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꿈 같았던 휴가에서 돌아왔다.  Big Island는 다음에 푹 쉬고 싶을 때 다시 찾아갈 것이다.  대도시인 Honolulu가 있는 Oahu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특색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사진은 정리가 되면 조금씩 올려볼까 생각하고 있다.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여행의 몇 가지 멋진 풍경들은 사진으로 남기기 잘한 것 같다.   저녁에 와서 자고 다음 날이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린 일처리에 일단 사무실에 나갔었고, 연휴인 오늘도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다.  이쪽의 본토와는 2시간의 시차밖에 나지 않았지만, 여행에서 다녀오면 늘 가서, 또 와서, 한바탕 약간이라도 적응기를 거쳐야한다.  이번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Maui에도 끝내주는 스노클링 장소가 있어 다음엔 Maui를 가야할 것 같다.


내전은 이어지고, 이 와중에 일단의 웨일즈인들이 수녀원을 습격하려다 오히려 수녀원을 지키려는 농민들과 이들을 지휘하는 한 수녀에 막혀 포로를 남긴다.  약간은 덜렁대는 끼가 있는 이 신분이 낮지 않은 웨일즈인 포로는 자신들이 적으로 돌린 지역 행정과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고, 협정에 따라 포로교환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되면 이 책이 추리소설일 수가 없겠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돌아온 행정관은 누군가의 손에 침대에서 죽고, 유력한 용의자는 둘.  그들 각각 충분한 모티브가 있다...는 무슨, 순전히 fake였다, 언제나처럼.  대단한 추리는 필요없었고,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미 범인을 유추해낼 수 있었는데, 결말 또한 언제나처럼, 인간의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도덕적'이고 '실리적'인 해결책으로 끝난다.  


법과 질서가 엉망이고 약탈과, 살인, 강간, 방화가 일상이던 시절이라서 그랬는지, 명예를 건 약속에 꽤나 큰 무게를 얹어두고 있는 사고방식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시절의 특징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라도 약속을 지키고 협의를 할 무엇인가를 만들어냈어야 하는 시대였을 것이니까.  


또다시 낚였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망설이다가 샀는데, 역시나.  내가 성장하고 나이를 먹은 것인지, 저자의 내공이 빠져, 왕년에 힘쓰는 가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이제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을 읽지는 않을 것 같다.  결론을 끄집어내기 위한 무리한 인용과 대입은 모든 성공학과 자계서의 어떤 공식과도 같다는 생각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그랬고, 이 책을 읽지 말고, 니체를 사서 읽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니체의 책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빼고는 본 적이 없고, 꽤 난해하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입문서도 아니고, 어록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책으로 필요한 구절을 뜯어다가 저자가 말하는 바와 함께 버무려, 니체가 이랬네 저랬네 하는 억측으로 가득한 책을 더 읽어야할 이유가 없다.  젠장.


내가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으로서 일본의 근대문학을 파고드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자주 말하는 사라진 우리의 근대화에 대한 환상을 찾는 것 외에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이들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사회상과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시각, 당시 뻗어나가던 일본의 팽창과 점령에 대한 일반 일본인들의 사고나 생각 같은 것들을 찾고, 증거로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나오는 '일반대중은 모두가 피해자'라는 둥, '그땐 다 그랬다'는 둥, 아니면 '그런 적이 없다'는 둥의 회피성 발언과 입장에 대한 냉정한 증거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을 붙잡에 녹취라도 해야 남길 수 있겠지만, 그 이상 좋은 것은 이렇게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남긴 글에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화모음과 단편모음인데, 동화를 보면 참도 열심히 서구화하려고, 서구의 방식을 따라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법도 그렇고, 일본과 무관한 소재를 사용한 점도 그랬다.  단편의 경우 번역자의 이름 옆에 '외'를 붙인 후, 각각은 자신의 학생의 번역으로 충당했는데, 무성의한 것인지, 원래 그 바닥이 그런 것인지?  단편 하나마다 번역자가 이런 저런 해석을 달아놓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반발심만 불러일으킨 것은 내가 비딱한 탓인지?  


책도 열심히, 운동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규모를 키우는 것도 무엇도 열심히.  이번 해는 그렇게 아주 빨리, 그러니까 엄청 빨리 지나간 작년보다도 훨씬 빨리 지나갈 것이다.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해놓은 목표는 잘 이루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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