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주간.  계속 놀면서 책을 보고 자고 먹고 마시고 했더니 확 불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운동은 계속 했건만 역시 먹으면 불어난다.  그런 나이라서 이젠 먹는양 대비 운동양을 훨씬 높게 잡아야 한다.  


작년까지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데, 금년의 겨울은 유난히 춥게 겪고 있다.  이것이 그간 가뭄으로 인해 겨울온도가 높지 않았다가 이번의 엘니뇨 때문에 그나마 비오는 날이 늘어난 덕분인지, 몸이 늙어가기 때문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서 역설적으로 겨울에는 감기를 달고 사는데, 이번에는 추워진 날씨에 좀더 따뜻하게 입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감기기운이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그러니까 너무 추워서 새벽에 일어나는게 여름에 비해서 훨씬 더 힘들다.  개운한 아침, 그리고 넉넉한 저녁시간을 위해서는 새벽운동이 최고다.  오전 5시 정도에 일어나주면 집 앞에 있는 gym에 가서 넉넉히 그날의 weight training을 마치고 40-50분 정도 뛰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fat burn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벽 스케줄을 좋아하는데, 그걸 못하니 다른데서 시간을 끌어다 써야한다.  업무중에는 부담스럽고, 점심에는 만족스럽지 않을 뿐더러 시간도 부족하기 일쑤다.  결과적으로 겨울에는 밤운동을 하게 되는데, 8-9시 사이에 가면 넉넉하게 2시간 정도를 쓸 수 있지만, 밤에 늦도록 잠이 오지 않는 각성효과를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늦잠을 자게 된다.  


일주일 만에 페이퍼에 글을 적어보려니 이렇게 토막친 단편적인 이야기만 나온다.  12월에는 넉넉히 책을 읽으면서 업무를 보려고 했으나 기존의 케이스도 그렇고 얼마전에 다녀온 solo practitioner 세미나에서 느낀 바에 따라 website개편과 회사 블로그를 열어보려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만 바쁜 첫 날을 보내고 있다.  어떤 변호사는 SSN할 시간은 모두 회사의 SSN관리에 쓴다는데, 난 아직 많이 게으른 편이다.


시대에 따라 참으로 다른 평가를 받아온 정도전.  단순한 개국공신으로 보다는 어린 왕자를 세자로 세워 질서를 어지럽힌 권력을 지향하던 역신으로 특히 군사정권시대 그 이미지가 퍼진 정도전은 요즘의 해석을 보면 그리 단순한 인물이 아닌 것 같다.   이성계-이방원으로 이어지는 군사쿠데타-개국의 시나리오에 충실하던 시절의 정도전은 항상 그렇게 그려졌던 것 같다.  TV에서 해주던 역사드라마에서도 그랬고, 어린 내가 읽던 만화한국사 시리즈에서도 늘 그는 늙은 이성계와 어린 세자를 조종하면서 창업 직후의 조선을 좌지우지하다가 이방원의 칼에 죽는 악역(?)이었다.  자신은 없지만 그 증거라면 그간 위인전기에서 정도전의 부재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분명히 그 시절의 뻔한 살림의 집에서 자란 아이치고는 상당히 많은 책이 있었던 나의 '위인전기'시리즈나 부속물에서도 정도전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최후는 항상 남은을 비롯한 자파의 권신들과 술을 마시다가 이방원에게 죽는 것으로 나왔고, 이는 묘하게 정도전 = 술마시다 혁명에 죽는 난신 이라는 이미지를 나에게 남긴 것 같다.  


그러다가 대중적으로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시작으로 정도전은 다른 시각으로 비춰지게 되었고, 이후의 드라마나 책에서는 단순한 권신이나 책사 또는 이방원의 라이벌이 아닌 사실상 조선을 사상적으로 만들어낸 사람으로 서서히 그 위치가 바뀌어진 것 같다.  특히 요즘의 글을 보면 그는 왕권이 아닌 신권을 법치에 근간에 두어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바탕을 닦던 중 이에 반발한 이방원에게 죽은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의 재해석에서 얼마만큼이 지난 시절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도전에 대한 소설을 읽으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궁금증을 가졌었는데, 조선왕조실록과 그간의 자료들이라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겠다.  역시 역사는 과거와의 꾸준한 대화, 그리고 현실사회가 그 해석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학문일까?  박근혜씨와 그 일당이 주도하는 강력한 독재정치에 대한 반발로도 이번 김탁환 작가의 '정도전'을 읽는건 너무 멀리 나간걸까?  아직은 쉽게 답을 낼 수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읽음과 생각을 섞어보면 정도전은 그저 대낮부터 추종자들과 술을 마시다가 이방원에 의해 일소된 악적인 존재가 아님은 분명해보인다.  이성계라는 군벌을 통해 그가 공부한 사상과 귀양생활에서 느낀 바를 구현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음이다.  적어도 이것이 요즘의 해석인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만, 역시 이성계 말년 왕자의 난을 잉태한 세자책봉, 그리고 이에 따른 몰락은 다시 공부되어야 한다.  찬란하던 중장년시절 이후의 삶까지도 제대로 조명되어야 그에 대한 판단이 좀더 객관적이고 포괄적일 수 있다.  


혁명가의 면모와 권신의 일면이 함께 존재했다고 생각하면 비교적 공평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과거 '쿠데타'를 높이기 위한 설정에서 벗어나되, 요즘의 사회상이 너무 많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걸 강하게 주장하기에는 내가 모르는 점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


좀더 사서의 관점에서 정도전을 다룬 글을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