문명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고, 여러 가지로 괜찮은 책이다.  


드디어 읽었다. 일단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저자는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것.  열혈독자에서 작가나 저자로 만들어진 분들의 책을 꽤 읽어봤다고 생각하는데, 이분의 책은 기승전결이 상당히 세련되고 정돈된 느낌, 그러니까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넘어서 전문적인 교육과 연마를 받았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책 중간중간에 나오지만,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 선생님을 찾아 글을 배웠고, 다년간의 연마를 거쳤고, 실제로 professional하게 사용된 글을 써왔다는 것이다.  솔직히 책을 읽고나서 시간이 조금 흐른 탓에 각각의 글에 대한 생각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언제나처럼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나 책에 대한 소개를 받았고, 내 관심의 지평은 조금 더 넓어졌으니 이 책을 읽은 시간과 지불한 비용에 대한 return은 확실했다고 본다. 여기에 이런 저런 계기로 저자가 만난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bonus였는데, 글이 나오던 당시의 박범신 작가와 성추행 사건이 터진 이후의 동일한 사람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궁금하다.  열정적인 책읽기와 글쓰기가 계속 이어지는 저자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 완전히 정착된 글쓰기의 career는 아닌 듯 하여,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10월인가 11월 중에 모두 마칠 예정이었던 소세키 소설전집은 이제 10권까지를 겨우 읽은 상태.  그나마 두어권은 스토리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생각으로는 다시 읽어보려고 하니, 진도가 무척 느린 것 같다.  

소세키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의 prototype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대학교를 졸업하고 (1)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a) 집에 재산이 조금 있어 놀고먹으면서 -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 유유자적하거나 살짝은 초조해하는 경우, 혹은 (b)집에 재산이 없어서 남의 집에 서생으로 들어가는 경우, (2) 일찌감치 결혼과 취직을 이루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경우, (3) 뭐하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를 바쁘게 다니는 유형.  (1)의 경우 세상에 꽤 냉소적이고, 소위 진짜 필요한 일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고 그리 쓸모가 없고, (2)는 자조하는 유형, (3)은 다분히 사기꾼 기질이 있는 유형으로 그려지는 듯.  여기에 여자는 이미 결혼했거나 결혼을 앞뒀거나 결혼을 해야하는 정도 - 캐릭터의 depth가 부족한데, 배운 여자로 묘사되는 경우도 속을 알고 보면 그 배움과 집안의 재산으로 고작 남자의 등급을 재는 정도라서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면도 있고, 소세키가 은근히 신여성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주인공 케이타로의 일상을 통해서 이런 것들이 보여지는데, 딱 놀고먹는 정도의 삶인데, 실상 취직은 해야하니까,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연줄을 당겨보기도 하고, 이상한 일을 하기도 한다.  다른 주변인물은 - 만주인가 어디로 사라진 친구도 있고, 케이타로 집의 서생출신으로 하녀와 결혼해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대략 위에 적은 부류로 나눠진다.  시대적으로는 역시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는 별로 없고, 비교적 체제가 안정이 된 탓에 학사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그러나 주변의 기대는 여전히 엄청난 그런 상태에 갖힌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넘치는 모습이다.  다만 앞서의 두 작품과는 달리 여기서는 애사보다는 이런 소소한 모습을 묘사하는 것에 더 치중한 것 같다.  다름 작품은 시작했는데,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할 때, 우주, 심해, 그리고 인간의 뇌, 이렇게 세 영역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다해도 여전히 상당 부분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정신병과 심리적인 문제 혹은 마음의 병을 적절히 버무린 듯한, 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이상한 증상들의 사례를 모아놓은 책인데, 내가 읽은 무려 올리버 색스 교수/박사의 첫 번째 책이 되겠다.  과학기술분야의 문외한인 내가 알고 이 책을 구했을리는 없고, 역시 빨간책방에서 듣고, 마침 그 즈음에서 의연한 죽음을 맞는 색스교수/박사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는 등, 여러 모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2-3권 정도를 구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책더미 어디엔가 들어가 있기에 눈에 띄는 날 다른 책도 마저 읽게 될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나도 이런 증상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나는 아직 건강하니 다행이다 같은 쓸데없은 생각을 많이 했다.  otherwise 멀쩡하던, 혹은 멀쩡한 사람이 시각이나 청각, 인지능력, 착각 등 뇌신경계의 작은 어느 부분을 살짝 뒤틀어놓은 듯한 이유로 특정한 부분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늘 내가 하는 일은 PC, 프린터, 인터넷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머릿속에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고, 바뀌는 부분이나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는 것들만 추가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된다.  그런데, 그 머리가 이상해진다면, 직원을 100명 고용하고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도 전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다.  역시 술은 일주일에 한번, 매일 운동, 조금 더 운동, 일, 음식조절, 여기에 명상이나 무술 등을 더해서 건강하게 늙어가야겠다. 


독립책방이 유행(?)처럼 - 어떤 비꼼의 의미나 의도 없이 - 많이 생겨난 한 해였던 것 같다.  정확하게는 2014-2016의 현상으로 보이는데, 우선 이에 관련된 책을 이번 해, 그것도 최근 몇 개월간 여러 권을 읽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계속 출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워크룸 프레스 스타일의 작고 소박한 책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었고, 프루스트의 서재라는 제목도 좋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프루스트가 즐겨 읽은 책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서점의 이름이었다는 것이 살짝의 반전.  저자는 서점을 하면서 다른 것보다 여러 면에서 힐링을 받았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서점, 그것도 헌책방, 그것도 동네의 아주 작은 공간에서의 책장사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특별한 문화공간도 아니고, 유명세를 탄 저자도 아니고, 한달 장사를 꼬박해서 rent를 내면 별로 남는 것이 없어보이는 저자의 생활은, 삶은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난 속물인가?  이 나이에 현실을 무시한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의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부러우면서도 절대로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것이 책방을 여는 꿈인데...그나마 돌아가는 독립책방의 대다수는 주인장의 본업이 따로 있고, 이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서점은 그저 돌아가는 수준의 매출이면 다행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2015년의 일기를 모아놓은 책인데, website에 들어가보니 2016년에는 글이 별로 없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요즘 소개되는 독립책방들과는 달리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꽤 자리가 잡힌 곳이다.  쥔장인 윤성근씨는 벌써 5-6권의 책을 썼고, 이쪽에서는 꽤 알려진 중견급 몹으로 성장한 듯.  예전에 첫 책을 읽을 때 여러가지 어려움과 서러움을 토로하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젠 모 독서전문가-비평가 정도의 글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와 내공이 생겼을 것 같다.  특이한 이력에서 더 특이한 책방경영의 세계로 들어온 사람인데, 이번의 책은 그 나름대로의 책읽기 방법론을 소개한다.

잔잔한 글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밤에 쓰인 글이라고 확신할만큼 늦은 밤, 정확히는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의 냄새가 풍기는 것이 가장 맘에 드는 점이다.  그가 설파하는 독서론, 특히 속독방법은 크게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독서방법은 추천되는 여러 방식에서 자신만의 '류'를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나만해도 특별히 어떤 독서방법이나 내세울만한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고, 그냥 이제는 가물가물한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책이 주변에 있었다는 것, 무조건 읽어왔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다.  방법도 좋고 무엇도 좋지만, 결론적으로 일단 무조건 마구 읽으라는 것이다.  자기가 재미를 느끼는 책을 위주로 읽다보면 언젠가는 문학으로 고전으로 역사로 다 이어지게 된다.  


역시 또 늦고 말았다.  2017년에는 조금 더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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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4 18: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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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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