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서구의 종교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믿음의 영역에 있어 세상의 상당 부분은 이미 일신교의에 기반한 '신'이 갖고 있다.  유대-그리스도교의 전통이래 가톨릭과 수 많은 개신교파의 한 세력, 이슬람교파의 한 세력, 그리고 불교 (정확히는 다신교의 전통에서 왔고, 지역에 따른 토착화, 그리고 특정 존재의 신성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수행과 정진을 통한 해탈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로 크게 나뉘고, 남은 부분은 힌두교나 시크교를 비롯한, 이제는 거의 흔적만 남아있는 경우가 더 많은 토착종교가 차지하고 있는 정도.

  

그런데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초기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로 채택된 시기를 전후로 해도 서구 다신교의 전통이 살아있었고, 로마제국이 멸망하고도 한참은 다양한 유럽부족들의 토착신앙에서도 다신교의를 볼 수 있었다.  일단 범위를 좁혀서, 올림푸스의 12주신으로 대표되는 그리스-로마의 다신교를 보면, (북방유럽도 그런 면이 있지만) 거개가 자연현상을 대변하는 듯하고, 일신교의에서 보여주는 '신'보다는 훨씬 더 낮고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즉 신은 정말로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조금 낭만적으로 바라보면 이런 다신교 시절의 '신'은 늘 우리 옆에서 사람과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인간의 지식과 지혜가 늘어나고 문명이 일어남에 따라 함께 더욱 정교해지고 문명화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신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신을 shape해간 것.  


어두운 밤거리를 배회하면서 여자들의 '적'이 된 '남자'를 사냥하는 여자가 있다.  키 185 cm, 매우 well built된 몸매의 이 여자가 지금 사용하는 alias는 Selene Disilva.  그 전에 사용했던 이름들도 모두 같은 의미로써, 같은 존재를 나타낸다.  그녀의 이름은 Artemis.  올림푸스 12주신들 중 하나로써, 일신교의 도래와 함께 시작된 다신교 신들의 디아스포라 이후 그렇게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왔던 것.  아주 rare하긴 하지만, 아직도 가끔 그녀를 찾는 - 정확히는 그녀의 보호가 지향하는 것을 원하는 - 존재들 덕분에 나날이 약해지는 신성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이미 현대문명이 밀어낸, 그래서 스러져가는 신들 - 크레타섬의 동굴에서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는 제우스, 아프리카 어디에선가 온종일 화덕만 쳐다보고 있는 헤카베 등 - 처럼 언젠가는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그들이 온 카오스로 돌아가야 한다.  


센트럴 파크에서 젊고 매력적인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녀는 일종의 종교적인 제의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은 신들의 황혼을 reverse하려는 비밀스러운 고대 제전을 준비하는 신비스러운 인물이 주도하고 있다.  


용의자들은 흩어진 신들 중 하나일 것인데, 디오니소스나 헤르메스 같은 현대 문명의 이기와 쾌락으로 그 '숭배'가 이어지고 있는 신들이나 rock star가 되어있는 아폴로 신, 지구 어딘선가 전쟁과 전투속에서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는 아레스 신, 혹은 또다른 존재가 원하는 건 신들의 부활인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리는 비교적 평범한 판타지와 추리의 결합이지만, concept이 신선했다고 생각된다.  신-자연현상이라는 흔한 관계보다는 좀더 철학적으로 발전한 신-사람-신의 never-ending순환고리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가 있었다.  신은 사람을 만들었고, 사람은 신을 shape해나가는 것, 신의 기억도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일부에 의해 영향을 받고 기억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에서 좀더 인본주의에 기반한 - 일신교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 이론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예전부터 흥미로운 토론의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civilize되어가면서, 신들의 모습도 맨발로 야생을 뛰어다니면서 날고기를 먹던 야성 가득한 그것에서 아고라의 학자들이나 스파르타의 전사의 모습으로 변해갔다는 것을 stretch하면 구약성서 속에서 계속 발전하고 넓어지는 신 '야훼'의 모습이 실상은 그만큼 사막을 떠돌던 목양민족으로서의 유대인에서 정착하고 정주한 농경민족으로서의 유대인으로의 발전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전 해방신학이 유행하던 시절 더 많이 회자되던 논리 같다).  


삼부작으로 나온 것 같은데, 첫 이야기의 결말은 그럭저럭 매듭지어졌지만, 원래 이렇게 고독한 수호자의 이야기나 mentalist또는 holmes처럼 조금은 만능의 히어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벌써부커 기다려진다.  Jim Butcher가 만든 Harry Dresden도 참 좋아하는데 이 시카고의 기인 마법사의 이야기는 언제 또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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